'불타는 눈물(The Burning Tears)권호상 1. 점점 높아지는 TV폰의 울림에 겨우 잠이 깬 성준은 귀를 틀어막았 다. 자신의 머리 만한 크기의 짙은 회색 TV폰의 조그마한 화면에서 승한의 모습임을 확인하고 겨우 스위치를 켰다. 저쪽에서 카메라가 작동하자, "어제 술 먹었나 보지? 얼굴 색이 영 아닌데, " 카메라는 속옷만 입은 채의 승한을 땀방울까지 선명하게 비쳐 주 었다. 담배를 물은 채라 그의 억양은 그리 듣기 좋지 못했다. "아 조금..지금은 괜찮아. " 힘겹게 고개를 치켜든 그는, 바로 머리맡의 물 컵을 손으로 한 참이나 더듬으며 대답했다. 며칠 전에 산 TV폰은 성준에게는 필요악이었다. 집안에 사람이 있나 없나 확인한 뒤에 부재 시에는 저절로 울 림을 끄고 부재 신호를 전화건 상대방에게 보내 주는데, 사람이 있을 경우 선택 기능으로 기능이 주인이 들릴 때까지 울림소리가 커져, 잔다던가 다른 방에서 안들릴경우 들릴 때까지 울려서 결국 은 받게 만드는 것이다. 하긴 성준은 기존의 전화의 울림소리로는 잠에 떨어졌을경우 그 를 깨우기엔 너무도 부족했기에 일부로 이것을 산것이다. "전화 건 이유 알지 ?" 아아..그거 말이군 그 '실 모의 전투'. 가상 전투...사실 전투라기 보다는 무료한 민간인들에게 점차로 구경거리가 되어 가고 있는 그 모의 전투 조종사 제의를 자신에게 시키고 있는 것이다. 민간인인 나에게도 제의하다니, 사실 나 역시 5년전만 해도 군 인이었지. 지금은 옷을 벗었지만. 창에서는 희미하게 아침 햇살이 발 사이로 떨어지고,그 빛은 침대 밑의 꾀죄죄한 속옷을 비추고 있다.그 옆에는 먹다 남은 �ß뮐÷� 고 기 안주 와 술이 반쯤 담긴 컵이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어제 친구 와 술을 마신 기억이 겨우 나고,그제야 자신이 10시간 이상이나 침대에서 곯아 떨어 졌었다 는걸 알 수 있었다. "후..알았어, 할께." 대수롭지 않은 듯이 그는 그 부탁을 수락했다. 그러나 그 대수 롭지 않은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그는 애인과 얼마나 싸웠던가. 또한 자신이 꿈꾸어 오던 것을 �ß뭄誰ㅅ� 연기시키기에는 충분한 이 슈였다.전투의 후유증이 의외로 깊을 수 있기 때문에 그러한 염려 까지 안할 수 없었다. 군에서 나온 이유도 사실은 그런 이유에 서 였다. 그 전투는 국가에서 지원하는 국방 프로젝트 중의 하나 였기 때 문에 약 6개월 간의 조종 훈련과 테스트,적응훈련등 많은 개인 회 생이 뒤따랐다. 물론 그 후에 금전 적으론 보상을 하지만 그 기간 동안은 국가 기밀이라는 이유로 외부 인과의 접촉은 금지되기 때 문에 애인인 지은과 한참이나 싸웠던 것이다. '그놈의 워커인지 뭔지 하는 거랑 놀던 가 나랑 있던가 선택해!' 라는 말과 함께 그녀는 일주 일전 그의 독신용 아파트에서 문을 박차고 나가 버렸다. 그 이후 그는 그녀에게 아무 연락도 하지 않았고... "일주일 후에 그러니까 25일이군. 내 집에 오게.자세한걸 보여줄 테니. 그리고 그때 한 내 예상이 맞는 것 같아 미국에 있던 미끼 모토가 3일전 일본에 돌아 왔다는군.어쨋든, 자네에게 보여 줄게 있으니,오면 자세히 얘기하지.시간 나겠지?" 알았다는 말 과함께 전화를 끊었다. 미끼 모토 그 자식. 결국 그 더러운 얼굴을 또 맞대야 하는구나...팔을 서서히 머리 위로 올리는 듯 싶더니 벽에 주먹을 내리찍었다. "동생과 싸우기는 싫은데... " "아, 일본으로 왔다고 그 전투에 참가 하는 건 아니니까 부담 느 끼지 말라구" 분명 어떻게든 전투에 참여시키고는 싶었나 보다. 이런 거짓말을 다하다니. 전 대회에도 참가해 좋은 성적을 거둔 이를 이번에 안 뽑을 리가 없다. " 알았어 하여간 그때 보자구 " TV 폰을 끄면서 성준은 생각한다. 동생이라고 부르기도 싫은 형제. 국적까지 갈아 치면서 자신의 가족을 져 버린 녀석.부모님의 생 명까지 앗아가더니 이제는 나의 목숨도 노릴 것인가. 실 모의 전투는 말이 모의 전투지, 죽음의 위험성이 다분히 내재 되어 있다.여태까지 공식적으로만 5 회 가량 치루어 졌지만,그 동 안 2명의 회생 자가 있었고 5명이 부상을 입었다.또 죽은 사람 중 에 한 명은 자신의 동생 미끼 모토에게 죽음을 당했다.그런데 이번 에 같이 싸운다면 국적이 다른 이상 자신과 싸울 수 밖에 없었고, 조금이라도 실수하는 날에는 자신의 목숨도 동생이라고 보장 못할 것이다. 쓰라린 과거를 청산해야만 한다. 적어도 그는 부모의 원수이기 때문에.어머니의 죽음이 그의 책임이 아닐지라도 최소한 그의 아버 지는 그가 죽인 것이 확실하다 고개를 문이 있는쪽 으로 돌려 달력을 보았다. 4월 18일. 무미건조한 오늘 하루는 스케줄이 잡혀 있었다. 오전에는 대우 중공업에 가서 새로 만든 건축 작업용 워커에 대 한 세미나에 참석하기로 했고, 점심은 그 설계자와의 점심 식사, 그 다음은 작업용 워커의 시운전.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고 아파트 출입 카드를 찾았다. 한참이나 기억을 더듬던 그는 현관에 떨어진 카드를 ��돌었다.며칠 전 그의 애인이 내던지고 가 버린 자신의 아파트 출입 카드. 며칠 동안 쳐 박혀 있어서 먼지가 뽀얗게 쌓여 있었다.한쪽 귀퉁 이에 그녀의 별명과 귀여운 고양이 그림의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혀를 날름 내민 채 둥그렇게 입이 찢어진, 그녀가 좋아하는 어 떤 상품 광고의 모델이었다. 스티커는 곧 그의 손에 뜯겨져 현관의 쓰레기통에 던져 졌다. 그녀와는 ...이별인가. 결국 그녀는 내 마음을 이해해 주지 못한 것인가. 마음이 안정 되는대로 그녀에게 다시 연락을 해보아야 겟다고 생 각하면서 문을 열었다. 오토 파일럿(Auto pilot) : 조종사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개발된 제어장치. 과거에는 조종사가 처리해야할 수 많은 정보를 대신 처리해주고,조종사가 결정을 내리는데 따른 조종만 부수적으로 행하는, 즉, 결정권이 거의 없는 단순한 기능밖에 제공하지 못하지만, 신경회로망이 발달된 지금은 조종사가 전투에만 전념할수 있도록 조종및,기타 여러가지 역할을 거의다 수행하고 있어 전차등 많은 승무 원들의 수를 감소시켜주어 전투능률을 극대화 하는데 커다 란 역할을 하고 있다. 불타는 눈물 (2) 승한의 집에 도착한 것은 서녁 하늘이 붉게 물들은 저녁 무렵이었 다. 홀아비 냄새라고 늘상 승한이 기거하는 방에 들어오면서 그는 잔소릴 한다. 그러나 그 냄새는 사실 자신의 방에 문을 열기도 전 에 나는 쾌쾌한 냄새인 것. 축축한 습기가 느껴지는 방의 북향 창가 바로 밑에, 간단한 브리 핑 시스템이 놓여있는것을 빼고는 별로 자신의 집과 차이점이 없 다. 비슷한 성격이라서 그럴까, 책꽂이에 꽂혀 있는 것들도 다 제 목이 비슷했고,오디오나 그밖의 가전제품들도 그렇게 큰 차이점이 없다. 화면을 보기 편하게 세운 승한은 성준에게 이리 오라고 손짓한다. 옆에 있는 키보드를 몇 개 누르자 화면에서 데이터 목록이 열리고 그 중에 하나를 손가락으로 찍는다. 곧 이어 화면은 �＃♣�(기역자) 형인, 마치 거위 같은 모양의 2차원 단면도가 나타났다. 20세기말에 전차의 제 4세대로 불리면서 군용으로 처음 설계되 어 이제는 산업용,탐사용 등 크레인과 더불어 2차 산업에 주로 쓰 이게 되었고, 잊혀지고 있는 땅의 제왕인 전차의 옛모습을 희미하 게 간직하고 있는, 걸어다니는 전차. 소위 워커 (WALKER)가 그 둘 의 눈앞에 나타났다. "자 이제까지 본 것들 중에서 상당히 특이한 모습이지? 네가 연습 하고 또, 전투에 참여 하는건, 전에 책으로도 본적이 있겠지만, 저공 이동 방식의 워커 즉, 주 이동 장치는 다리가 아니라 부스터 야." 저공 이동 방식의 워커라니.. 포복 비행이라도 하겠다 는 거야 뭐야... 전에 최신 군사 잡지에서 언급이 되었던 것을 기억은 하고 있었 으나 별로 믿기지는 않았다.어쨋거나 그것을 조종한다면,워커도 조종을 해야 하고 비행기도 조종을 해야 할 것이다. "제원좀 보고 싶은데.." 승한은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조금 있다가 한쪽 윈도 우를 열면서 구체적인 워커의 제원이 나타났다. 주요한 제원을 눈으로 훑어 보았다. 제원은 옛날에 자신이 쓰던 워커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그 러나 동력 전달 장치와 하부 가동 근육의 구조는 전혀 처음 보는 것이었다. "나중에 직접 봐야 할거야. 우리 방산 제작 회사들이 새로 만든 게 많으니까,우선 이것을 보지" 몇게의 화면에 마름모로 생긴 메뉴를 누르자 화면이 앞으로 뻗어 나와 입체로 투영이 되었다.승한은 성준이 보는 앞에서 그 입체 로 투영된 워커의 동체 에서 옆구리에 달린 가변 엔진 노즐을 가르 켰다. 워커의 두 다리 바로 옆에 달린 노즐이 양쪽으로 한 개씩 있고, 엉덩이 부분에는 방향 보조 인 듯,주동력을 보조하는 노즐 이 빼꼼히 땅바닥을 향하고 있다.또 다시 키보드 몇 개를 누르자 워커가 입체 영상 안에서 다리를 옆으로 기울이는가 싶더니 하늘로 치켜올렸다.엔진 노즐을 더 자세히 보여 주기 위함이었다.밥공기 같은 모양을 한 주름진 2개의 주 노즐, 방향 전환용 소형 노즐이 3 개 달려 있다. 이것은 주름이 더 잘게 되어 방향전환이 용이하게 설계되어 있는 듯 했다. 그밖에도 자세 제어용 인 듯 한 조그마한 노즐이 몸에 곳곳에 붙어 있었다.그러나 그것들은 단지 반작용으로 몸의 자세 제어만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인지, 아니면 레일건등의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서 인지 노즐이 심하게 노출되어 있진 않았 고 크기도 그리 크지 않았다. "근데,양쪽에 있는 노즐은 왜 이렇게 생겼지 ?" 옆구리에 달린 노즐은 상당히 가변성을 고려한 듯,노즐 주위의 몸통이 움푹 파여 있었고 가변성을 중시한듯 김발(Gimbal:선박이나 추진 노즐 등에서 방향을 제어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방향 조정 장치.주로 추력 제어를 위해 쓰임)의 크기가 약간 컸다. 분명히 이것은 부상할 때 외에도 다른 용도가 있을 것 같았다. "아.그건 차차 알게 돼.일단은 그것이 이 워커의 특징이지." 일부로인듯 그는 말을 흐렸다. "오토 파일럿은 뭐지 ?" 워커의 보행및,전체 시스팀을 관장하는 부 조종사 격인 오토파일 럿.그것이 좋아야 만이 주 조종사가 조종하기가 훨씬 쉽고,전투에 신경이 집중되어 전투력을 높여 주기 때문에, 성준은 사실 그게 가 장 궁금했다. 불과 20여 년 전에는 오토 파일럿이 없었고 조종사가 전투기처럼 두명이었다. 사실 20세기 때 5 명에 비하면 지금은 대폭 줄은 셈이었고 그 두 명중에서도 중량 문제와 조종의 어려움으로 컴퓨터가 대신 파일롯 이 되어 실제 워커를 운전하는 인간은 공격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대폭 개선이 되었다.그러기 때문에 조종사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 이 오토파일럿 과의 호흡을 맞추는 것이다. "아직 잘 몰라, 나도.그것은 네가 훈련하면서 알게 되겠지.사실 훈련기간동안 그 파일럿과의 호흡을 맞추기만 하면 훈련을 다한 것 이나 다름이 없잖나?" 아무리 모의 전투라 해도 이것은 국가의 자존심 문제가 달려 있 다고 그는 힘주어 강조한다. 일본의 어느 신문기자가 재미있다는 듯이 이 실 모의 전투에 참가하는 워커 6대에게 각각 그 나라의 신 의 이름을 붙여 버렸는데 그것을 마구 인용, 국가적 자존심 문제까 지 비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네가 탈것은 '단군'이고 내가 탈것 역시 환웅에서 딴 '환'이지. 어때, 이러면 자존심 문제가 나올 만도 하겠지?" 할 수 없다는 듯이 성준은 고개를 흔든다. 결국 '나'라는 존재는 '나라' 없인 살수 없는 것이다. 오존 발생기구 : 2010년 환경 재건 계획에 참여한 한국은 엷어져가는 동아시아쪽의 성층권 오존층을 맡아 이것을 다 시 두텁게 하기위해 오존 발생장치가 장착된 기구를 띄워 환경재건에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오존 발생은 주로 두 전극에 고전압을 거는 방전법(코로나 방전)을 사용하고 있 다. 불타는 눈물 (3) 커피 포트에 물이 끓자,승한은 잔을 꺼내고 커피를 타기 시작했 다. "이번 모의 전투의 규모는 얼마나 돼?" 승한은 그를 위해 커피를 따르다가 대답했다. "조금 큰 편이지. 작년 일본에서 주최한 것보다는 작은 편이지 만, 그래도 도시계획에 실패한 영종도의 시가지를 몽땅 다 빌렸다 더군." 영종도라..서해안 인천에서 조금 떨어진 곳.. 1990년대에 비행장을 건설하다가 여론에 부딪쳐서 조그마한 중 소 도시로 개발된 곳이다. 그러나 그 섬은 공산주의의 게릴라 침 투로 거의 피폐되고, 원자력 누출로 지금은 사람이 살지 않는 죽음 의 도시가 되어 버렸다.사람이 살지 않으니 시가전을 하기엔 안성 맞춤일 것이다. "아니 그러면 원자력 누출은 어떻하고 ?" "사실 웃긴 얘기지. 지금은 거의 안전할 정도로 복구되었고,애당 초 원자로 누출은 없었네. 공산주의 게릴라들과의 위험한 관계 때 문에 10년 전에 엄살을 한번 부린 거네. 물론 핵 누출이 있었던 것 은 사실이지만,고의적이었지. 또 양도 소량이었고." 성준은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내저었다. 정부란.. 어떻게든 민간인들을 속이기 위해 존재하는 것 같았다. 찻잔 안의 커피는 무척 달았다.설탕에 한이 맺힌 사람이 탄 것 같았다.그러나 원래 그런 것을 가리지 않았기에 성준은 그것을 마시면서 계속 말을 들었다. "지금은 거의 군사용으로 쓰고 있어. 그리고 중국에 대한 경계 지 역이기도 하고.어쨌든 간에 그 도심지 안에 낙하산으로 워커들이 투하되어 자기편 이외의 워커들에게 항복을 받아 내는 게 전투의 내용이지." 몇게의 비스킷을 꺼내 먹으라는 듯이 포장도 뜯지 않은 채 성준 에게 던져 주고 자신도 그것 중의 하나를 입으로 뜯으며 말을 이어 나갔다. "2년 전에 한 것과 그리 틀리지 않아. 시가전이라 도시의 콘크리 트 파괴에 문제를 두었지만, 어차피 몇 년 있다가 군인들이 철수하 고 재 건설이 될 때에는 기존의 건물들 다 철거해야 하니까 미리 부숴 주는 거라고 생각하면 돼. 물론 모의 전투답게, 전투 1주일 전 부식제를 50여 톤 가량 뿌려. 실제 전투에 가깝게 전투 환경을 조성하는거야.또 철근 뼈대도 미리 레이져 칼로 부분 절삭을 할거 지.그럼 레일건의 화력이 삼분의 일로 준다해도 실감 나게 싸울 수 있겠지." 비스킷을 김이 모락모락 나는 커피에 적시면서 머리를 끄덕였다. 부식제라면 실제 화력의 1/3로 줄어 들었다 해도 진짜 건물이 무 너지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낼 것이다.콘크리트 부식제에 의해 솜사 탕처럼 무너질께 뻔하고 철근 역시 미리 잘려져 있다면 10층 짜리 건물이라도 쉽게 박살이 날것이다. 실 모의 전투는 2000년대 들어오면서 실 전투를 못해 현장 경험이 없는 군인들에게 커다란 센세이션을 일으킨 훈련이다. 이 당시까지 군인들이 할 수 있는 훈련은 거의 대부분 컴퓨터에 의해 디스플레이 상에 나타난 적들과 전자 오락 식의 훈련 아니 면,실제 전투와 가깝게 한답시고 모의 포탄으로 쏘아 대면서 하 는 비슷한 현장 시뮬레이션이 고작 이었다. 그러나 전자 오락 갖고 실제 전투에 도움이 많이 될 리도 만무 했고,또한 현장 시뮬레이션은 모의 포탄이기 때문에 피탄 거리등 과 모의 포탄의 타격으로는 실제 전투처럼 충격에 대한 대비나 그 파괴 여파 등에 대해선 실효성이 없기 때문에 전투에 실전 가능성 이 떨어진다고 인정이되 ,고심 끝에 새로운 실전 훈련으로 실 모 의 전투가 탄생이 된 것이다. 실 모의 전투(The Live Simulation Combat), 약어로 LSC는 실제 화약이나 레일 건과 같은 에너지 지향 병기류 등의 위력을 삼분 의 일 가량 줄이고 그 대신 장갑력을 기존의 120퍼센트로 강화 후, 실제 전투 환경을 설정하고 실제 전투와 같은 작전으로 전투를 하 는 것이다. 또한 병기의 동체 위에는 각종 센서가 부착,그 적의 병기류 등 을 감지, 맞을 경우나,그밖에 기타 피해 등을 중앙 컴퓨터에 연결, 상대방의 약한 화력으로 맞았을 경우 실제보다도 적은 진동이지만, 100퍼센트의 진동 효과를 마치 전투 때처럼 진동을 주고 그 피해를 감지, 전투를 진행해 나가는 것이다 . 이때 적탄을 직격으로 맞거 나 2차 피해로 외부센서들이 실제 전투라면 전투 불능이라고 판단 될 시에는 자동으로 그 병기류의 작동을 중지시키고 자동적으로 패배라는 판명 지게끔 된다. 이것은 군인들에게 실제 포탄을 사용하면서 위기 감과 긴장 등을 심어 주기 때문에 훌륭한 전투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장점으로 각 국가 간에 많이 애용되고 있다.미국과 같은 경우 LSC 1주일 이상을 기본적으로 모든 군인들에게 의무화하고 있고, 현재 한국 군인도 24시간 이상 수료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현관을 나온 성준은 선그라스를 쓰고 차에 올라탔다. 어제 그녀가 다시 찾아 왔다 잘 갖다 오라고 하면서 방정 리를 해주고 간 것이다. 그녀와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는데 일주일만에 맘이 바뀐걸까? 아 니면 마지막 배려인가. 오늘 그녀의 집에 한번 찾아가 봐야 갰다. 화해를 하고 가는 것이 속이 편하겠지. 남산 위로 오존 발생 기구가 서너 대 떠 있는 서울 하늘 남산 터널을 지나는 것을 보면서 상념에 잠긴다. 더 이상 지구의 미래는 얼마나 어두워 져야 할까.. 소련의 붕괴로 이루어진 힘의 불균형이래,그 힘들이 분산되면서 세계는 이념과 사상,자국의 이익 우선으로 점차 혼돈과 파괴의 길 로 접어들기 시작했다. 몇 년 전 캐나다와 미국 일부 주에서는 오존 홀(ozone hall)이 생겨서 인구의 10퍼센트나 피부암에 걸려 버린 사건이 생겨 버렸었 다. 그것도 홀이 생긴지 단 2주만에,환자들이 발생한 것이다. 미국에선 이것을 오존 핼(ozone hell)이라 불리게 되었고 급급한 미국은 거의 절박하리 만치 브라질과 그밖에 삼림 지역을 갖고 있 는 동남아시아 여러 나라들에 요청을 해 왔으나, 선진국의 이익 위주로 되어진 조약을 일언지하에 거절하자 그들은 힘을 과시하기 시작했다. 강제로 삼림 개발을 막기 위해 브라질과 인도네시아 방면에 군대 를 파견했다. 절박한 사정에 그들도 더 이상 어쩔수 없었던 것이 다. 이에 후진국들은 힘을 모아 그에 대항하기 시작했고 속속들이 세계 여러곳에서 게릴라들이 생겨났다.거기에 따라 신나게 돈을 벌 고 있는 무기 상인들. 무기 개발을 하고 신나게 돈을 벌고 있는 각 나라들의 방위 산업체. 아시아에서는 주로 일본과 한국, 그리고 중국이 주로 이 위치에 있었다. 유럽은 유럽대로 E.C.통합에 따른 부작용이 커 가고 있었다. 힘을 기른 신 나찌주의자 들과 그의 세력을 억누르려고 맞서는 프랑스 정부. 또 한편으로 인공 제지를 만들어 돈방석에 오른 일본은 그 원료를 구하기 위해 아랍 쪽에 자위대를 파견하고... 이런 가운데 그나마 핵무기가 사용되지 않는 것은 워커가 한몫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탱크1개 중대의 위력을 갖고 있고, 개발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대응 무기가 아직 발달이 되지 않은 상태 라서 그 것의 효용성은 높이 평가 되고 있었다. 어느 정도 힘의 균등을 꾀한 게릴라들은 이것을 십분 활용 , 워커를 개발한 미국에 대해 포를 겨냥하고 있는 것이다. 어쨌든, 그야말로 세계는 난장판인 것이다. 워커 : 2족 보행의 이동방식을 기본으로 한 지상에서의 전천후 전투를 할수 있도록 제작, 설계된 1,2인용의 이동 시스템. 여기서 2족 보행 이동 방식을 기본으로 한다는것 은 2족 보행의 미 안정성과 고속 이동시의 불리한점,전투 시 이동의 속도 저하, 등을 감안해서 부차적인 이동시스템 을 사용하거나, 이탈,합 상태의 선택장비로 보행의 비 효 율성을 보완하는 워커가 속속 개발되고 있기 때문이다. 개발 초기에는 산악과 같은 고지대에 있어서 전차와 같은 캐 터필러 이동에 있어서 비효율을 보이고 있기때문에 고 지대에 있어서도 능륙적인 이동을 보이려고 만들어 졌으나, 실전에 있어서 는 놀라운 전시효과(고 자세로 올려다 보아야 하기때 문에 개인단위의 병사들에게는 전투 의욕이 상실된다)로 인해 많은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2012년 한국의 공산주의 게릴라 소탕전에 실전 배치된 이 후 지상병기의 신기원을 이루며 선진국들이 지상에서의 주 력무기로 애용하고 있다.다리의 형태에 따라 타조와 같은 앞쪽 굽힘형과 인간처럼 뒤쪽 굽힘형,두종류가 있다.전투성 능에 있어서는 앞쪽 굽힘형이 더 좋은 효율을 보이고 있다. 불타는 눈물 (4) 섬에 도착한 것은 해가 바닷가에 가라앉을 무렵이었다. 해가 가라앉으며 보이는 노을을 성준은 오랜만에 보아서 한동안 서쪽 수평선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이쪽입니다 대령님!" 대령? 이게 뭔 소리지? 분명 나를 보고하는 것 같은데.. 승한이 군복을 헬리콥터에서 갈아 입히더니만 어느새 손에 있던 계급장을 자신의 어깨에 붙여 주었다. 나중에야 이곳이 군사 훈련 기지이기 때문에 임시로 이런 계급을 받았다는 것을 알았지만, 승한이 다짜고짜 데려온 터라 아직 자초 지종을 모르는 성준은 다른 군인들의 이러한 태도에 내심 당황했 다. 이곳에서 6개월동안 석어 지내야 한단 말이지. 영종도 보다 훨씬 남쪽에 떨어져 있는 이곳은 워커의 훈련장 중에 서 영종도와 비슷한 기후를 갖고 있기 때문에 연습장소로 채택 된 것이었다. 섬은 생각보다 그렇게 크진 않았다. 그러나, 워커의 연습을 하기 에는 충분한 규모와 시설이 있었다. 대략 500 여 가구가 남동쪽 해안 가에 밀짚 해 있고, 훈련소는 200미터 정도의 낮은 해발의 산 을 넘어 북서쪽에 위치해 있었다. 군사 경계 지역 이고 철조망 등 으로 철저하게 출입이 통제 되어 있어 그다지 민간인들에게는 알려 져 있지 않겠지만, 그렇다고 기밀로 되어 있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기에는 너무 규모가 크고 섬 답지 않게 모든 시설이 잘 구비 되어 있어, 비행기나 선박에서 본다면 충분히 알려질 만한 곳이다. 선착장은 마을 쪽에 위치해 헬리콥터를 타지 않고는 이 섬을 빠져 나가기 힘들다. 산을 넘어 마을로 가기 전까지는.. 훈련소를 안내 받으면서 그는 계속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 상으로 나온 건물만 5곳, 군사 건물로서는 꽤 큰 3층 짜리 도 있 었다.지상이 이러니 지하는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이런 곳에 이 러한 시설들이 있었다니.정부가 세금을 받아서 이런 데다가 썼구 나,하고 생각하니 좀 괘씸하기도 했다. 이곳에는 자신과 승한 말고도 훈련 생이 약 50여명 정도 가량 더 있다고 한다.숙소에서 짐을 풀을 때 신병인 듯 한 몇 명의 무 리가 있는 것을 보았다. 지금은 5 기 째 훈련 생이 방금 교육을 시작 했다 그랬지? 이들 은 앞으로 몇 년 동안 이곳에서 지겹도록 워커를 타면서 훈련을 받을 것이다. 옛날, 자신의 처지를 회상하니 이들이 불쌍하게 느껴 졌다. 저 중에 얼마나 끝까지 워커를 탈수 있을까. 씁쓸한 마음이 들어 더 이상 생각을 않기로 했다. 훈련소에 들어온 지 30 분 정도 가량 지난 후 성준은 간단한 신고 식을 마치고 한 중령을 소개 받아 훈련소 소개를 받았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 구불구불한 복도를 따라 간 곳은 '연 습실 B'란 팻말이 쓰여진 곳이었다. 어림짐작으로도 가로길이가 100 미터 정도 되었고,가로40미터 정도 되는, 아까 본 3 층 짜리 건물인 것이다. 지하로 꽤 깊이 파내려 갔는데 ? 겉에서 볼 때도 컸는데,지하에서 보니까 더욱 커져 있어서 그들 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그들 모두 외부만 보고 들어가 내부 시 설을 보고 깨나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20미터 정도의 높은 천장,화재에 대비한 완벽한 방공 시설,전투 지형을 순간적으로 재현 시킬 수 있는 실제 크기의 디오라마 메이 커,그 외에도 각 워커마다의 수리 대가 10여 곳에 줄지어 있어 그 야말로 '육군 전투원 양성 훈련소'란 이름에 어울릴 정도로 놀라운 시설이었다. 시끄러운 워커의 가동 음이 들려 왔다. 귀에 익은, 윤활유에 미 끄러지는 가동 근육(actuator : 유압 유를 기계적 에너지로 바꾸는 기기.) 소리,지면과의 접지로 울리는 금속음,오랜만에 듣던 지라 성준에게는 고향에 온 듯 무척 이나 반가웠다. "지금 5기 생도들이 실습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 보행 조종 도 못하는 단계입니다.병아리보고 엄마라고 그래야 하는 녀석들이 죠." 정말,그들 생도라고 불리는 자들은 워커에 타 보지도 못하고 워 커 주위에서 교관의 지시봉에 따라 고개가 이리저리 움직이고 한쪽 에서는 필기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다. "TW-80형인가? " 노란색으로 채색된 워커를 보고 눈짐작으로 판단한 성준의 물음 에 재빨리 안내를 맡은 중령은 대답했다. "아뇨, TW-92형입니다. TW-80형과 외모는 비슷하지만, 내부에 교 육용 오토 파일럿 과, 현가 장치가 좀더 신형으로 장착이 되 있고, 보행 시스템이 실전용과 거의 비슷한 파일럿으로 쓰기 때문에 전투 용을 타는 것과 거의 동일하도록 했습니다. 또한, 보행 이론에 더 욱 충실해져 3각 안정 시스템의 효율을 80 퍼센트로 올렸죠." 그래? 세상 좋아지는군. 자신이 전투용 워커를 탄 지 5년이 지 났는데,그 동안에 얼마나 진보가 있었는지 궁금해졌다. 워커는 기존의 수평으로 전진하는 자동차나,배, 비행기들에 비해 판이하게 운동 성향이 틀리다. 그것들은 일단 일직 선상 으로만 나아가면 되므로 조종사의 몸에 관성은 뒤로 쏠리는 것 에만 대응 하면 되었으나, 워커는 그렇지 않다. 천천한 걸음걸이 일 때는 괜 찮으나,일단 전투 상황 같은 경우 고속으로 보행을 하는데,이때 걸 음걸이에서 조종사가 느끼는 것은 전진 이동뿐만 아니라 상하 이 동도 있기 때문에, 상당한 고통을 받는다. 그 때문에 초기 실험용 으로 개발이 되었던 워커들은 동체의 상하 운동이 심해,조종사들 이 10분을 넘기지 못하고 위 속의 내용물을 다 조종석에 뿌려 버 리는 것이 태반이었단다. 실전에 투입이 되었던 경험이 있던 성준은 비행 조종사들 처럼 G-SUIT(선회 비행,급상승 및 하강 시에 몸의 피가 신체의 일부분에 만 급속히 쏠려 조종사가 그 변화에 견디지 못해 기절,또는 뇌출혈 등의 사고 등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입는 특수복) 를 입고, 장 기를 안정시켜 준다는 몇 개의 노란 알약을 입에 쑤셔 넣은 채 전 장으로 달려간 일을 상기한다. 훈련소를 나오면서 안내인은 우스개 소리로 각 연습장들의 별명 을 가르쳐 주었다. " 2기 생도들이 만든거죠. 사실 그럴듯하게 붙였어요. 워커들의 행동을 보면, 참 놈들 별명 하난 잘 지었단 생각이 들어요 각 훈 련소의 알파벳 이름을 안 쓰고 닭의 이름을 붙였습니다. 이를테면 지금 우리가 방금 보고 나온 것은 실제 워커들의 보행 실습을 위 한 넓은 공간으로서 '닭장' 이라 불리고, 이론 위주로 초보자들에 게는 '병아리방'이 바로 방 옆에 조그마하게 설치되어 있습니다. 훈련이 강화 된 후에는 '영계방',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능숙한 조 종사들은 '노계방', 그리고 레일건등의 실전 훈련을 하는 곳은 '장닭방',비 전투용 또는 그밖의 임무 연습을 하는 곳은 '암탉방 ' 등으로 나누었습니다." 재미 있다는 듯이 그는 혼자 넋두리를 계속 떤다. " 물론 레일건이나,비전투 운용실은 모두 교육 시뮬레이션실 입니 다. 실제 그곳에서 레일건을 쏠리는 없죠" " 그럼 레일건등은 어디서 쏘지? " 미약하게 출력 시킨다음 일단,지하 연습 실이 있습니다.그곳 에서 쏘는 연습을 하죠.그 다음 완전 점수를 받은 사람들에게만 합 동 군사훈련때 야외에서 쏠 수 있는 기회를 줍니다. 그리고, 그러 한 모의 훈련 후 일정 점수 합격 생들 애게만 실전 연습을 시키죠" 생각보다 까다로운 훈련. 워커의 개발 초기,일본에서 자위대 밑에서 훈련을 받은 자신에 겐 그다지 실감이 나질 않는 얘기였다. 자신이 훈련 받을 때는 무 척 고달펐지만, 여기서도 그럴까? 아직 실전 연습 과정 까지 간 사람이 없기 때문에 비교할 수가 없을 것이다. 숙소를 안내받고 간단한 생활 규칙과 시간표를 짜고 침대로 직행 했다. 여행의 피로가 한꺼번에 온몸을 파고든 때문이다. 앞으로 육 개월 동안은 그들은 3국의 실 모의 전투 대회를 위해 길고 기나긴 훈련을 할 것이다. 이미 그들 외에도 만일을 위해 다른 곳에서 훈련을 시작한 군인들이 몇 있는 모양이지만 언급을 피하는 것 같았다. 6개월 뒤면.. 엄격한 시간표와 철저한 훈련, 그 고달픈 생활을 생각하면서 잠 에 빠져들었다. 내일부터는 워커와 한 몸이 되어야 한다. 전투 장으로 가기 위해서.. 내 동생 미끼 모토와 만나기 위해서.. 어셈블리 키트 : 로봇생산이 많은 일본에서 개발된 것으로, 부품의 크기 및 조립 규격을 통일한 부품. 수많은 용도로 쓰이는 기계팔과 각종 가동근육을 보다 수 리가 용이하고 빠른 보수시간을 위해 조립방법을 상당히 간소화 하고 부품수를 줄여 효율적인 작업능률을 보이기 위함. 부품 하나 하나가 너무 약해 1회용으로 쓰이는것이 많은게 단점. 불타는 눈물 (5)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승한과 함께 섬의 산기슭을 올랐다. 7월의 아침인데도 섬은 바닷바람과 습한 섬 자체의 기운에 성준은 쉽게 적응을 하지 못했다.공기를 마시 는게 아니라 차가운 물을 마 시는 기분, 그러나 승한은 자신보다 3살 위인데도 그러한 공기를 마시면서도 더 힘차 보이는 듯했다. 운동을 오랜만에 해서 숨이 가쁘긴 했지만, 곧 익숙해지리라. 힘겨운 조깅을 겨우 마치고 어제의 안내인이 얘기한 소위'노계방' 으로 갔다. 아직 그곳을 쓰는 훈련 생도는 없었기에 자신들의 훈 련 장소로 배정이 된 것이다.그곳엔 단군의 연습용 워커가 힘겨운 무게를 받침대에 걸터 앉은채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노란색과 빨 강 색의 조화. 한눈에 띄기 쉽도록 채색에도 신경을 써서 그것은 달이 없는 밤이라도 훤히 보일 것 같았다.전투 장비를 모두 대응 중량 팩으로 바꾸고,체킹판넬이 곳곳에 붙어 있어 그다지 좋은 모 습은 아니었다. 곰보딱지가 붙어 있은 듯 여기저기 널려진 부착 장비 사이로 윤 활유가 묻어 있었고 몇 개의 보호판넬이 붙지않은곳에선 복잡한 가동 근육의 얼개가 엿보였다. 낯선 정비원 한 명이 간단한 외부 기동 유압을 체크하는지 워커의 안쪽 무릎 앞에 서서 무릎 보호용 접지를 펴고 검침 기를 스트레이 너(필터의 한 종류)에 연결하고 있었다. "일은 언제 다 끝나나?" "조금만 있으면 됩니다. 1분만 기다리세요!" 성준은 기다리는 동안 무료함을 잊기 위해 주머니에서 담배곽을 꺼 낸다. " 금연입니다!" 젠장! 그나마 있던 있던 한 개비도 어디에 짓눌려 있었는지 부 러져 있었다. 곽 째 꾸깃꾸깃 말아 쓰레기통에 던져넣었다. 그 행 동에 정비병은 검을 낸 모양이었다. 서둘러 점검을 끝내려는지 행 동이 조금 빨라졌다. 사실, 연습용은 정비사의 기동 테스트 없이도 조종사가 간단히 움직일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자가 테스트 프로그램 을 한가지만 해도 충분히 기동 테스트를 다한다고 그랬었다.예전 에 비해 많이 좋아진 거라고 승한이 한탄을 하던 말이 떠오른다. 서둘러 정비병은 접지를 닫고,받침대를 빼면서 외부 체킹을 하던 자동 점검 기계 팔들을 하나하나 접기 시작했다. 그게 지겨운지 성준은 조종사 전용 해치를 열고 내부를 천천히 살펴보았다. 예상대로 2인 승이었다.그러나, 한 명만 탑승해도 가동에 는 지 장이 없는듯했다. 여기 오기 전, 도서관에 잠깐 들러 군사 잡지 중 5년 전 것에서 국산 훈련용 워커(물론 조립이지만)의 기사를 보았을 때 보다도 계 기 판은 크게 달라지질 않은 듯 했다.좀더 정밀해지고, 전투 병의 손발에 맞게끔 조금 더 신경 쓴 흔적이 역력했다. 유압순환계, 3차원 표시의 중심점 제어 그래프,파워-리미터,보 행-안정체커,광대역 통신채널표시기,보행 파트 별로 주욱 늘어선 레이져 자이로,등등이 정면 스크린 주위로 빽빽이 들어서서 화려한 눈금들을 자랑이라도 하듯, 색색 깔로 그의 눈에 자극을 준다. 응? 이건 ? 아쉬웠다. 그가 퇴역하기 바로 전해부터 워커의 국내 생산이 시 작되어 그는 국산 워커를 타 볼 기회가 없었다. 국산 워커를 직접 본 것은 지금이 처음인데, 마치 작년 일본의 자위대 방위산업체 견 학때 타 본 워커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주의 깊게 살펴본 후,그는 다른건 몰라도 이 워커만큼은 일본의 연습용 워커 JT-101형을 본딴 것 이란 것을 알 수 있었다. 정비병에게 물어 보니 그는 머리를 극적 대는게 할말이 없는 모양 이다. 그도 잘 알리라. 우리 나라 워커의 제작 수준을. 성준은 내려서서 각 가동 근육을 살펴보았다. 아니나다를까,일본 식 특유의 어셈블리 키트가 유달리 눈에 많이 띄었다. 고장및 금 속피로가 심한 관절 집중파트와,현가 장치등의 위치,어셈블 결합 방식등등이 모두 일본 제품이었다. " 전 잘모르겟지만, 아무래도 일본께,수리나 보수가 용이해서 방 산업체들이 자체제작보단,수입에 의존하는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규격화가 되어 있어 다른것들보단,부품조달이 용이하니까요." 제길.그걸 누가 몰라 할수없다는듯이 성중은 고개를 설레설레 젓 는다. 이래갖곤.연습에는지장이 없지만..일본워커에 이길 승산은 줄어든다. 상대방의 대장간에서 만들어진 칼을 갖고 싸우다니... "실전용으로 제작된 단군도 그런가?" "아닙니다 그건 어셈블리, 프레임,추력장치도 모두 국내 제작입니 다.이것과 동시에 제작하긴했지만,그건 대부분의것을 국산화 시켯 읍니다." 정비병은 그것에 대해선 자신있게 대답한다. " 모두 완전하 국내 기술인가?" "아니 그건 아니고 일부 보행 파트의 어셈블리는 일본 것과 많이 일치합니다. 그러나 그것이 성능에 크게 지장을 주진 않습니다. 일 제 워커와도 설계 자체가 틀리니까요." 교관이 이윽고 올라타서 간단하게 시동부터 차근차근하게 그에 게 가르쳐 주었다. 사실 교관 이 라지만 그 자신도 성준이 경력 이 많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가르친다기 보다는 옛 워커에 비해 달라진 점들을 조심스럽게 지적 해주는 것 뿐이었다. 오전에는 간단하게 수동 조종을 익히는 시간, 관절 조종용 스틱 은 전보다 크게 달라지진 않았다. 생각보다 쉽게 익히고, 나머지 는 성준 자신의 체중에 대해서 보행 시스템에 약간의 수정치를 더 해 주고,그밖에 것은 모두 자가 학습을 시켜 버린다. 초년병이라면 자가 학습을 시키기까지 적어도 반년 이상 걸리는 것인데 성준에 게는 그것은 무척 따분한 것이기에 오늘 다 해 버린 것이다. 점심 식사 때에는 정비사들과의 만남이 있었다.성준의 생각보다 젊은 군인들로 구성이었다. 추력부분 정비에 2명, 동력 기관 에 2 명,병기 탈착 담당에 두명,그리고 수리및 유지에 3명, 전체 팀장 1명, 그래서 총 8명이었다. 이들은 이 워커와 연습용 워커 2대를 맡고 있었다. "어이! 거기 그리스건 2번 째 거" 식사를 마치고 인스탄트 커피로 입가심을 하던 성준이 있는 쪽으 로 내지른 소리 작업복에 빨간 유압유가 묻은 정비 원이 옆에 달려 있던 마치,권총같이 생긴 손잡이가 달린 길다란 호스를 가리키며 소리지른다. 그것을 주워 줄려는 찰라, 다른 가까운 곳에 있던 정 비원이 그것을 들고 갖다 준다.성준의 무안한 표정을 읽었는지, 씨 익하고 가벼운 웃음을 짓고 다른 쪽으로 사라진다. 바쁜가보군, 식사하자마자 일을 하는걸 보니..아니면 순진한건가? 그는 한쪽 구석에 서서 담배를 물고 불을 붙였다. "저 혹시 한성준씨 아닙니까? " 조금 한가해진 연병장을 뒤로해서 뜨거운 햇살 사이로 한 사내 가 다가와 성준 에게 발을 건넨다. " 맞는데? 자넨 누구지?" 이윽고 그 소년 티가 나는 준 상의 얼굴의 입가가 올라가며 반갑게 그의 손을 잡으며 인사한다. "반갑습니다 " 그는 반가운 표정으로 악수를 하려고 손을 내밀었다. 순간적으로 그도 손을 내미려고 하는데, 그가 성준의 가슴에 계급장을 본 것은 그때였다. 갑자기 거수를 하는 그를 성준은 황급히 말렸다. 민간 인이었던 그에게 갑자기 경례를 하는 그러한 것에 그는 매우 어색 하기에 비공식적인 지금 그러한 것을 원치 않았던 것이다. 그는 이번에 새로 온 생도였다.머리를 빡빡 깎은 것이 무척 귀여 웠다. "난 민간인이야 그런 형식은 이런 데에선 안해 줘도 돼 거북해 " 그러자 그도 계면 쩍은 듯했으나, 그가 귀머거리라도 되는 듯 큰 소리로 입을 벌린다. "명성은 익히 알고 있습니다. 사인하나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 처음이었다 성준 자신에게 이런 일을 부탁하다니.. " 5년 전의 전투를 다른 사람은 잊더라도 전 잊지 못합니다. 그 때문에 전 육사를 지원했고,지금 이 자리에 온 것 입니다. 잘 부탁 드립니다." 아직도 그때 일을 기억하는 사람이 있나? 성준은 약간 미간을 찌 푸렸다 그다지 자랑스러운 추억은 아니다.아니 어쩌면 성준은 그것 을 잊고 싶었던 기억이다. 그러나,어느새 그의 손에는 펜과 수첩 한쪽의 허연 백지가 내밀어져 있다. 쑥스러운 듯 그는 망설이다가,할 수 없이 그것을 받아 들어 사인 을 해주었다. 여자 같은 허연 살갗에 짙은 눈썹,그리고 각이진 광대뼈는 꽤 인 상적인 모습이다. 이 사람을 실망시킬 이유가 자신에겐 없지 않은가? 과거의 기억 이 되살아나 그리 좋은 기분은 아니지만, 성준은 모처럼 마음에 드 는 생도를 알게 된 것 같다. 적어도 이 훈련소 생활이 그토록 지겹 지 만은 않을 것이다. n 자유도(degree of from) : n 개의 독립적인 움직임이 가능한 것. 로봇의 경우 손의 복잡성을 나타내는 지표, 링크의 손목,축 주위의 회전, 심축 등의 움직임이 가능한 것.참고적으로 인간의 팔은 어깨 에 2,팔꿈치를 중심으로 2, 손목에 3으로 모두 7 자유 도를 갖고 있다. 불타는 눈물 (6) 저녁을 먹고 성준은 승한과 함께 다른 격납고에 있는 단군과 환을 보러 자리를 옮겼다. 정비사의 안내를 받아 다른 건물로 이어지는 길고 긴 복도를 지났다. "이쪽입니다" 소리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암흑이 그곳에 자리잡고 그들의 마음을 부풀게 한다. 과연 저 암흑 속에 자리잡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10여 년 전에 처음 워커를 보았을 때 처럼 가슴이 두근거린다. 지금 타고 있는 워 커들은 그때보다 세련되어 있겠지? 볼품없이 커다란 충격 흡수 장치 들은 더 이상 관절마다 툭툭 튀어나와 어색한 자세를 취하지 않게 만들겠지? 에너지 제어가 힘들어 멀리서 보면 그냥 둥그스럼하게 워커를 덥던 전자 장갑은 이제 모양을 제대로 잡아 주었을까? 아니, 아직 우리 나란, 제어 기술이 약해 그때 그대로 일지도 몰라. 오토파일럿은 얼마나 잘 만들었을 까.. 중공업용 워커들처럼 농담 거리라도 받아들일 줄 아는 재치 있는 녀 석일까? 상상이란 즐거운 것이다. 그러나 지나친 상상은 밑도 끝도 없는 실망 감 을 불러 일으키지 않을까 하여 제멋대로의 상상을 그만두었다. 밝게 해 달라고 말하기도 전에 정비사는 조명을 켰다. 천장의 사각 지점 에서 강렬하고 샛노란 빛이 쏟아진다. 그들은 잠깐 눈을 비비고 나서, 수십 명의 인간을 버튼 하나로 사라지게 할 수 있는, 걸어다니는 병기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단군은 생각보다 훨씬 투박하면서도 우람한 자태를 그에게 보여 주었다. 그렇다고 마지막 전투용 워커를 타 본 5년 전보다 별다른 차이점은 보여 주지 않았다. 발목과 무릎 부분은 여전히 10여 톤의 엄청난 무게를 감당하기 위한 현 가 장치가 두세 개씩 프레임을 받쳐 주고 있었고,관절 가동 방식이나 기본 얼개는 크게 달라지질 않은 듯 했다. 다만 달라진 점이라면 부스터 때문에 양쪽 겨드랑이 밑이 홀쭉한채 부스터의 노즐이 아래쪽을 향해 있 었다. " 한국의 최초 자립 생산 2호기입니다. 1호기는 다른 곳에서 개량하고 있지요. 특징으로는 팔에 6 , 다리는 9 자유도 로 이루어 져 있고, 동 체는 레일 건을 위해 보행 시스템과 본체를 분리 3 자유 도를 주어 최대 한의 자유 도를 주었습니다. 때문에 기존의 70도 정도의 고각사격은 90도 로 범위가 높아졌습니다. " 안내인의 쓰잘데기 없는, 마치 고객에게 구매하려는 선전원 같은 입에 발린 설명이 시작되었다. 직접 타 보아야 한다. 그래야만 모든 것을 알수 있지 않은가. 좁쌀스럽게 생긴 안내인의 말을 가로막고 워커 옆으로 다가갔다. "잠깐 타보고 싶은데 ?" 안내인은 자신의 설명을 듣지도 않은 듯 한 성준의 태도에 기분 나쁘다 는 듯 얼굴을 찡그렸으나,곧 한쪽에서 같이 구경을 하던 정비 요원에게 몇 마디 하자 워커 하부의 사각 해치를 열어 주었다. 조종석은 생각보다 어두웠다. 아까의 연습용 워커보다도 수많은 계기 판 들과 디스플레이 화면이 그의 눈을 어지럽혔고,좌석은 그가 앉기에는 조 금 비좁은 감을 주었다. 낯익은 수동 조종 보행 스틱을 만지자 그것은 쉽게 손바닥 안으로 미끄 러져 들어온다. 이것은 꽤 괜찮은 조종 스틱이군, 하고 생각한다.정말 그랬다. 자신을 위해 만든 것처럼 손가락 사이마다 조금의 여유도 없이, 그렇다고 꽉 끼지도 않게 잘 배치가 되어 손가락마다의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었다. "아직 오토파일럿 7차 테스트 중이라,시스템은 꺼져 있습니다. 구경만 하고 내려오세요.!" " 언제 파일럿의 테스트가 끝나나? " "아직 잘 모릅니다. 그러나 보름 이내일 겁니다" 아쉽지만 할 수 없었다. 그는 밖으로 나와 워커의 외부를 살피기 시작했 다. 정말 아까 정비병이 말한 대로다. 워커의 대부분의 구성 파트가 현 대, 삼성 중공업에서 만든 흔적이 역력하다. 미쯔비씨(三菱)나, 가와사끼(川崎) 것 보단 겉모습이 세련되지는 않 았지만, 전투에서 세련이란 것이 밥 먹여 주는 것은 아니니까. "상당히 단순화되면서 구성 부품 자체가 복잡하게 이루어졌습니다. 가 동 근육은 3중으로 설계, 일단 그 중에 하나가 고장이 났을 경우, 그리고 그것들 중에 가동에 피해를 주는 것에 대비 '근육 강제 탈착 시스템'을 장착 했습니다. 이것은 그 가동 근육이 충격에 의한 고장으로 다른 근육 에 끼어들어 가동을 불편하게 할 경우에 대비, 화약등 폭발력을 이용 그 것을 강제로 전투 중에 떼어버리는 시스템.으로 미국에서 처음 실용화된 이후 우리 나라가 두번째로 도입했습니다." 흠? 처음 듣는 얘기였지만 상당히 좋은 아이디어였다. 전투 중에 고장의 주 원인이 가동 근육이었는데 그것을 강제로 떼어 내다니, 최소한 그것만으 로도 고장 율을 오십 퍼센트는 줄일 수 있겠군. "자네는 저리가 있게." 한쪽에서 부품 하나를 열심히 주시하던 군인이 가까이 다가가며 자신에 게 설명하던 안내인을 밀쳤다. 계급은 같은 소위였지만,나이가 많은 것 같았다. "대령 님은 워커를 몇년전 부터 타셨읍니까?" 13년 전에 처음 타 보았다고 하자 "음 그럼 초창기 때부터 타보셨으니까 조금 아시겟군요." 성준은 아무 소리도 안하고 그를 쳐다보았다. 주름진 이마와 울긋불긋한 팔목의 상처들은 그의 정비 경력을 보여 주고 있었다. 아마 워커 개발 초창기 때부터 정비를 맡았을 것 같았다. "이쪽으로 와 보십시오" 그는 워커 가까이 갔다. "자, 지금부터 제가 보여 드리는 것 을 잘 주목해 주십시오. 아직 우린 이런 수준입니다." 무릎 부분 위와 아래로 나뉘어진 다리의 충격 전달 장치가 있는 판넬을 힘겹게 열고,그 위와 아래에 각각 감지 집게를 달았다. 그것들 두개는 한쪽의 오실로 스코프(파형 측정 장치,아날로그 적인 데 이터를 그래프로 보여 주는 장치)에 연결이 되어 있었다 "자 이걸로 아래쪽의 충격 전달기 에 대십시오. 위치는 그 눈금에 맞추 어 기계를 딱 붙이세요 위치를 정확하게 하셔야 합니다." 그는 시키는대로 했다. 건내준것은 엷은 판과 약간의 간격을 둔채 조그마한 추가 달린 진동 발 생 장치 였다.판을 충격을 주려는 곳에 접지한 다음 스위치를 누르면 추 가 강하게 판을 때리며 그 충격을 아래로 전달하는 기계였다. 스위치를 넣자 '둥' 하는 둔탁한 음이 그 기계에서 발사되었고, 오실로 그래프의 모니터에선 녹색 바탕에서 2차원 그래프인 X,Y 축 상에서 그려 졌다. X 축이 충격이고,Y축이 현가장치 위치였다. 현가장치가 위쪽으로 갈수록 Y축에서 높은 위치를 차지한다. "이게 일본 것과 미국 것입니다.각각 모델은 JST-98 '재칼' 과 UBT-S1 '슈퍼톰'이죠. 둘다 1년전에 직접 테스트 해본 겁니다." 그는 전에 기억시켜 놓았는지 파란 색과 빨강을 그 그래프 상에 비교가 쉽도록 보여 주었다. 미국 것은 거의 대각선,그것도 거의 깨끗한 직선 으로 그래프가 내려 갔다. 충격이 현가장치에서 완만하게 흡수해 준다는 증거였다. 그에 반해 일 본 것은 대각선으로 내려가다가 갑자기 뚝 떨어지고 다시 대각선으로 내 려갔다. "일본 것과 미국 것은 현가 시스템이 틀리니 이런 차이를 보는겁니다. 미국 것은 다 단계 자체 금속 흡수 구조이죠 그래서 거의 일직선인 겁니 다. 일본 것은 우리처럼 역충격 구조로 되어 있죠.역충격을 주어 충격 을 감쇄하는 부분은 이렇게 절벽처럼 보이는 겁니다. 그런데 우리 것을 보세요." 방금 나온 노란색 그래프는 지금 실험한 결과였다. 미국처럼 완만한 대각선도 아니었고,일본 것 처럼 각이 진 것도 아니었 다.아니,얼핏 보면 일본 것과 비슷하게 각이 지었지만, 각이 지는 부분에 서 심한 일그러짐을 보여 주고 있었다. 그 다음 떨어지는 곡선은 미국 것 처럼 완만하게 그려져 내려가고.두 나라의 그래프를 평균으로 해서 나눈 것 처럼, 그야말로 죽도 밥도 아닌 그래프 였다. "설계는 미국 것처럼, 부품은 일본 것을 모방했습니다. 설계 팀은 절충 했다고 그러지만 다 헛소리 죠. 이래 갖고는 전투 때마다 지형의 충격 대응 속도가 느려지지요. 아마 전투 시작 전에 다른 워커보다 한참 동안 자습(自習)을 시켜야 할 겁니다.보행 중에 데이터 불량으로 넘어지기도 쉬울꺼고요." 아까 자신 있게 설명하던,안내인의 얼굴이 새파래졌다. 아마 그는 설계 팀 쪽에서 일했거나, 홍보 요원으로 미리 교육 받은 모 양이었다. "그것뿐만이 아닙니다." 그는 손에 쥔 작은 부품을 내밀었다. "허리의 2차 관절에 쓰이는 스트레이너(필터의 한 종류,유압유 등의 유 속 저항이 적어 흐름이 빠른곳에 사용한다)죠. 허리 부분에는 다리로 전 달하는 모든 유압 유가 모이고 분산하는, 가장 일이 많은 곳입니다. 이런 대에 쓰이는 것이 열전도율,마모성,팽창 지수 등이 모두 불량해요. 전투 시간이 길면 길수록 고장이 쉽죠. 이건 제 생각이지만 일본에 주문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전투 중에 고장나서, 싸우지도 못하고 지는 것 보단 나 으니까요. 성준은 작은 신음 소릴 내었다. 최초의 국산 워커라고? 이렇다면 전투에서 이기더라도 일본의 기술로 이긴 것이 아닌가.. 다른 것을 더 보여줄 수도 있다는 그 정비사의 말을 물리치고 밖으로 나왔다. 언제나 우리 것을 우리가 탈수 있을까. 갑자기 수많은 얼굴들이 떠오른다.겨우 화해를 풀은 지은, 게릴라 소탕 전때 돌아가신 아버지, 비록 자기를 낳아 주진 않았지만, 그 이상으로 대 해 준 일본인 어머니. '나약해지는구나 성준' 속으로 자신을 되씹으며 곰곰이 생각했다. 결국 이런 상태라면 나는 무 엇 때문에 싸우는걸까? 승한은 분명 애국심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긴다 해도 그것은 일본 것을 사용한거야. 그럼 너 자신이 워커를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그것도 아니야.은퇴한 것이 애들 장난 식으로 한 것인가? 심 한 내장 파열과 소화 기관의 기능 장애로 1년 간의 요양 끝에 겨우 나은 몸을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다시 버린단 말인가? 성준은 무거운 마음으로 지는 해를 등지며 연병장을 바라보았다. 가느다란 줄처럼 널려 있는 구름을 뒤로 한 채, 2기생도 들이 워커의 중 간 구보 형태인 앰블링(ambling)을하고 있었다. 그것들 대부분이 안쪽 다 리굽힘형으로 달리고 있다. 일본 자위대에서 처음 배웠던 '키위'란 워커 의 걸음 방식과 똑같은 것이다. 첫걸음과 둘째 걸음 사이에 무게중심을 앞으로 이동시키기 위해 몸을 10도정 도로 인사하는 것 처럼 숙이는 것조 차 똑같다. 워커의 구보 속도 단계 : galopping : 전속력 질주,속보 말 중에서 가장 빨리 달리는 야생마들이 달릴 때 이 표현을 쓴다.시속 60km 이상 cantering : 느린 구보, 갤로핑보다 조금 쳐진 속도. 시속 40-60km trotting : 구보. 시속25-40km ambling : 약간 빠른 걸음. 시속 10-25 km walking : 걷다.시속 10km 이하 불타는 눈물 (7) "쿵!" 강한 둔탁음.입으로 집어넣으려는 숟가락들이 예민하게 반응을 하면서 멈추었다. 점심 식사를 마치던 성준은 그것이 보통 소리가 아니라는 것을 직감했 다. "사고다!" 곧장 소리나는 방향으로 달려갔다. 뒤에서 쟁반이 덜거럭 거리며 떨어지 는소리가 났다. 승한도 물을 마시던 컵을 요란한 비명 소리로 내던지며 문을 박차고 나왔다. 닭장이었다. 사고란 것은 한눈에 봐도 알수 있었다. 워커 한대가 20여 미터 정도 닭 장을 긁어 놓으며 비껴져 있었고, 다리 관절이 심하게 접혀져 있었다. 각 가동 근육마다 터져 나온 유압유가 보기 처참할 정도였다. 그렇게 고장이 안 나던 책 밸브도 일그러진 금속 사이에서 터진채 유압 유를 뿜어내고 있다. 그런데.. 그는 잠깐 얼굴을 돌리고 말았다. 적어도 그가 활동할 때에 이런 광경 을 보고 눈을 돌리는 경우는 별로 없다. 그러나, 저게 뭐지? 저 유압유는.. 내가 워커를 조종할 당시, 사고가 나면 으레 타르처럼 끈적끈적한 광이 나는 검은색 의 유압유가 흘렀는데, 이건 마치 어여쁜 아기 사슴이 총에 맞아 검붉은 피를 흘리며 쓰러진 것 같지않은가! "저게 뭐지?" 급히 사고 수습을 위해 뛰어가던 정비병을 붙잡고 눈을 부릅뜨며 묻는 성준의 태도에 그는 조금 겁을 먹은 듯했다. "뭐 말씀인 가요?" "유압유 말이야 ! 왜 저런 색깔 이냐구" 잠깐동안 눈을 깜빡거리던 그는 주저 없이 대답한다. "MIL-H-5606 입니다. 색깔은 원래 주황색이지만, 산소와 접하면 저렇게 변해요. 그래서 우리들은 저걸 그냥 '피'라고 부르지요 " 그때 어깨를 잡는 사람이 있었다. 승한이었다. '진정하라구' 그의 말에 성준은 고개를 끄덕이고 잡고 있던 멱살을 풀어 주었다. "너 답지 않게 왜 그래 " 승한의 말대로 자신이 흥분해 있다는것을 인식한 그는 심호흡을 하면서 마 음을 가다듬었다. "아 뭐 그냥..잠깐 눈이 뒤집혔나 보지 빨강 색의 유압유 라니까 조금 당황했어 " 승한도 그의 말에 워커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거리기만 했다. "나도 처음엔 놀랐지 기계가 아니라, 그 뭐라고 할까..하여간 그냥 떨떠 름했는데 .." 그의 말은 별로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석유에서 뽑는다 더군 원래 항공 장비에 쓰이던 건데 점도가 우수하고 온도 압력, 마모율 등에서 꽤 만족할만한 효율을 보여 이번 전투용 워커 에 채택이 된거야" 사고 소식에 한 장교가 와서 상황을 보고 받고 있었다. 어느새 생도들이 호기심에 수십 명이 몰려 있었고, 정비병들이 소화기 등을 들고 벌써 도착해 있었다. "생도 중 한 명이 워킹 단계 연습 도중 욕심을 부렸습니다. 이제 캔터 링(cantering)단계를 배우던 중 갑자기 갤로핑(galopping)을 하려고 했 나 봅니다. 갑자기 속력을 내어 달려가다가 발이 엇갈리면서 쓰러졌어요 " 좀처럼 없지는 않지만, 젊은 생도들에겐 가끔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한다. 스피드를 즐기려는 마치 워커가 스포츠카 정도 되는 것같이 착각 하는 치들이 이런 일을 벌리곤 한다. "조종사는 무사한가?" "예. 그런 것 같습니다. 아 ! 나오는군요 " 조종사는 머리에 타박상을 입은 듯 이마에 검붉은 멍이 들었고,안전 장 치로 묶인 어깨 부근의 옷감은 심하게 찢어져 있었다.그러나 심하게 다 치진 않은 듯, 한쪽 팔을 거머쥐면서 비틀거리며 나오고 있다. "외부 조종판넬 열고,하체 보행용 개방 회로 0,1,3,4,6,7 다 닫아! 보 조 개스킷을 빨리 갖고 오고! 뭐하는거야 지금! 유압유를 퍼담을 작정인 가 " 성준은 정비병이 당황해 하는 것을 보고만 있지 못해, 다그치면서 장갑 을 끼고 워커로 다가갔다. 정비병들은 응급 사태 훈련을 충분히 받지 못한 듯 싶었다.하나에서부터 열까지 맘에 안든다. 훈련을 하다가 자신이 이 훈련소 전체를 다시 교육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자네 괜찮다면 간단하게 상황 보고를 해 주겠나?" 위생 실로 부축을 받으며 가려 던 그 조종사가 옆을 지나치려 하자 성준 이 물었다. "어제 시뮬레이션실 에서 잠깐 예습을 했습니다. 최고 속도인 갤로핑 단 계가 잘되었었는데 실제로는..." "자네 캔터링 단계를 언제부터 연습해 왔나? " "..." "얼마나 되었냐니까!" 노여움의 목소리에 그는 사색이 되어 그는 황급히 대답했다. "1 주일... 되었습니다." 후..한숨을 내쉬고 짧은 간격을 둔 성준은 그에게 타이르듯이 말을 해주 었다. "난 엠블링 단계에서 6개월 정도를 연습했었네. 그러고도 갤로핑은 전투 시에도 아주 필요할 때 외엔 쓰지 않아. 왜 그런지 알아? 수동 조종으로 서의 갤로핑은 사람이 넓이 10센치 정도 되는 널빤지에서 달리는 것과 같 아.더구나 전투 환경에선 더 많은 외부 데이터 때문에 중심 이동이 어려 워지지. 전투에서 워커가 넘어진다는게 어떤 건지 알아? " "..." "한가지만 말해 주지 워커를 또한 번 이런 식으로 다루면 이 워커처럼 피를 보게 될꺼야. 알았나? " 그의 눈을 노려보며 마지막으로 한마디 쏘아 붙였다. 잠깐동안의 침묵. 결국 조종사는 고개를 떨구고 고개를 끄덕거린다. 수리를 거의 끝내자 워커는 한쪽에서 수리 작업대에 기대어 겨우 직립 한 채 있다.'피'는 거의 닦아 아까처럼 처참한 모습은 아니었지만, 한쪽 다리가 분해되어 절름발이 인체 였다. 수리 대기 장비란 빨간딱지가 동체에 붙어 있었다. 당분간은 편하게 있 을 것이다. 하루 일과를 끝낸 성준은 닭장 출입구에서 부서진 워커를 가만히 응시 했다. "무슨 생각 하십니까? " 고개를 돌려보니 얼마전 자기에게 사인을 부탁한 소위였다. 잠깐 옛날 생각을 했었네. 부서진 워커를 보니까." "세대 차이를 느끼시나 보죠? " "그게 무슨 말인가?" "아까 다친 조종사에게 한 말을 들었습니다. 뭐 그런 식으로 얘기한 것 은 아무래도 저희 조종사들의 정신이 썩어빠졌단 생각을 갖고 계셨기 때문이 아닐까요?" "글쎄..." 그는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물었다. 재빨리 생도는 불을 붙여 주었다 한모금 깊이 빨고 천천히 내뱉었다. "내가 훈련 받을 땐 워커를 타는게 무척 기분이 좋았어. 초기 워커는 지 금처럼 중심 이동 처리가 미숙해서 상하 운동이 몸으로 느껴졌지. 그건 마치 말을 타는 기분이었어." 생도는 무슨 말인지 잘 이해가 가지 않는 눈빛이었다. "무슨 말인지 모르겟나?" "..." " 잘 보라구 사람이나 동물이나 무거운 물체가 움직일 때 중요한건 몸 체의 무게를 잘 이동해야 걸음을 옮길 수 있어. 서 있을 때 몸무게는 두 다리로 지탱되지. 근데 한쪽 발을 들었을 때는 다른 한 다리로 몸무게 전 체를 지탱하지 . 그때 몸의 무게 중심을 한쪽 다리로 옮겨져야 하잖아 ? 그렇지 않고서는 든 다리 쪽에 무게를 지탱하지 못해 쓰러지는 거지." 담배를 한 모금 더 빤 다음 그의 설명은 이어졌다. " 워커를 보게. 옛날 전차가 60톤 대 인데 비해 가벼워 졌다고는 하지 만 그래도 10톤 가량 되네 .그런 것이 두 다리로 지탱이 되고, 다시 걸 을 때는 10톤은 한 다리로 지탱을 해야지. 들은 발을 다시 착지하는데 3 초정도. 그 시간에 10톤의 무게중심을 돕기 위해 균형 추를 달아. 아무 리 그렇더라도 몸체를 어느 정도 높낮이가 변경 되야 넘어지지 않는거라 구." 생도는 조금 이해가 가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 난 그때 워커를 말처럼 다루었지. 소중히, 다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조심스럽게 다루었단 말야." " 근데요?" " 지금 생도들은 마치 기관총처럼 사람을 죽이는 병기나 스피드를 즐기 는 스포츠카처럼 생각하고 있단 말야. 고장나면 고치면 그만이다. 뭐 그 런 식으로 다루다가 넘어지면 어떻게 되겠나 ? 끝장이라구 " 그러나 더 이상은 납득이 가지 않은 듯했다. 그의 눈빛은 아직도 궁금증 에 가득 차 있었다. 더 이상의 설명을 포기했다. "타다 보면 알게 되겠지" 다시 성준은 부서진 워커를 바라보며 한마디만 말해 준다. "말은 쉴 때도 ,잠을 잘 때도 서 있네.워커도 그래 , 수리 받을 때도, 연료를 주입 받을 때에도, 대기 상태에도 항상 서 있지.워커를 스틱 갖고 노는 전투용 장난감이 아니라 살아 있는 그 자체로서 이해해 주라구. 워 커도 엄연히 오토 파일럿이라는 뇌와 워커 자체의 몸뚱어리가 있는 생물 과도 같은 무기란 말이야.." 그러나 그 이상 더 설명하려다 말을 끊었다. 자신의 몸으로 느끼기 전에는 아무리 말을 해 보았자 소용없다고 판단했 기 때문이다. 단군 : 삼성 중공업과 삼성 항공, 대우 중공업이 5년 동안의 제 작 끝에 만들어진 전투용 워커. 부스터 비행이동 방식으로 만들어진 시험 제작 2호기이다.자체 제작이라고는하나, 미국의 초기 모델 슈퍼톰과 일본의 가와사끼 중공업의 부스팅 전차(공기압으로 부상하는 공격 차량)의 얼개를 적절히 조합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기존의 워커와 틀린점은 레 일건의 화력 전달 계통이 조종사의 조종 공간과 별도로 구성되어 안전성이 높고,앙각(포구가 수평선과 이루는 각도) 90도 이상 꺾 임이 가능하기 때문에 평시에는 대공포로도 쓸 수 있도록 설계되 어 있다. 또한 자기 회절및 꺾임 제어가 가능해져 전자 장갑의 공간 번짐을 최소화시키면서 타 선진국들의 워커들과 비슷한 방 어력을 갖게 되었다. 그러나 아직까지 제일 중요한 유압유의 순 환 시스템은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어 반응속도가 느리다.기존의 전차들과의 싸움에는 상대적으로 강력한 전투력을 보여 주고 있 으나, 워커 들 간의 전투에서는 아직까지 열세인 것으로 판명되 고 있다. 불타는 눈물 (8) 표적이 잡혔다. 성준은 반사적으로 수백만 와트의 자기장에 얽매여 있는 5키로그램 짜리 포탄을 발사시켰다. 조그마한 진동이 머리 위에 있는 헬멧을 흔들었다. 1초에 3킬로미터를 날아가는 그것은 채 안정 날개를 펼 틈도 없이 표적으로 날아가 꽂힌다. 명중! 1킬로미터도 안되는 가까운 거리는 적의 전자 장갑의 피탄 경사각도 를 무시한채 상대방 워커의 몸체 안으로 파고들었다. 커다란 몸체가 바닥에 넘어지며 준 땅의 진동은 서 있던 단군의 직 립 유지 데이터값을 변화시켰다. " 최대한 동체를 낮추고 저속으로 7시 방향 이동. 이동 지뢰 3기 투하.!" 오토파일럿은 성준의 지시대로 차례로 일을 수행했다. 성준이 모는 워커 '단군'은 전자 장갑에서의 에너지 방출,포탄을 쏘 면서 에너지 펄서를 내뿜는 등의, 이미 많은 에너지를 방출했다. 아무리 전파 방해용 연막이 떠있다 하더라도 방출한 에너지 펄서는 쉽사리 자신의 위치를 가르쳐 줄 것이다. 때문에 급속히 위치를 변 경하고자 한것이다. 그러나 그는 한발 늦은 것 같다고 생각했다. 단군이 있던 곳에서 네블록 떨어진 남쪽에서 빠른속도로 이동하는 것은 육안으로 보일 정도로 급속히 다가오고 있던 것이다. 곧 그것은 두개의 검은 물체를 자신 쪽으로 발사했다. 미사일. 생각할 겨를도 없이 성준은 겨냥을 하지도 않은채, 그쪽으로 향해 있던 레일건의 포구를 통해 공전탄을 발사했다. 그 포탄은 레일건의 포구에서 나오는 동시, 커다란 날개를 펴며 회 전을 시작했다. 회전은 포탄이 지나간 곳을 커다란 진공 상태를 만들어 버렸고,진공 을 메우기 위해 주위의 대기가 커다란 혼란을 일으켰다. 그 영향으로 발사된 미사일은 성준이 몰고 있는 워커 바로 앞부분에 서 뒤로 물러나면서 폭파해 버린다. 공전탄은 적에게 피해를 주기보다는 이러한 미사일 교란이나 광범위 한 지역에 대인 살상용으로 개발한 것이라, 상대 워커에게는 포탄이 제대로 가기도 힘든다. 그러나 공전탄을 공격으로 의식한 것일까? 2 차 공격을 하지도 않은채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어디 갔지 ? ' 어디 갔을까. 성준은 앞 부근에 있을법 한 적을 관찰하기 위해 모든 탐지 장치의 전방 탐색 도표를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단군, 경로 추적했나? 추측 이동 경로를 보여 줘" 그러나 그럴 사이도 없었다. 후방 스크린에 두개의 건물 사이로 워커가 보였다. 이런 ! 두대 였구나. 아차 하는 순간 강한 진동이 그의 척추를 뒤흔들었다. 조종석 내부 의 계기판이 요란스럽게 발광을 해대자 성준은 그것을 침착하게 안정 시키느라 애를 먹는다. 레일건의 포탄을 맞는다는 것은 괴로운일 이었다. 시뮬레이션실에서 지금까지 수도 없이 맞아 보았지만 그 지옥과도 같은 고통을 오늘도 맛보아야 하다니. 적의 레일건은 외부 전자장갑을 꿰뚫고 왼쪽 보행 시스템을 완전 파 괴시켜 버리면서 성준이 몰고있던 단군을 �ß뭣賈謙� 질질 끌고 갔다. 중심을 잡으려고 부스터의 출력을 높여 보았지만, 그것도 다 박살이 난 듯 꿈쩍도 안했다.결국 단군은 땅으로 내팽겨쳐지고 말았다. 워커의 몸체가 쓰러지고 구른다는 것은 조종사에겐 거의 생명의 위 협이다. "단군. 전투력 100퍼센트 상실. 전투 끝." 꼬리뼈 끝까지 몸속에 들어 있는 이산화탄소를 토해 내기 위해 그는 깊은 심호흡을 했다. 시뮬레이션실에서의 전투는 질 때는 항상 절벽 에 곤두박질하고 난 기분이다. 지든 이기든 기분은 항상 똑같다. 실 제 전투가 아니어서 그런 것일까. 해치가 열리고 성준은 토할 것 같은 욕구를 억지로 참으며 조종석에 서 내려온다. 6대의 모의 시뮬레이션 동체중 성준까지 포함해서 모두 4대가 쓰러 진 자세로 멈춰 서 있는 것이 보였다. 8개의 고정식 구동장치가 거미처럼 다리를 뻗어 몸체를 'X' 자 형 태로 고정시키고 있다. 귀에 붙어 있던 평형 기관 자극 기를 꺼내었 다. 이것에 전기적 자극을 주어 시뮬레이션 구동장치가 하지 못하는 일을 대신 해준다. 예를 들면 몇번이고 구르는 것은 시뮬레이션 구동 장치가 해주지 못하므로 대신 평형 기관을 조절, 조종사에게 그런 느 낌이 들도록 자극을 주는 것이다. 끼고 싶지 않았지만 수칙이라 어쩔수 없었다. 다른 생도 한명이, 방금 성준과의 싸움에서 패배한 생도였던 것 같 았다. 그는 워커의 요동에 못 이겨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채 의사의 진찰을 받고 있었다.자신이 훈련하던 옛 생각이 났다. 마주 보이는 방으로 들어갔다. 모의 전투 퉁제실 은 이미 끝난 워커들의 상태 조정을 하던 사람들 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다른 워커들 간의 전투를 대형 스크린으로 주시하고 있었다.화면에는 헬리콥터에서 내려다보는 듯이 거리의 위 쪽에서 3대의 단군을 또렷이 보여 주고 있었다. 그곳에서 승한 은 아직까지도 1기 생도와 싸우고 있었다. '한 성준 이 병신 같은 놈. 1기 생도들에게 지다니. 미사일만 쏘고 도망갔다면 충분히 그 이유를 파악하고 경계를 철저히 했어야 하는 데, 이거야 원. 체면이 서질 않는군.' 승한이 열심히 싸우는 것을 보고 그는 조금 샘이 났다. 아니 열등감 인지도 모른다. "수고하셨읍니다.어쨌든 대단하던데요? 그 워커를 그 정도 거리에서 도 쏠 줄은 몰랐습니다. 미사일로도 충분 할텐데 폭발한후의 피해는 전혀 무시할 줄이야." 확실한게 좋으니까 그러나 성준은 굳이 지난일을 들먹이기 싫어, 입술을 움직이지는 않 았다. 그냥 미소만 지으며 남은 상황을 보기 위해 수십 개의 상황 스 크린이 붙어 있는 좌측 벽면으로 시선을 옮겼다. 승한은 남아 있는 2대, 2호기인 '태호씨'라는 모의 중국 워커와, 4 호기 즉,일본 워커 '미야자끼'를 상대하기 위해 열심히 정보를 모으 고 있었다. 도시 위쪽에서 본 카메라에는 승한이 타고 있는 워커의 뒤쪽으로 500 여 미터 떨어진곳에 그 두대가 서서히 다가오고 있었다. 노이즈 메이커(소음 발생기 : 적에게 위치를 교란시키기 위해 소음을 만드는 발생 장치)는 강아지처럼 줄에 연결이 되어 10여 미터 정도 앞에서 주인을 보호하고 있었다. 승한은 땅의 진동과 대기의 흐름, 에너지 변화 등을 부지런히 체크하면서 적을 기다렸다. 생도들도 불안하긴 마찬가지였다. 2대 1이긴 하나 승한은 10 년 이상 용병을 지낸 프로,자신들은 아직 햇병아리 아닌가. 게다가 생도들은 자신들의 위치에서 확실하게 승한이 탄 워커 '환' 의 위치를 확실하게 알수가 없었다. 단지 발연탄에서 나오는 연막의 밀도가 제일 높은곳을 중심으로 수 색을 하는 형편이었다. 그에 반해 승한은 아까 성준의 전투에서 데이터를 모아 이미 2대의 워커가 있는곳을 확실히 알고 있을뿐 아니라 다가오는 경로를 다른 정보들과 같이 분석해서 대강의 작전을 짤 수 있는 여유까지 보이고 있었다. 30여분이 지난후 '태호씨'가 전파 방해 연막이 모여 있는 3개의 블 록중 한곳으로 들어섰다.태호씨는 너무 조급했다. 전투 경험이 없는 지라, 조급 한마음을 안정시키기엔 역부족이었을까? 적의 위치를 언 제까지 모른체 기다릴수 없었는지, 레일건을 허공을 향해 오 조준을 하고 공전탄을 발사했다. '꼬마 폭풍'이라는 별명을 가진 탄두는 곧장 허공을 가르며 주위의 대기를 어지럽혔다. 전파 방해 연막이 이리저리 흩어지자 '태호씨'의 조종사는 어느 정 도 육안을 식별할수 있게 되었다. 그때까지 승한은 아무거나 발사해 주어 위치를 확실하게 나타내어 주길 바랬는데 그 끈질김이 이겼다. '태호씨'의 위치를 정확하게 파 악할 수 있었다. 승한은 양쪽 어깨에 장착되어 있는 지름 200mm 의 유도 미사일 2개 의 추적 프로그램의 경로 결정을 끝냈다. 추적 속도를 기존에서 삼분 의 이 정도로 하고 발사시킨다. 조그마한 진동이 옆구리로 느껴졌다. 기역자 형태로 꺾인 블록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미사일에 놀란 2호기 는 상당히 당황했다. 점점 다가오는 미사일은 비록 영상 모의 장비에서 나오는 것이긴 했 지만, 크기가 점점 커가며, 쿠우우 하고 나오는 엔진음은 두려움을 주기엔 충분했다. 조종석을 비추고 있는 화면에 겁에 질린 듯 동공이 확대된 생도의 얼굴이 마냥 재미있었다. 통제 실에 있던 사람들 모두가 그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뭐해 빨리 채프를 뿌리지 않고 !"한 생도가 보다못해 소리를 질렀 다.그만큼, 통제실안은 시뮬레이터안의 싸움만큼이나 열기가 달아오 르고 있었다. 채프를 뿌리자 마자 미사일은 자신들의 데이터에 혼란을 일으키며 눈부신 섬광을 발하고 폭발했다. 그러나 승한은 그것에 개의치않고 이미 자신이 타고 있는 '환'에게 명령해 다른 미사일을 발사해 놓은 상태였다. 조금 있자 생도에게는 뒤이어 미사일이 또 날아오고 있었 다. 이미 뿌렸던 채프들은 흩날리며 간격이 넓어져 미사일의 목표가 되질 못했다. 보다 더 큰, 뜨거운 열기를 내뿜는 노즐을 가진 워커를 목표로 한 채 곧장 다가오고 있었다. 도망가던 '태호씨'가 교차로를 막 지나려는 찰나, 우측 도로에서 갑자기 '펑' 하는 소리와 함께 파 편이 '태호씨' 옆에서 날아 왔다. 승한이 프로그래밍 해 놓은대로 그 것은 태호씨가 가는 길목을 앞질러서 좌측으로의 길을 터놓기 위해서 우측에서 터진 것이다. 예상대로 미야자끼 는 당황한 나머지 파편을 피하기 위해 좌측 도로로 경로를 따라 도망쳤다. 태호씨를 타고있는 2기생도는 태호씨가 몸체를 돌리자 눈앞에 있는 광경을 보고 기절할뻔 했다. 화면 가득히 환의 몸뚱어리가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승한은 여유있게 레일건을 발사한다. 달려오는 가속도에 정면으로 날아가는 포탄은 태호씨에게 섬광만을 화면 가득히 뿌려 주었다. 태호씨의 시뮬레이터도 구동장치들이 바람 빠진 튜브처럼 맥없이 정 지한다. 2기생도는 불쾌함을 얼굴 가득히 드러내며 겨우 그곳에서 내 려왔다.좋은 기회였는데 매우 아까운듯한 표정이다 승한은 남은 미야자끼 를 잡기 위해 다시 데이터를 모으기 시작했 다. 레일건 : 탄환을 2대의 도전용 레일 사이에서 가속하여 쏘는 포.원리는 리니어 모터와 동일하다. 속도는 100km/초 나 되는데, 대기권 안에서는 공기의 저항때문에 3km/초 가량 된다. SDI 계획의 발족에 즈음하여 궤도 상(우주 공간)의 탄도미사일 방위(BMO) 시스템의 하나로 서 주목을 받게 되었다. 우주 공간 설치형인 경우, 그 사정 거리는 1,000km/초 이상이 된다. 핵탄두를 사용하지 않고 운동 에너지만으로 목표를 파괴할수 있는 고속 입자 병기. 대출력 발전 장치의 문제 등으로 실용화하는데 문제가 있었으나, 초전도 축전 원리에 의해 순간적으로 수백만 키로 와트를 발 생시키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대 전차 용으로 개발이 되었다. 전차와 같 은 저고도 포탑 에서는 탄도의 비행 궤도가 낮아, 발사시 최소 4m 이상 이어야지 만이 아군에도 피해를 주지 않기 때문에 워커와 같은 고 포탑 을 가진 지상 병기만 탑재할수 있다. 때문에, 미국의 MD 사에서 초기 워 커가 개발되는 배경에는 무리한 레일건의 탑재 때문이라는 것이 중론이 다.그러나 제 5세대 전차의 개발 계획으로서는 2020년 이후부터의 전자 장갑을 격파하는데 고속 입자 병기 즉, 전자포 '레일건' 의 탑재는 불가 결한 것이었다. 불타는 눈물 (9) 의사에게 진찰을 받으면서 승한은 계속 투덜거렸다. "도대체 이 교육장은 워커 타는법을 가르치는거야, 똥개 모는 법을 훈련시 키는거야! " 승한은 전투 후에 몸이 성한곳이 없다. 거칠게 운전하는 그의 성격 때문에 모의 전투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때문에 그의 모의 조종 장치의 구동력은 항상 다른 것보다 십분의 일 정도를 줄이고,귀에 다는 평형감각 조종기도 그정도로 줄인다.그래도 안심이 안되어 성준은 억지로 진찰을 받게 하는 것 이다. 승한은 아직도 투덜대었다.생도들과의 싸움이 계속 맘에 안드는 모양이었 다. 그도 그랬다. 마지막 미야자끼와의 싸움은 너무 어이없이 끝났기 때문 이다. 지레 겁을 먹은 미야자끼는 승한의 접근에 도망가다가 이동지뢰에 당해 넘 어지고 말았다. 그러고는 일어날 생각도 못한채 모의 조종 장치 안에서 그 만 기절해 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수도 없이 해온 모의 전투지만 이런 경우 는 처음이었기에 승한이 화가 난것도 무리는 아니니라. "전투 성적이 나왔습니다." 성준의 앞에 삼 색깔로 채색된 성적 기록 표가 내밀어 진다. 그것을 볼때마다 ��Ŀ짠다. 항상 실전에서 싸울�㎣� 보다 감이 덜오는 모의 시 뮬레이터 안에서의 성적은 항상 생도들과 그리 다르지 않다. 대응 속도,외부 환경감지능력,작전 데이터의 선택도 등등..성준이 그것들 말고 전투에서 이길수 있었던 것은 오직,경험과 워커를 모는 감이 있는것 뿐이다. 그 감은 비록 실제 워커 보단 못했지만 생도들보다는 빨리 알아채는 편이 기 때문에 고참답게 여유 있게 이기기도 하지만, 오늘만 해도 봐라! 생도들 단 두명 덕분에 황천으로 가지 않았는가! 그런 모의 훈련 성적인 반면, 실전에는 강했다. 컴퓨터 그래픽과 같은 모의 영상과 시뮬레이터의 구동기에 의한 감각보다 실 모의 전투나,브라질 삼림 보호 전쟁,미국 내의 반교도의 진압 전투에 있 어서 우수한 실력을 과시했었다.그런 대도 이런 시뮬레이터에 쳐 박혀서 연 습하는 것은 자신을 포함한 6대의 워커가 면적 44제곱 키로 미터 영종도란 감옥에서 자기편만이 살아남도록 싸우는 것에 적응을 하기 위한것 뿐이었 다. 앞으로 3개월 남짓.. 아직 작전 시나리오도 짜지 않았는데... 성준과 승한은 아직 걱정이 태산같았다. 무엇보다도 적의 재원과 성능을 알아야 작전 시나리오를 짜는데 그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무엇이고 간에 비밀이라 시나리오 짠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단지 짤 수 있다면 어느 위치에 워커 단군과 환이 떨어지더라도 적들보다 유리한 위 치에서 적을 기다리는 것 뿐이다. "뭘 그리 골똘히 생각해?" 탁치는 소리와 함께 어깨가 울렸다 승한은 치던 손이 조금 저렸는지 오른 손을 흔들어 댔다. " 이거 야단났어 도대체 저런 병아리들을 바라보고 미끼 모토를 대비한 연 습을 해야 하니..." 조금 찡그러진 성준의 얼굴에 그는 한숨을 쉬더니 그를 바라보며 계속 지 껄인다. "됐어 이 녀석. 아직까지 과거 그림자 속에 묻혀 있지 마. 그럴수록 넌 이 성을 잃고 전투에 이기기 힘들어. " "어차피 이기기 힘든데 뭐. 브라질 전투때 기억 안나? 목숨 건진것만 해도 절해야 할 판인데." "그렇다고 그 녀석을 보자마자 절할 셈이야?" "농담하지마. 진짜 본다면 그놈 제삿날이 될거야." 코웃음을 치며 승한은 사라진다. 제길.. 10 년 전 백두산에서 공산군 게릴라들을 소탕할 때였다. 우리나라 최초로 워커를 투입한 전투였기에 워커 개발 담당이었던 성준의 아버지는 그 전투 후방에서 참여했었다. 그 전투에는 성준과 배다른 동생 미끼모토가 서로 소속이 다른,한쪽은 한 국 육군,다른 한쪽은 자위대 소속으로 참여했었는데,전투가 거의 끝난, 게 릴라들을 거의 소탕한 저녁 무렵,아군 쪽으로 한발의 공전탄이 발사되었다. 미끼모토가 몰던 재칼에서 발사되었던 것이다. 항복하려고 아군 쪽으로 오던 적군을 공격하려는 것으로 착각해서 그랬다 고 한다. 때문에 미끼모토는 군법회의에서 그냥 풀려났지만, 성준은 그것 이 오발이 아니라 고의 였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어려서부터 잔인한 성격인 그는 기회만 오면 생물체를 죽이는 것을 즐겼 다. 그것도 잔인하게.. 공전탄은 그 전투 바로 전에 개발된 것으로 종교 집단이나 마약중독으로 인해 거의 생포가 불가능한 적들을 쉽게 저지시키기 위해 개발된 무기 였 다.그래서 그 전투에서는 한번도 쓰이지 않은, 저항이 그리 거세지 않았던 전투였다. 그러나 미끼모토가 그것의 위력을 알고서 써 보고 싶어 안달이었 던 것을 그는 잘 알고 있다. 마침내 그는 그것을 썼고, 그 덕분에 아군의 일부와 함께 자신의 아버지를 공전 폭풍 저 멀리로 사라뜨려 버린 것이다. 그 뿐인가? 일본으로 돌아간 그는 아버지의 사망 소식에 병중으로 쓰러진 어머니를 돌 보지 않고 애인과 놀아나다 간접적으로 어머님마저 돌아가시게 만들었다. 미끼모토 자신의 성격으로 성준의 부모님, 자신의 부모님을 저 세상으로 먼저 보낸 것이다. 장례식 이후로 그는 미끼모토를 본적이 없었다. 그러다가 브라질 전투때 성준은 미군과 함께 UN군으로, 일본의 자위대에 소속된 성준과 다시 재회했다. 결과는 적응을 잘한 미끼모토의 승리로 돌아갔다.유엔군은 비가 오는 우림 지역에서 미리 전투 훈련을 마치고 온 자위대에 여지없이 패했던 것이다. 다행히 성준의 워커는 전투 지역 후방 쪽에서 전투에 참가하려는 찰나 레일 건의 세례를 받아 겨우 목숨만은 건질 수 있었다.그러나 그것은 정면으로 부�┥봤틈摸�? 그래도 성준은 자신이 없었다. 훈련때 그의 실적을 보아 왔기 때문이다. 그 녀석은 기계야. 사람이 아니라.. 조종 솜씨는 거의 기계라고 불릴만 했다. 그 당시 워커들의 느린 반응속도 를 그의 놀라운 운동신경이 커버했기 때문에 그는 지금까지도 세계적으로 유명한 워킹파이터였다. 지금은 오토파일럿이 조종을 대신 해주어서 기동성은 차이가 좁혀졌지만, 유연성과 대담성,그리고 놀랄만한 여유.. 항상 끝까지 가능성을 가지고 전투에 임하는 끈질김에 그는 항상 동생의 저력에 존경을 해 왔었던 것이다. 지직 거리며, 손목에 있는 호출기에서 신호음이 들렸다. "한성준 대령 지금 내방으로 와주게" 경례를 붙이고 호출기를 껐다. 승한은 비행 조종을 익힐테니 볼일보고 오라 는 소리와 함께 노계방으로 사라졌다. 시뮬레이터에서 흘린땀을 닦으러 수건을 집어들고 그는 사령관실로 발걸음 을 옮겼다.가다가 흘끔 뒤를 돌아보았다. 자신을 멍하니 쳐다보던 1기생도 들은 부끄러운 듯 고개를 돌렸다. 훗,나도 저런 적이 있었지? 다음부터 저놈들의 모의 워커들에게 전투 재원을 10퍼센트 늘려 달라고 그 래야지. 그러면 아마 승한도 좀 싸우는데 긴장 감이 들고 재밌다고 하겠지. 난 좀 힘들겠지만.. 유압유 : 중장비등,강한 힘으로 짐을 운반,파괴,가공 등의 작업 을 할때 동력기관에서 나온 에너지를 운동에너지로 변환, 전달함 에 있어서 필요한 액체. 이일을 할수 있는 것은 비 압축성으로 전달하려는 에너지를 가장 손실이 적게 옮기기 때문인데, 갇혀 있는 액체의 일부에 힘을 가하면 나머지 part에서도 똑같은 힘이 전달된다는 파스칼의 법칙을 따른 것이다.일정 비율의 점도(끈끈 한 정도)가 필요하기 때문에 석유등에서 뽑아 쓰는 기름 등이 많 이 쓰이는데, 보통 중장비의 작업 환경 즉, 습도,온도,그리고 적 응성 등을 고려해 다시 가공되어 쓰인다. 불타는 눈물 (10) "자, 투영체를 보면서 설명 들으시기 바랍니다." 전자식 디스플레이가 되는 브리핑 전용의 입체 투영상이 10여명의 시 선으로 집중이 되었다. 투영체는 워커의 옆 단면도가 부분적으로 나오면서 다리 부분에서 유 압력이 순환하는 과정과, 그에 따라 다리가 접혀지면서 보행을 하는 과정이 보이기 시작한다. 생도들은 의자에서 호기심 어린 눈빛을 반짝이며 가리키는 곳을 주 시한다.갓 태어난 병아리,아직 날개도 양수에 젖은 채로 계속 퍼덕거 리며, 처음 보는 세상을 호기심 어린눈으로 두리번 거리고 있는 것 처럼... 성준 에게는 그보다 재미있는 것은 없었다. "1 차로 외계 센서중, 시각센서 에 의해 이루어지는 정보로 보행 경 로를 판단합니다. 그 다음은 압력센서로 풍향,기압을 감지, 이것으로 서 무게 중심 이동과 동체 기울기,자세 제어에 중요한 정보를 형성 보행 정보시스템에 옮겨집니다." 한쪽 발을 옮기며,워커의 중심이 직립해 있는 다리 쪽으로 옮겨지는 것이 느린 동작으로 나타난다.생도들의 얼굴에서 흰자위가 이리저리 밀린다.까만 눈동자들이 유압유의 흐름에 따라 이리저리 구르는 것이 전자 오락의 조종간을 잡은것같은 즐거운 기분이 든다. 그러나 그들 의 얼굴은 아직도 이해가 부족한 얼굴이었다. 안되겠다고 생각한 그는, 투영체의 카메라 엥글과 개수를 다시 조종 했다. 입체 투영 이라지만 한쪽에 몰려 앉아 있는 그들에게는 단면도로 보 는 것이나 다름이 없기 때문에 중심 이동을 이해하는데 별로 도움을 주지 못할 것 같았다. 곧 투영체를 비추던 광원은 셋으로 나뉘어 카메라를 위 ,옆 ,정면 이렇게 3개 지점에서 본것처럼 이동시켰다. 카메라의 위치에 따라 3 개로 분리되어 나타난 투영체는 빠른 계산으로 만들어진 레이저로 비 추기 때문에 계산상의 문제로 속도가 빠르지 못해 실제 감을 주진 못 했지만 생도들에게 더 이해를 쉽게 하리라. 무게 중심을 가리키는 청록색의 굵은점 3 개가 각기 투영체의 몸안 에서 천천히 이동한다. "2 차 정보는 들어올린 발을 내디딜때 지형의 안정도 ,마찰계수, 지 압력, 그리고 무게 중심 이전 시간에 따른 9 자유도에 관절 벌림 각 도 등을 계산합니다. 다시 화면에는 중심점의 이동과 같이 워커의 발걸음, 관절의 각도 벌림 과정 등과함께, 기본 데이터를 주어 연산하는 과정이 화면 구석 에서 재빠르게 돌아가고 있었다. " 다음 발의 이동시 보폭과 그밖에 데이터를 보내 줌과 동시에 몸의 무게 중심 이동에 도움을 줍니다." 3차원 투영기의 조작,생도들의 눈치 속에 설명,유압유의 흐름에 호 흡을 맞추어 함께하는 설명, 그것은 워커를 몰던것보다 더욱 어려웠 다. '후..생각보다 힘든데 ?' 사령관실로 들어가서 들은 것은 그때 생각으로는 상당히 간단한 제 의 였다. 생도들에게 워커의 보행 이론에 대해 간단한 세미나를 열어 달라는, 그리 어렵지 않겟거니 하고 생각했는데, 막상 일이 닥치고 나서는 이틀 밤을 새고 원고 준비를 하는 등 깨나 신경 쓰이는 일이 었다. 사실 이것은 경험이 부족한 그들에게 기초적인 사항을 핑계되고 실 전에 있어서의 간단한 여담으로 긴장을 풀어지기 위함이었으리라. 그 런데 그것을 설명하는 나는 스트레스 받는 것을 생각도 안하나? 젠 장. 다음부터 이런 제의가 들어온다면 단연코 사양하리라. "3 차 정보는 완전한 발 착지와 무게 중심 이동 경로가 잡힌후,다음 으로 넘겨줄 1차 정보에 대한 기초 자료를 정리,평균 주행시간,거리 등의 통괄적인 정보를 계산, 얻어냅니다." 그냥 손에 쥔 원고를 나름대로 읽어 나가기 바빴다. 그런대로 3차원 영상 스크린의 교육 효과는 있었다. 무게중심의 이동 과정을 그래픽 으로 보여 주니.이해가 빠른 것 같았다. "질문 있습니까 ? " 한 생도가 손을 든다. "워커가 보통 걸음이 일 때 그 많은 연산을 한다면, 빠른 속도로 구 보를 할 때에는 그 많은 연산을 어떻게 합니까 ? 연산 속도가 더 빨 라집니까? " 질문은 생각보다 쉬웠다. "보행을 한다면 무게 중심 이동시 이동 시간이 2초 내지 3초정도 걸 립니다. 그 시간이면 위험한 무게 중심의 위치가 있을때 넘어지겠죠. 그러나 구보시 에는 무게중심 이동 시간은 1초도 걸리지 않죠. 그래 서 무게중심은 그렇게 정확할 필요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만큼 무 게 중심 이동은 빠르게 이동하기 때문에 넘어질 정도의 심한 무게중 심의 위치가 되기도 전에 이동하고, 또 이동합니다. 그런 반복적인 순환은 일일이 데이터 계산은 하지 않고 기존의 지형 판단 프로그램 에 따른 무게 중심 이동을 합니다. 이런 연산을 하지 않은 것들도 있 는 반면 연산을 하는 것들도 있는데,그것들은 구보 전의 보행때 보 행해석을 바탕으로 연산합니다. 그만큼 연산 수식이 간단해 지죠. 요 새 워커들 즉, '단군'같은 경우에는 갤로핑 단계에서도 불규칙한 지 형일 때에는 그러한 보행해석을 충분히 한 다음 간단해진 정보를 갖 고 연산을 합니다." 자신이 갖고 있는 지식의 전달이란 것은 귀찮지만은 않은 것 같다. 생도들에게 도움도 되고 자신의 긴장도 조금은 풀리는 것 같았다.준 비한 대본의 설명이 끝나자 자신이 갖고 있는 지식을 자유스럽게 전 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작할 때보다 얼굴의 근육이 풀림을 느낀 다. 또 한 생도가 손을 들고 질문을 했다. "넘어질 때 제일 빠른 대응은 어떤 겁니까?" "죽는겁니다." 간단한 대답. 그러나 생도들은 그 대답에 허리를 꺾으며 웃어 재낀 다. 제길,농담으로 한건 아닌데. "마음대로 생각하세요 그러나 직접 타보고, 모의 훈련을 한다면 그 말이 결코 농담이 아니란걸 알겁니다. 워커의 개발 당시 제일 중요한 것은 '2족 보행 전투 병기'로서의 안정성입니다. 항상 적에게 포를 겨눠야 하기 때문이죠. 근데 넘어진다는 것은 쉽게 말해 적 앞에서 등을 돌리고 있는 것과 다를게 없는거죠. 아니,적이 있는곳에서 낮잠 을 잔다는게 더 나은 표현입니다.때문에 미국의 MD사는 초기 모델에 서 땅에 넘어지기 힘들도록 발 면적을 넓혀 접지압을 줄이려고 애썼 죠. 그럴수록 무게중심의 이동 폭이 줄어, 안정되니까요. 그러나 발 의 면적이 넓으면 넓을수록 보폭이 줄고,기동성과 보행속도가 떨어집 니다. 때문에 가변족(可變足) 형태로서 즉,땅에 접지후에 발을 들어 올림과 동시에 전후 길이가 줄어들어 보폭을 넓히고 다시 땅에 착지 시에는 전후로 길어져 안정감을 늘이는 것이 나오긴 했지만, 가장 많 은 하중을 갖고 있는 발부분을 움직인다는게 너무 효율성이 떨어질 정도로 문제가 많아 채택되지 못했습니다. 가장 이상적인 형태는 새들처럼 발가락이 있는 것입니다. 가장 적은 면적으로 가장 이상적인 무게 중심 지지 역할을 하니까요. 지금 워커 들을 본적 있죠? 그것들도 전후 2개씩 4개의 길다란 판넬이 달렸는데 이것이 그 발가락 역할을 합니다. 그 방식을 채택함으로서 유아 수준 에서 어른 수준으로 높아지긴 했지만, 그래도 넘어지는 경우에는, 그 리고 전투중일때는...일단 자신이 넘어진 상황을 파악합니다. 적이 자신이 넘어졌다는 것을 알아 차렸을 때는 99 퍼센트 전투에서 패한 것이고, 어쨌든 자신의 피해와 상관없이 넘어진 채로 공전탄을 발사 하고 연막과 미사일, 마네킨, 이동지뢰등을 주위에서 마구 자폭시켜 적에게 최대의 데이터 교란을 줍니다. 그 다음에는 자동적으로 워커 가 빠르게 직립할수 있도록 자세 제어만 하면 되지요. 단군과 같이, 접근전과 빠른 직립을 위해 팔이 달린 것이 있다면 좋 겟지만, 여러분의 연습용 워커는 그런 것이 없으니까 그런것에 기댈 생각은 말아 주십시오." 단군과 환은 워커 답지 않게 조그마한 7 자유도의 팔이 달려 있다. 이건 기존의 워커들도 부분적으로 장착이 되어있긴하지만,직립시 동 체의 하중을 보조하기 위해 있는 정도 였는데 단군은 그것 말고도 접근전에 대비하고 있다. 그런 얘기 까진 필요 없겟지. 생도들은 질문 시간이 더 열기가 더해 갔다. 성준 자신도 이런 반응 에 놀라는 반면 이런 상황이 재미있어졌다. 질문을 받으면서 성준은 컵을 입가에 갖다 세미나가 끝난것은 오후 5시를 겨우 넘어서였다. 시원하구나. 성준은 바닷가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올라가 고정되어 있는 의자에 앉아 바다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전투. 생각보다 너무 어려워지고 어깨가 무거워 지고 있다. 삼성 항공과 대우 중공업 측에서는 무슨 일이 있어도 승리를 해야 하는 입장이었 기에 계속해서 오토파일럿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에 부정 수리와 업그레이드가 지속되고 있었고,그에 따라 하루가 다르게 워커는 변모 하고 있었다.조종사에겐 너무 어려운 것이다.가뜩이나 호흡을 맞추기 도 어려운데 그 호흡을 맞추기도 전에 그들, 단군과 환은 빠르게 자 라나고 있는 것이다. 전투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이러한 짓은 무모한 것이다. 그러나 그 들 나름대로의 욕심과 명예는, 성준과 승한의 요구를 정말이지 비참 할 정도로 묵살하고 있었다. 이번 전투는 한, 중,일의 각 나라들이 자신들의 방산(방위산업)업체 들 간의 전투용 워커의 이권 다툼이자,실 과학력을 과시하기 위한 기 술력 우위를 다투는 '기술 전쟁' 이기 때문에 조종사는 둘째라고 생 각하는 멍청한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 뿐인가 ? 중국과 일본에게 기대했던 스파이들의 정보 수집은 실패로 돌아갔고,오히려 이쪽의 워커들의 정보가 누설된것 같다는 소 식이 들어왔다. 물론 신뢰도는 낮았지만, 그것만 해도 성준과 승한에 게는 큰 부담이 되는 것이다. 이 전투가 끝나면... 미국의 4 개 주에서 경찰 지원 병력용 워커에 대해 50퍼센트의 비율 로 제작 지분을 갖게 되는 프로젝트가 시작된다. 그 뿐이랴. 한국의 통합 정부와 일본,그리고 극지방 개발을 의뢰하는 극지방 국가들에 극한 지역용 중장비 개발 프로젝트가 내년에 동시에 터져 버리는 것 이다. 때문에 이곳의 싸움은 각 나라들의 워커 개발사들에겐, 다음 세대들 에게 물려줄 수도 있는 강대국 의로의 비상에 버금가는 경주인 것이 다. 그러나 성준에겐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 동생과의 싸움이다. 모의 전투 라지만 전의 전적을 봐서 생명을 잃을 수도 있는 위험한 경기다. 배다른 동생.그것도 원한을 가진 관계가 서로 다른, 온 역사의 감정 을 안은 두나라의 국적을 달리 가진채 임하는 전투. 누구를 위한 전투가 될 것인가 ? 나 ? 국가 ? 아니면 이것을 만든 대우나 삼성 ? 아니면 그 핵심 부품을 만들어 줄 이웃의 섬나라에게 절을 해야 하나 ? 해가 질때마다 성준은 중압감을 느끼며 자신의 무력함을 원망한다. 이런 모든 갈등에서 벗어나 애인인 미영의 품에 숨어 버리고 싶었다. '이러면 안돼' 고개를 가로 저으며 눈을 감았다. '어두운 마음은 어둠 속으로!' 자신의 좌우명을 되새기며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궁궁 거리는 땅울림이 조금씩 그의 어깨를 흔들고 있다. 훈련을 마 친 생도들이 워커를 몰고 서서히 달려오고 있었다. 아직 병아리들처럼 트로팅 단계로 오는 것은 섬 위쪽에서 보는 성준 으로서는 그들이 정말이지 페인트로 노랗게만 안 칠했을 뿐이지 영락 없는 병아리다. 엄마 찾아 쫑알쫑알 거리며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것 이다. 보라. 저 삐뚤어진 정렬선과 호흡도 맞지 않는 발걸음을.트로팅 망 아지가 천천히 뛰는정도인 속도이지만 갓 태어난 망아지도 저렇게 뒤 뚱거리며 뛰진 않으리라. 그러나 지금 내려다 보이는 것처럼 우스은것도 땅위에서 워커를 보 는 것은 천지 차이다. 워커는 레일건과 같은 강력한 화력을 바탕으로 한 지상 주력 화기이 지만 그것과 동시에 적군에게 심리적 압박감을 주는 심리 병기이다. 1920년대 처음 만들어진 영국 전차가 그랬던 것처럼 적군에게 심리 적으로 커다란 충격을 주기에 충분한,위압감을 주는 거인과도 같은 적인 것이다. 인간의 신장에 3배 가까운 높이에서의 저각(低角) 사격 은 적군들에게 비행기와 같이 고각(高角) 사격을 해야만 했기 때문에 비행기만큼이나 적들에게 부담이 되었고 게다가 초기에는 다리만 달 렸을 뿐이지 전차와 거의 비숫한 형태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40 여 톤 가까운 전차가 머리 위에서 포탄과 기관총을 쏘아 댄다는 그 위압 감으로 인해 워커가 투입되면 총 한번 쏘지 못하고 항복해 버리는 우 스운 결과로 끝나고 말았다. 이때의 워커들은 관절 부분이 상당히 취 약해서 20mm경기관총으로만 맞아도 꼼짝없이 보행 불능이 되어 버릴 수 있는 그야말로 가장 비싸게 만들어진 형편없는 병기 라는 것을 대 부분의 군인들은 익히 알면서도 감히 워커를 마주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육중한 위용을 자랑하는 것들이 지금 아래에선 병아리처럼 동 체 후부를 뒤뚱거리면서 걷고 있는 것을 보니 우습지 않을 수가 없었 다. '하루빨리 비행 이동 연습을 마쳐야지.' 저렇게 연습하는 생도들의 노력에 자신도 뒤지지 말아야 한다. 성준은 뛰어내려갔다.군화 발에 땅이 비명을 지르며 흙먼지를 뒤로 토해내는것에 아랑곳 않고 그는 노계방으로 달려갔다. 전자 장갑 : 파괴적인 외부 힘에 대응하기 위해 만들어진 전차의 5 세 대 장갑. 전자장이 극 간에 있어서 공간 상에 균형을 이루는 힘을 이 용해 만든 벽. 통상 30메가쥴(Mega-Joule) 이상의 강한 파괴력을 갖고 있는 레일건과 같은 고 에너지 병기를 막기 위해 만들어짐. 기존의 금 속 같은 물질로 파괴 에너지에 대응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기에, 만들어 진 대응 체제로서 금속과 달리 전자장이라는 고 에너지를 전차 외부에 두텁게 형성하기 때문에 에너지 소비와 각종 전자 기기의 혼란,자이로 손상등 개발 초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으나 차차 극복되면서 지금은 워커와 같은 지상 병기 등에 있어서 강한 장갑 체제로 일반화되고 있 다.(Mega:10의 6승. Joule:일 천만 에르그(Erg). Erg:에너지 단위,1 Dyne 의 힘이 작용하여 물체를 1cm움직이는 일의 양. Dyne:힘의 단위 로 질량 1g 의 물체에 작용하여 매초 1cm의 가속도를 생기게 하는 힘.) 불타는 눈물 (11) 생각보다 어려웠다. 말이 부스터로의 이동 방식이지 이건 완전히 비행기를 모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그것도 비행기도 아니고 중력 감을 느끼지도 못하는, 제자리에서 맴 도는 헬리콥터를 모는 기분이다. "천천히..천천히..조종간을 너무 꽉 쥐지 말고." 부스터 안에 있는 짐발의 움직임이 느껴질 정도로 성준은 온몸에 긴장감 을 주면서 조종간을 잡고 있었다. 스틱을 조금만 움직여도 민감하게 워커 가 반응함을 느끼자 성준은 프로 답지 않게 가슴이 조여드는 압박감을 느꼈 다. 단군 교육용 소프트웨어 의 음성은 계속해서 다음 단계를 지적해 나가고 있다. " 다음은 전진 비행입니다. 그전에 단군에게 전자 장갑을 입히겠습니다. 느낌을 익히세요." 부웅하는 기계음이 단군의 몸 전체에 울렸다. 조금씩 밖의 풍경이 흐려지 는가 싶었으나, 교정 장치로 다시 밝은 빛이 들어온다. 점점 단군은 몸체 윤곽선이 희미해지며 레이져나 핵폭탄 정도의 위력만이 뚫고 들어 올 수 있 는 살갗을 만들기 시작했다. 1 차 장갑. 입힘 완료. 2 차 장갑. 입힘 완료. 최종,전자 반응 장갑. 부착 완료. 전 장갑 간의 불순 유입 및 이상 형성 체 없음. 장갑 형체 유지 계수 0.916, 적정 전압 2만 kw 적정 흐름 이상 없음, 예비 전력 유지 가능. 전체 장갑 형성 완료. 상황 통제 스크린에는 차례로 이상 없다는 메시지가 흘러 올랐다. 레일건의 포탄들은 이러한 장갑 장치로도 90 도 정도의 정확한 피탄 각도 로 들어온다면 속수무책이다. 따라서 어떻게든 적에게 레일건을 쏘기 유리 한 각도를 준 채로 도망가거나 정면을 향한다면 그 자리에서 자폭을 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1차 장갑은 전차 내부의 기기들이 외부의 강력한 전자 장갑들의 자기장 피해를 막는 기초공사와도 같은 역할을 하고 있고 , 각 전자 기기 들 간의 중화 역할을 하기 위해 동체 표면에 미세한 틈을 만들며 생성된다. 2 차 장갑은 레일건과 같은 고속도의 물질에 강한 반발력을 나타내는, 금 속의 수십배 이상의 탄성을 주는 장갑이고,마지막 반응 장갑은 블럭화 되어 일정 이상의 에너지 변동 즉, 장갑의 균등한 전자장 분포에 이상을 줄 수 있는 무기가 닿았을 때, 2차 장갑과 즉각 반발 반응을 하여 그 블록의 에너 지들이 동체 바깥으로 폭발해서 본체에 영향을 최소화하는 장갑이다. 웅 하는 소음과 함께 동체가 조금 흔들린다. 강한 자기장이 단군을 둘러 싸자 아주 미세한 진동이 척추를 떨리게 하고 있다.이 떨림은 전자 장갑이 없어질 때까지 계속된다. 전자 장갑은 외부의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도 하지만,이런 동작에 있어서 그것도 전진 비행에는 공기 저항 계수를 줄이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 도 한다. 구보 시에는 그다지 심한 공기 저항 계수가 필요로 하지 않았지 만,고속 수평비행을 하는 단군으로서는 자동차나 비행기 이상으로 필요한 계수이기 때문에 워커가 어떠한 자세로 비행을 한다 하더라도 최소한의 공 기 저항 계수를 산출해서 그것에 대해 전자장갑의 두께와 분포, 힘의 분배 등을 조절해 공기 흐름을 최소화, 이동 소음과 에너지 펄서를 하부에 깔면 서 이동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각종 유압 시스템과 현가장치,동력 전달 시스템으로 어우러진 단군의 골 격은 아주 중요한 부분을 빼고는 얇은 우라늄 강판으로 유연하게 입혀지기 는 했지만, 전자 장갑을 의지 하기 때문에 뼈대가 드러나 마치 이디오피아 의 난민이라고 해도 사람들은 끄덕일 정도로 야윈채였다. 그런곳에 엷은 노 란색깔의 불투명한 자기장이 온몸을 둘러싸자 조금은 볼만한 형태로 보이기 시작했다. 자기장을 방출하는 손바닥만한 판들은 곳곳에서 전자장을 방출하며 떨리 고 있음이 느껴졌다.이것들은 연습이 끝난 후 사람의 목욕할 때, 때를 밀어 내는 것처럼 다른것들로 밀려 날것이다. 연습하는 것만으로도 그것들의 수 명은 다하는 것이다. 승한의 워커 '환' 역시 전자 장갑을 입히기 시작했다. 기존의 땅에서 구 보하던 워커들과 달리 이것은 공중에 떠 있기 때문에 발 밑 부분도 장갑으 로 덮혀 있는게 보였다. 환은 단군과 달리 엄호용 즉 암컷으로 개발된 워커 였다. 물론 지금 독자적으로 전투에 나가야 하기에 기본적인 화력은 동일시 하게 장비 했지만, 원래 임무는 다른 지상 병기들을 지원 해줄 수 있는 각 종 전자 장비와, 각종 방어 무기들을 수용할수 있게 설계되어 덩치가 단군 에 비해 1미터 가량 큰 편이었다. 레일건 은 단군이 비스듬하게 각도가 져 장착된데 반해 전차처럼 수평으로 달려 있고, 옛날 구식 워커들과 형태가 비슷한데다가 수비용의 두터운 전자 장갑,그것도 성준의 워커보다 훨씬 불 투명한 색상은 우악스러운 인상을 주었다. "어이 성준! 기분이 어때? 이거 마치 미끄럼틀에서 롤러 스케이트를 타는 것 같은데? " "나도 그래. 형 ! 어디 한번, 발에 달린 롤러 한번 굴려 봐요 ? " 단군과 환은 하늘 색과 주홍의 반사광을 내며 서서히 노계 방에서 야외로 나가기 시작했다. 부스터의 강한 가스 출력으로 흙먼지가 폭풍처럼 주위를 휘감고 있었다. 냉각장치 2호 전환,분사 압력 운동량과 적정 비율 유지,그리고 전자 장갑으 로의 에너지 공급,그에 따른 공기 저항계수 조절 지형및, 비행코스 선정 등 등 일일이 음성 안내가 나오는 대로 하나하나 점검했다. 아직 까진 좋은 상태다.실전이라면 오토 파일럿이 알아서 할테지만, 지금은 연습이라 어느 정도 절차를 차례차례 밟는 것이다. 전진 이동 과함께 성준은 전방을 향해 모니터를 주시한다. 서서히 앞쪽에 있는 건물이 다가옴을 느낀다. 위아래로 흔들리며 두 다리로 보행하는 전 의 워커랑 비교해 볼 때 너무나도 조용하고 안정적이었다. 이런 방식의 워 커라면 다른 나라의 워커와 싸움을 붙이더라도 자신 있다. 전방 모니터의 안정은 그만큼 공격에 있어서 데이터 유지가 일정하기 때문에 정확한 사격 률을 노릴 수 있는 것이다. 아직 개선의 여지는 남아 있다. 간헐적으로 그러나 심하게 동체가 흔들렸 다. 유압유의 이동에 따라 무게중심이 틀려져서 그런 것일까? 그럴 것이라 고 성준은 생각했다. 워커의 동체는 무게중심 이동에 자동으로 맞추기 위 해 하부 다리 부분과 동체 일부의 기관을 미세 하게나마 자동 작동을 하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생기는 것이다. 좀더 부스터의 출력과 유압유 흐름에 대한 조절이 있어야 갰다. 워커가 좀더 무거웠다면 이런 흔들림은 막을 수 있을런지 모르지만, 땅에 떠서 이만큼 이동하는 데에는 어림없는 소리였다. "5시 방향으로 회전" 기계음은 가느다랗고 높은 톤의 여성음 을 흉내냈다. 아니, 미리 사람의 음성을 녹음한 다음 복합 한 것일까? 너무 자연스러워 그럴 수도 있다고 생 각했다. 다음날, 조금씩 비행에 관해 익숙해지면서 그는 요령을 익히기 시작했다. 이를테면 방향 전환때 단순히 부스터 방향을 바꾸지 말고,이런 경우에는 반응시간이 너무 늦고 에너지 낭비가 심하기 때문에,한쪽 발을 축으로 그러 니까 방향전환 하려는 쪽의 발에 앞쪽을 땅에 지긋이 대면서 무게중심을 그 곳에 모음과 동시에 살짝 그쪽으로 기울이기만 하면 빠르게 몸을 돌릴 수 있는 것이다. 이런식으로면 도망 중에도 180도 방향전환을 해서 쫓아 오는 적에게 타격 을 줄 수 있는 전법도 가능하다. 몰론 조종사가 그만한 압력을 견딘다는 가 정이지만, 승한과 그것에 대해 의논해 보았다. 물론 그만한 압력을 견뎌 보자는 계 산을 하고 나서의 전제였다. 그들은 교관과 의논해서 워커가 어느 정도 속 력에서 180도 회전했을지라도 조종사가 안전할까 라는 것을 계산해 보았다. 지 슈트를 입고,조종석에서의 압력 흡수 지수까지 계산했을 때.. 적어도 50키로 미터의 속도까지는 견딜 만하다는 대답이 나왔다. "하지만, 조심하라구, 그건 일시적으로 견딜수 있는 거니까..그 후의 후 유증도 고려해 본다면 전투가 거의 끝나갈 무렵에 하는게 좋을꺼야. 아니면 죽기를 각오하고 싸울 때라면 몰라도 이 방법은 쓰지 않는게 좋아. 압력이 10 이상 올라간 채로 정조준을 한다는 것도 무리고, 적에게 공격을 당하는 게 더 빠를 수도 있으니까, 되도록이면 직선거리에서 하지 않고 코너 링에 서 하는게 좋을꺼야. " 피부가 뼈에서 벗어나는듯한 기분이었다. 바른쪽의 흰 눈동자위가 보일 정도로 안면의 살갗들이 모두 뒤로 쏠리면서야 단군은 오던 길을 정면으로 볼 수 있었다. "늦어 !" 벌써 모니터에선 불이 깜박거리고 있었다. 뒤에 따라오던 승한이 타고 있 던 환의 레일건에서 불을 뿜어 맞추었다는 모의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코너링을 돌았으면서도 이 정도라니... " 0.14초정도 늦은 결론이 나왔다. 이 정도라면 승산이 있을까? 아니, 어림 없었다. 상대가 기저귀를 찬 어린애라면 모를까 워커를 몇년 동안이나 탄 프로들일텐데.. 그러나 성준과 승한은 어느정도 그 결과에 흡족해 했다. 어쨌건 전투란 그날과 컨디션, 동체의 상태,전투 환경 등등 모든 변수가 있기 때문에 0.14초 정도는 지긋이 담배 불을 붙이고도 적을 무너뜨릴 수 있는 시간이 될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무사히 야외 모의 시험장에서 돌아온 그들은 동체의 냉각 시스템을 켜면 서 내려왔다. 급히 정비병들이 달려와 대기시켜 두었던 외부 냉각장치들을 단군과 환에 게 접근시켰다. 그러나 사람들은 접근하지 않았다. 지금 그 워커들은 그야말로 화산 분화 구와 같이 뜨거웠다. 전자 장갑을 입은 채로 움직이는 워커들은 보통 고온이 아니다. 유압유들 은 �ß뭣� 톤의 하중을 움직이는것 때문에 그 운동에너지의 잔여물들이 모두 열로 바뀌어 지고, 전자 장갑들은 워커 동체와의 마찰,에너지 방출,그런 것 들의 손실이 내부적으로 모두 열로 변화하기 때문에 작전이 끝나고 나서 워 커의 겉은 그야말로 요리를 해 먹을 수 있을 정도이다. 내부적으로 기온 강 하체를 씌우고,냉각수가 곳곳을 통과하지만, 10 분 정도 지나야 안심하고 워커를 만질 수 있다. 땀.. 전투용 워커,즉 전자 장갑을 갖고 있는 워커들은 땀을 흘린다. 전자장갑의 강한 열에너지는 유압유로 진동하는 워커 곳곳에 스며들어 유 압유를 증발시키는데, 그 기체들은 전자 장갑이 해제되기 전까지 동체 표면 에서 맴돌다가 전투가 끝난,즉, 전자 장갑이 해제되자마자 증발해 버리지 만, 기온 강하체의 장력으로 달아나지 못한 기체들은 그대로 그곳에서 물방 울이 되고 마는데 정비병들은 그것을 땀이라고 부른다. 성준은 이러한 워커가 좋았다. 운동을 하면 땀을 흘리는..기계면서도 워커만이 할 수 있는 것이다. 얼마전에 본 진홍색의 유압유로 인해 그는 워커를 더욱 애착하게 되었다. 비록 기계지만 워커만은 기계 같지않다. 운동하면 땀을 흘리고 상처가 나면 피가 나는....그런 기계가 세상에 어 디 있단 말인가 ? 워커가 서서히 기온이 내려가면 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더워서 어쩔줄 모르는 아기처럼.. 정비실 밖에서 담배 3개를 연거푸 피던 성준은 한 정비병이 워커를 닦기 위해 수건을 갖고 오는 것을 보고 담배를 비벼 껐다. "수건 이리 줘." "하지만..." "이건 자네들 일이기도 하지만 내 일이기도 해. 누가 무어라 해도 이것은 지금 내가 몰던 거니까. 몰던 말을 씻겨 주고 닦아주는데 누가 뭐라고 그 러겠나? " 자동으로 냉각 판넬을 열고 헐떡이는 단군 쪽으로 가는 성준의 뒤통수를 바라보며 정비병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자신과 같이 움직인 워커를 닦아주는 것은 그의 버릇이다. 현역에서 물러나고 각종 건설 현장에서 그가 몰던 건축용 워커들도 일이 끝나면 땀을 흘리진 않았지만,그래도 그는 손수 그들이 일하면서 묻은 먼지 를 닦아주었다. 수건의 투박한 감촉에 축축한 물기가 묻어 나가면서 워커가 즐거워한다. 성준은 마치 애완동물을 목욕시키기라도 하듯이 관절 하나하나에 세밀하게 손길이 미쳤다. "녀석 여전하군 " 승한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정비실을 나간다. 정비병들은 어쩔줄 몰라 당황하다 그를 도와 워커를 닦아 나갔다. 이제 전투 개시일이 얼마 안 남았다고 성준은 생각했다. 내일부터는 영종 도의 전투 지역에 대한 전투 시나리오를 짜야 했다. 다른 어떤 것일지도 모 른채 미지의 병기와 싸워야만 한다고 생각하니 조금은 불안했지만, 그것은 상대방도 마찬가지 리라. 지금 자신이 몰고 있는 워커를 닦는 것이 제일 행복한 것이다. 20톤 짜리 거인의 시종이 되어 온몸의 물기를 씻어주는게 그 자신에겐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다. 적어도 그 심정을 승한은 이해하기에 방해하지 않고 조용히 물러난 것이 리라. 어느새 그는 푹 젖은 수건을 뒤로 던진채 물끄러미 자신을 내려다 보는 단군을 쳐다보았다. 잘 싸워주어야 해. 우리 나라를 위해서, 내 동생에게 진 빛을 갚기 위해 서, 나를 믿는 저 정비병들과 너를 만든 사람들을 위해서 라도 꼭.. 그는 주먹을 움켜쥐고 자신과 단군에게 다짐했다. 영종 공항 : (시이드로움( Sedarome )) 해상에 설치한 비행장. 초음속 여객기 시대를 앞두고 그 이 착륙 때의 충격파의 영향을 해결하기 위해 각국에서 연구 개발되고 있는 것으로서, 한국도 김포 공항의 여객기 수 용 한계로 인해 여객선 취항 확보를 위해 90년부터 프로젝트를 착수, 1997년 1단계 공사를 마무리지었다. 환경 조사를 미처 다 하지도 못해 해양 공해가 심각한 지경에 이르러 2,3차 확장 프로젝트를 머뭇거리다, 2000년 통일 직전 북한의 게릴라의 위협과 국제 정세로 인해 그 지리적 위치가 위험 수위에 이르렀을 때, 갑작스러운 원전 사고로 민간인 출입 이 금지되었고 이후에는 점차 국제적 위치가 약화되면서 정부가 소유하 고 있던 땅을 민간인에게 되돌려 주려 하다가, 구실을 못 찾고 있어 고 심 중임. 12 예비 유압 탱크 가,나,다 모두 버렸다. 이제 라, 한 개로 남은 전투를 끝내야 한다. 7시간 씩이나 숨바꼭질을 한 상태라 슈퍼톰은 무척 지쳐 있 다. 뜨거워져 점도가 낮아진 유압유 3개를 써 버린 상태였기에 몸에 남은 유압유와 '라'번의 예비 유압유 만이, 갖고 있는 모든 힘이었다. 슈퍼톰은 원래 이런 정글에서 활동하도록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무척 조종사들은 애를 먹는다. 다행히도 보행 프로그램의 개량과,접지 면적에서의 일부 반 부력판을 달 아 그런대로 늪지에서도 견디어 주었지만, 그것도 한계에 다다른 것 같았 다. 심한 아열대의 비속에 성준은 '슈퍼톰'의 다리를 약간 안쪽으로 굽히며 자세를 낮추었다. 환경 적응 프로그램은 이런 아열대의 진흙에 견디는데 상당한 노력을 보 이고 있었으나, 에라 데이터를 처리하느라 엄청난 산술 연산을 조금도 쉬지 않고 계산하느라 여념이 없다. 진흙이 갖고 있는 점성도와 밀도는 25톤 의 슈퍼톰을 지탱하는데 너무 무리 여서 보조 접지판과 예비 받침팔로 하중 을 분산시키는 등 애를 쓰지만, 30분마다 5센티 정도의 비율로 빠지느라 조 금씩 발을 옮겨야만 했다. 휙 하고 공기를 찢어 버리며 조그마한 울림이 멀리서 들려 왔다. 적이 먼 저 이쪽을 발견한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확실한 위치가 아니었다. 적은 이 쪽의 마네킨의 가짜 워커음을 판독하고 쏜 것이다. 그 울림을 듣는 순간, 성준은 일본군이 몰고 있는 5대 재칼중 한대의 위 치를 파악했다 근처에 떨어진 레일건 탄도를 역추적해 적의 위치를 파악한 그는 레일건 의 포구를 그쪽으로 돌렸다. 퍽 하는, 마치 빨대로 음료수 팩을 찢어버리는것 같은 기분 나쁜 소리가 들려 왔다. 다행히 튕겨나가진 않은것 이다. 튕겨져 나갈 경우 빗겨 나간 포탄은 고음의 휘파람 소리를 내며 강한 충 격음을 던져 주지만 지금과 같은 소리는 어느 정도 전자 장갑을 헤집고 들 어가 전자 장갑의 안쪽에서 충돌 음이 혼입하는 소리다. "다섯번째 야옹이가 어미에게, 다섯번째 야옹이가 어미에게, 방금 제리를 잡았다 5.0.7 지점 반복한다 5.0.7지점. 정통으로 쑤셨으니 한동안 움직이지 못할 것이다. 확인 바람." 수신 확인을 마치고 성준은 비와 나무 덩굴을 헤치며 다른지역으로이동했 다. 벌써 며칠째 이곳을 사수하느라 성준을 비롯한 다른 용병들은 지쳐 있었 다. 이게 도대체 얼마나 가당찮은 일인지는 그들도 잘 안다. 그러나 그 가당찮은 일을 일본인들은 하고 있고 그에 맞서 그들을 고용하 는 브라질과 세계 자연보존 협회는 오늘도 수억달라를 이곳 브라질의 열대 우림에 뿌리고 있다. 벌써 이곳 아마죤과 일대의 1/3을 자연환경 이전이란 가당찮은 이유로 일 본인들에게 뺏긴 브라질 정부는 어떻게 해서든지 나머지를 사수한다고 눈물 겨울정도로 세계 언론에다 호소를 해 왔고 그 씨가 서서히 먹힌 결과가 지 상 주력병기인 워커2개 분대를 이곳에 우선적으로 배치한 것이다. 일본도 이에 맞서 자신들이 개발한 재칼이라는 접근전 위주의 그야말로 사무라이식의 무식한 육박전을 중심으로 한 워커를 이곳에 대량으로 뿌려댔 다. 전투 초기에는 정밀한 유도 병기와 신형 컴퓨터로 정확한 제어를 하는 브 라질 쪽이 우세한 듯 했으나, 장기전에 들어가면서 백병전을 위주로 하고 강력한 연막으로 점점 이쪽을 장님으로 만들고 그들의 워커는 백병전 식의 새로운 전투 형태로 괴롭히고 있었다. 즉, 아열대 특유의 소나기, 정글이란 장애물 등을 적절히 이용, 접근전으 로 해서 그들의 워커는 이쪽을 장님 주머니에서 지갑을 빼내듯 마음껏 유린 해 내고 있었다. 어쨋건 그 원수 같은 비였지만, 레일건 포구의 열기를 금방 식혀 주어 적 에게 노출되는것은 그리 걱정되지 않았다.그러나, 레일건의 진동음과 에너 지 변화를 감지한 다른 일본놈이 올 것에 대비해서 자신의 위치를 빠르게 이동시킨 것이다. 그러나 이동 중에 공격을 받는데에 대비, 경계를 게을리 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그는 반짝이는 금속 물체를 희미한 시야 속에서 그냥 지나쳐 버렸 다. 아차 하는 순간은 너무 늦다. 슈퍼톰은 이런 경우 자동적으로 전진 방향으로 급속히 속도 증가를 해서 범위 밖으로 피신하던가 피해를 줄이기 위해 지그재그로 피신 이동을 해야 했다. 그러나 진흙 속에서 그런 행동은 거의 걸음마 속도나 다름이 없다. 정면 대결을 생각하고 워커의 포를 돌리는 순간 성준은 퉁 하는 강한 울림 과 함께 샛노란 빛이 워커의 옆구리를 꿰뚫고 몸이 왼쪽으로 달려나감을 느 꼈다.워커의 커다란 몸집이 점점 위로 올려다 보이는 것을 느끼며 목이 한 쪽으로 비틀리는가 싶더니 허파가 무언 가에 짓눌려 지며 가슴에 있던 공기 들이 빠져나가는 기분이 들렸다. "헉" 거의 침대에서 굴러 떨어 질듯 하반신이 땅에 드리워진채 였을 때 그는 거 의 숨이 넘어가기 직전에 악몽에서 탈출했다. 땀으로 흠뻑 젖은 내의는 가위에 눌려 있었던 성준을 더욱 춥게 만들고 있었다. 아직도 그때의 일은 거의 주기적으로 성준에게 악몽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몇 년 전의 일이었지만,악몽으로 가끔씩 꾸어지는.. 성준 에게 유일한 공포를 안겨 주었던 전투였기 때문이다. �ß뮐袂� 가느다란 빛이 스며들어 커튼을 열어 재낀다. 어느새 날이 밝아 오고 있었다. 영종도에 관한 자료를 검토하던 성준은 과거 공항이 얼마나 정치적 놀음에 이용 당했던 것을 새삼스럽게 보게 되어 기분이 그리 좋지 않았다. 그 정치 판에 희생된 섬에서 싸우는데에 또, 어느 정도 정치적 놀음에 끼어들게 된 것 같았기 때문이다. "중요한건 우리가 이기는 거니까 그리 인상쓰지 말라구" 승한은 그 기분을 알고 있는 듯 브리핑용 화면을 보면서 작전 구상을 짜기 시작했다. CAT-III(계기 착륙 시설 카테고리 III등급)의 선진국형 안전 이착륙 시스 팀을 가진 영종도 공항은 세계적으로 볼 때에도 거의 수준급 공항이었다. 1 단계 공사로서만 끝난채, 운용이 되었었지만 그 1단계만 해도 460만 제 곱 평방미터로서 꽤 넓었고, 영종도와 5키로 미터 떨어진 용유도 사이의 개 발이 덜된 간석지 일부까지 합하면 1700만평에 이른다. 육지와 철도로 연결 이 되어 김포 공항에 이어 2번째 요지로 자리를 잡을만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좋은 배경일지라도 환경 영향 평가를 무시한 처사 때문에 서해안 1/3의 생태계를 파괴한 주범이기도 하다. 20 년이나 조사를 해서 겨우 완성된 일본의 간사이 공항에 비해 4년 여에 걸친 형식적인 조사, 김포 공항의 포화 상태에 대한 불안감에 대한 급속한 날림 공사, 간석지를 메우는데 있어서 자금을 줄이기 위한 적은 밀도의 모 래 다짐 공법은 곳곳을 구멍 나게 하면서 점차 그 신용도가 떨어지는 결정 적인 역할을 했다. 준공 시작 년도에 경부 고속 전철등 막대한 예산을 뿌리는 정권 교체기의 전형적인 실수로 탄생된 공항이었기에 그 명성은 평화의 댐,독립 기념관 과 아울러 정권욕의 3대 기념비적 건조물로 손꼽히고 있지 않은가. "영종도에 대한 정보는 어느나라나 똑같이 지급돼.정보에 평등을 기하기 위해서이고, 전투 때에 공중에서의 정보 지급은 허용되질 않아. 각 개인 단 위의 정보 능력 평가를 위해서라는군. 또 착지 지점도 6개의 비행 경로를 이틀 전에 제비뽑기해서 정하지. 또 낙하 지점은 도시 중심에서 10키로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서 돕에 낙하시켜." 생각보다 치밀한 계획을 짜 놓았군. 이러면 완전히 고립된 지역에서 장님 끼리의 싸움일 것이다. 성준은 시나리오를 짠다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작전 시작 지점도 불분명하고,적의 위치도 전혀 알수 없다. 확실한 것은 적이 4대의 워커, 아군은 나를 제외하고 한대의 워커라는것 뿐. 승한은 이러한 상황을 아는 대도 태연했다. 사실 당황해 한다고 별수가 생기는건 아니니까. "자 그래도 아는 대로 시나리오를 짜 보자. 일단 적은 4 대 고 우린 두 대지. 최후에 한대가 남았을 때 그 남은 한대의 국적으로 승부는 가려지는 거고, 물론 두대가 남았다면 모두 같은 편이겟지. " "두 대가 남고 전투 불능일 때는?" "그러면 남은 장갑력과 전투 상황을 봐서 유리한 위치에 있던 것이 승리 하지." 가볍게 대답한 승한은 다음 작전지도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생각보다 고가 도로가 많아. 우리 나, 적이 영리하다면 고가도로를 사용 하지 않아야 겟지.?" 성준도 이에는 동의했다. 고가도로에서의 이동은 너무나도 많은 데이터를 상대방에게 보내준다. 이동시의 공기의 흐름. 보행을 한다면 10톤 짜리의 움직임이 공중에서 울려 퍼지는 것이고, 부스 터로 주행한다고 해도 너무 많은 열을 방출할게 뻔하고. 그러나 높은 곳에서 본다면 적의 이동을 쉽게 관찰할 수 있을것 아닌가? "적을 쉽게 관찰할 수 있는 이점이 있지 않을까? " 그러나 승한은 단호히 고개를 젓는다. "적이 우리와 숫자가 같다면 모르지 그러나 적이 너무 많아." 음..성준은 그의 말에 수긍 할 수 밖에 없었다.4개의 적들이 동시에 고가 도로에 있는 단군을 발견한다면? 생각은 해 보나마나 였다. 고가도로는 생각 밖으로 미루어야 겠군. 다시 한 번 우린 전투 시나리오를 구상하기 위해서 지도를 쳐다보았다. 시나리오는 우리가 어떤 위치에 떨어지더라도 그에 대비할수 있는 방안은 모두 구상해야 한다. 되도록이면 적의 위치를 모르기 때문에 낙하산 투하 시에도 데이터를 쉽 게 얻을 수 있는, 반향 음이 적고 그러면서도 쉽게 적의 시야에 노출되지 않는 그러한곳을 골라 착지 해야 한다. 다행히도 낙하산은 능동형이라 바람 이 안 불더라도 투하 위치에서 반경 100미터까지는 이동이 가능했다. 불타는 눈물 (13) 착잡했다. 전투 시나리오를 짜는 데에 실패했다. 도대체 정보가 너무도 없었다. 마치 지도 없이 정글을 해멘다고나 할까, 적국의 워커 개수와 영종도 시 가지, 공항 건물 위치 같은 작전 구역의 지리만 알 뿐이지, 어느쪽부터 적 진이고 아군 진지인 지도 모른다. 착지 지점이 6곳은 작전 구역을 정확히 6 각형으로 나누어, 일정 거리를 유지한채 떨어져 있었는데, 꼭 아군이 옆에 있으란 법도 없어 자칫하다간 양쪽에 적을 두어야 될지도 모르기 때문에 더욱더 시나리오를 짜기가 힘이 들었다. 그 뿐인가, 적 워커의 성능을 모른채 들어가기 때문에 문제없는 시험지에 답을 써야 하는 기분이 들 정도 였다. 적국의 워커에 대해선 가벼운 정보가 �ß물� 들어오긴 했지만, 신뢰성 부족 과, 신 기술 가능성 여부 때문에 적들이 얼마나 그 시스템 체제를 믿고 장 비할지도 모르는 상태였다. 전투에 이기는법은 오직 2가지. 적보다 아주 우월한 공격력을 갖고 있거나, 운이 좋아야 한다는 것. 이것은 상대방 모두 동일할 것이다. 착잡한 마음으로 문을 열고 나왔다. "걱정마 브라질 밀림에서도 살아온 우린데, 그깟 도시에서 길 잃을린 없 겟지. 더구나 우리나라 땅인데, 표지판 정돈 읽겟지? " 승한은 항상 여유스러운 행동으로 성준의 긴장감을 풀어 주곤했다. 비록 그 자신도 공포심이 있을지라도 내색은 절대 하지 않았기 때문에 성준이 그 만큼 그를 의지 할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말야..." 숙소로 돌아가려는 성준을 다시 부른 승한은, "바람좀 쐬고 오도록 했어. 비행 훈련 받아 놓았으니 단군과 함께 놀다 오게. 해안선 5키로 이내면 아무데나 좋아." 격납고 문이 열리자 초저녁의 어둠이 쏟아져 들어오다가, 강력한 조명에 밀려난다. 단군은 이미 부스터를 점화 시켜 놓고 성준의 명령을 기다렸다. 이미 한뼘 정도 땅위로 떠올라 세찬 바람을 내뿜었기 때문에 그것들은 격납고 안에서 구석구석을 헤집고 다녔다. 스틱을 조금씩 당기며 오토파일럿인 불개에게 연료 주입 점검을 지시했 다. 이상 없음을 확인한 다음 부스터의 노즐이 점차 뒤쪽으로 향하며 단군 은 격납고 밖으로 서서히 나오기 시작했다. 속력을 높여 훈련용 도로로 나온 그는 주위에 다른 움직임이 없나 확인했 다. 없었다. 주위의 숲이 빠르게 뒤로 밀려나면서 성준은 가슴 한가운데서 조그만 쾌 감이 솟아났다 "햇치 십분의 일 개방, 외부 공기 유입되도록 놔두고" 오토 파일럿 '불개' 는 천천히 그 지시대로 따랐다. 얼마나 환경 적응을 하는지 시험해 볼까? 자동 환경 적응 모드로 전환하자,외부에 달려 있는 센서들이 바람의 세 기,기압,온도,전자 장갑의 공기저항 계수 등을 속도에 맞추어 미친 듯이 치 수들을 변경하며 화면에 보여 주고 있었다. 브라질의 우림 지역에서의 전투 때가 생각이 났다. 열대 우림 지역인 그곳은 가장 고생한 것이 습기였다. 일본의 자위대들의 보호 하에 일본은 자신들의 사 놓은 삼림이라며 마구 숲을 베어 버리고 그 에 대해 미국은 삼림 보호 목적이라는 미명하에 제멋대로 브라질 땅에 들어 가서 무력으로 저지하고. 그때 성준은 승한과 함께 미국의 협조 하에 초기 모델 슈퍼톰을 몰고 갔 었다. 가뜩이나 구식이던 미제 슈퍼톰은 습기로 인한 땅의 지지력,그에 따른 구 보 적응등이 너무 느려 슈퍼톰의 오토파일럿 이던'캐티'는 도저히 사용할 수가 없어, 일일이 수동으로 전환하던 악몽이 되살아났다. 그때 전투에서 동료들 대부분이 수동 모드로 전환하려는 순간, 대부분이 희생되었다. '왜 이렇게 느려 ? ' 한 동료가 그 말을 무전으로 보냄과 동시에 그 무전을 보낸 전파처럼 레 일건의 파동 속에 날아가 버린일 이 상기되었다. 지금은 ? 다행이었다. 환경적응 변환속도 0.24 이 정도면 10년 뒤에 나오는 신형 워커와 싸워도 이길 것 같은 자신감이 들었다. 바닷가의 높은 습도는 비행체를 뜨게 하는데 보통때보다 많은 추력을 필 요로 한다. 공기중 밀도가 낮아져 그만큼 양력의 힘이 분산되기 때문이다. 생각대로'불개' 는 단군의 부스터 추력을 10퍼센트 가량 높였다. 하부햇치가 열린곳에는 조그마한 가로등 빛이 들어온다.그와 동시에 바 닷가의 물씬한 냄새가 성준의 헬멧 사이로 밀려든다. 압력복 사이로 시원함 바람이 파고들도록 목까지 올라와있는 지퍼를 조금 열었다. 온몸에서 바닷 공기가 시원하게 뛰어 놀았다. 속력을 조금 더 올렸다. 어느새 전방에 바다로 통하는 조그마한 시냇물이 다가왔다. 50센티미터 정도 떠 있는 채, 단군을 시냇물이 흐르는 방향으로 맞추면서 그 물위로 올 랐다. 후방 모니터에는 단군이 그 물살을 힘차게 갈라 '브이'자를 그리며 물보 라를 치는 것이 보였다. 냇가에 있던 방풍림의 가지들이 단군의 빠른 움직임에 놀라 심하게 요동 을 한다. 속도를 더 올렸다. 전면 모니터에 개펄이 길게 가로로 뻗어 있는게 보이는가 싶더니 어느새 후방 모니터에서 그것이 작아지고 있었다. 바다로 나온 것이다. 수백 마리의 갈매기들이 놀라 이곳저곳으로 퍼지면서 날아다니고 있었다 군사경계지역에는 경계가 삼엄하고,인간의 손이 별로 와 닿지 않은지라, 물 고기의 천국이다. 때문에 감시의 소홀을 틈타 어선이 가끔 왔다 가곤 했는 데, 지금이 그때였나 보다. 갈매기가 인간이 던진 물고기의 내장들이 가라 앉을 새라 전국의 갈매기들은 다 모인 듯 휜색깔의 섬이 일순간 생겨 버렸 다. 정면으로는 해가 진 후의 일몰이 붉게 물들어 그의 눈동자를 물들인다. 단군의 한쪽 발을 살짝 펴서 물 가까이에 담그었다. 츄악 하는 물가르는 소리와 함께, 흰 물보라가 워커의 두배만한 키를 보 이며 무섭도록 단군의 뒤를 곧장 뒤따랐다. 바닷가로 나온건 처음이지? 단군이 놀라 어리둥절한가보군. 성준은 계기판을 바라보며 빙긋이 웃었다. 훈련소의 환경에 익숙하던 단군은 갑작스런 외부 변화에 적응하려는 듯 변화 그래프를 재빠르게 그리고 있었다. 그것들은 모두 환경적응데이터로 변해 오토파일럿의 적응 시스템에 기억 될 것이다. 어쨋든 성준은 지금의 비행으로 그 동안의 피로가 씻어지는 듯 했다. 오른쪽으로 동체를 기울였다.물보라는 커다란 원을 그리며 해안가 쪽으로 이어졌다. 10분 동안의 짧은 비행이었지만, 그는 만족했다. 단군은 격납고에 들어가기전, 열을 식히려고 모든 열 방출 시스템을 가동 시키며 헐떡거렸다. 그러나 단군은 좋은 경험을 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성준은 바닷물과 땀에 젖은 단군을 닦아주기 위해 수건을 가지러 격납고 에 들어갔다. "1주일 후면 전투지..." 중국의 워커들은 요즘 들어서 경량화 추구에 노력한다고 들었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나오는 철룡(鐵龍) 시리즈는 이름 답지 않게 보통 워커의 80퍼 센트 수준이라고 알고 있었다. 때문에 이번 전투에서는 그들이 기동력을 앞 세우고 밀어 붙일 것 같다. 일본은 화력의 개량으로 사실상 제일 걱정거리였다. 연막을 헤집고 들어 오는 탐색 전파와, 강력한 전자 탐지 장비로 무장한 그들이 원거리까지 효 력을 발휘하는 무기를 갖고 있다면 기동력을 가진 것보다 더욱 겁이 나는 존재 인 것이다. 그것에 비해 한국이 내세울 것은 관성력을 최대한 제어할 수 있는 버너4 개와 조금 두꺼워진 전자 장갑, 그리고 빠른 동체 제어 시스템으로 피탄 충 격에 최대 반응으로 2차 피탄에 대해 효율적으로 피할 수 있는 퍼센테이지 가 높아진 것이 고작 이다. 일반적으로 워커들은 1번 정통으로 맞아도 운전자나 전차 자체의 성능엔 무리가 없으나, 피탄충격으로 조종사가 제대로 조종을 못하거나, 아니면 센 서및 정밀 기계류가 잦은 고장을 일으켜 한 번 맞은다음 적을 이길 확률은 전보다 80퍼센트 가량 떨어진다. 그러나 단군은 버너를 이용, 충격 대응을 보다 확실히 하고, 어느 정도 대응공격자세를 취하는데 있어서의 자세제어 능력이 탁월해 1차 공격을 받더라도 조종사만 제정신이라면 거의 100퍼센트 가까운 능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는 것이 통계적으로 밝혀져 있다. 그러나 그것도 적이 얼마나 센 병기를,얼만한 근접 거리에서 공격을 하느 냐에 변수가 달려 있기 때문에 불안을 떨쳐버릴순 없었다. 불타는 눈물 (14) "잠이 안 오시나 보죠?" 고개를 돌렸을 때 희미한 조명 사이로 비쳐진 얼굴은 전에 본 앳되어 보 이는 생도였다. "뭐해, 잠을 안 자고. 보초서나? " "아뇨 저도 잠이 안 와서, 그냥 보초 몰래 빠져 나왔습니다. 뭐 지금 모 두 술에 취해 제정신이 아닌걸요." 성준과 승한, 그둘을 위해 이곳에선 파티를 열어 주었었다. 정작 주인공 들은 몸의 컨디션 조절 때문에 술을 별로 마시지도 않았는데, 이곳 생도들 만 신나게 놀 기회만 준 것이다. 그러나 이 외딴섬에 마음껏 놀수있고 육지 에서 발랄한 아가씨들의 출입이 허용되는 핑계 거리를 준 것에 대해선 감사 하는 눈치였다. "술을 별로 안 마셨나 보지 ? " "아뇨. 그렇다기 보다 어째 전투를 하는 본인처럼 저도 설레이는데요 " "여유 있는 소릴 하는군. 하기야 지금이나 그런 여유 있는 생각을 할수 있지. 정식 군인이 되거나, 전투에 뛰어들면 그런 생각은 시궁창에 쑤셔 박 아야 할거야.지금으로서 자네에게 충고해 주고 싶은건, 저기 가서 외로이 서있는 여자와 함께 즐거운 추억거릴 만들어 보라는 것 뿐이야." "뭐 아무려면 어때요. 지금 당장은 여자보단, 워커를 타서 맘껏 원하는 대상을 향해 돌격하고 싶을 따름입니다. 어떤 정의 하에서라도 내가 존재하 는곳에 정의가 우선이잖아요. 그 안에서 실컷 남자답게 싸워 보고 싶을뿐입 니다. 그런 생각을 안해 본적이 없다곤 말 못하시겟죠 ? " 역시 사람을 한 명도 안 죽여 본 사람의 입에서 나온 말은 틀리다. 현실 과 거리가 뭔 그야말로 자라나는 꿈나무와도 같은 때묻지 않은 말이라고 할 까. "저.. 부탁이 있는데요." "뭔데?" "워커를 보고 싶습니다." "그건 왜?" "그냥요. 깨끗하게 단장한 워커를 보고 싶습니다." "원한다면.. 따라오게.그러나 창문 너머로 봐야 할거야." 성준은 그를 데리고 노계 장으로 데리고 갔다. 단군은 평상시와 달리 특별하게 보관이 되어 있었다. 환과 같이 둘 다 노즐이 달려 있기 때문에 미세한 먼지라도 그 노즐 위에 앉으면 분사력과 각도에 이상이 생길 수도 있다고 특별히 클린 룸에 들어가 소독을 하고 먼지를 없앤후 압축 공기로 3차까지 청소한 다음 커다란 비닐 주머니에 들어가 있었다. 클린룸 창 너머에서 그 둘은 단군을 응시했다. " 단군은 언제 봐도 멋있어요. " " 잘 봐 두라구. 오늘로서 마지막일 수도 있으니까." " 그런 소린 하지 마세요. 말이 씨가 될수도 있잖습니까" 성준은 가벼운 웃음으로 대답했다. 그때, 단군의 어깨가 조금 들썩했다. "저게 뭐죠?" 성준이 클린룸의 안전상황을 체크하러 옆 모니터 룸의 상황을 지켜보러 가다가 생도가 묻는다. "뭐 말인가" 고개를 갸웃하더니 생도는 아뭇소리도 않고 가만히 있었다. 성준도 그를 따라 워커를 가만히 지켜보았다. 잠시후 워커의 배가 다시 움직거리자, "저거 말입니다. 워커 안에 누가 있는것 같은데요. 혹시 스파이라도 침입 한거 아닐까요? " "아..그거.." 성준은 손을 가로 저었다. " 워커 안에는 아무도 없어. 저건 자기가 스스로 하는거야." "예 ? 워커가 자기 스스로 하다뇨. 숨이라도 쉬는건가요 ?" "그렇다고 볼 수도 있지. 숨을 쉼으로 인체가 필요한 산소를 얻어 신체의 리듬을 유지한다는 목적만으로 본다면 말야." 무슨 말인지 몰라 그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 워커는 20톤이 넘는 하중을 저렇게 대기하는 동안 두 다리로 지탱하고 있지. 물론 보조 하중 받침대가 있긴 하지만, 완전하게 받쳐 주진 않거든. 그러면 각 유압실 마다 압력차가 생기게 되는데, 그것을 그대로 둔다면 유 압이 열을 받거나, 유압유가 화학 변화를 일으켜 밀도차가 생길수도 있지 않겟나 ? 그런것을 방지하기 위해 저렇게 조용하게 보이는 워커라도, 내부 에서는 초속 영점 오미터 정도의 느린 속력으로 유압유가 사람의 피처럼 순 환하고 있지. 그런 압력을 일정하게 유지 하기 위해 압력 펌프가 회전하는 데 그것을 일정 시간마다 압력을 올려 주거나 다른 기관 점검,이를테면 유 압계같은거 말야.그런것을 해주기 위해 간헐적으로 움직거리는 거라구.이런 안전한 방에 있을 때는 별로 필요하지 않지만, 극지방 같은 곳에서는 저러 한 움직임이 필수적이지. 왜냐하면 기온이 떨어진다면 유압유의 점성이 커 지기 때문에 몸의 움직임이 둔해져. 그걸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일정 온도를 유지시켜야 되거든. " " 상대적으로 점검 시간을 줄일 수도 있고요 ? " "그렇지. 전투기들이 출격하기 위해 사전 점검을 아무리 스크램불(비상 대기 발진)상태라고 해도 5분 이상 걸리는데, 저런 자가 진단 시스템은 그 냥 조종사만 올라타면 되는 거지." "마치..." "마치 ? " "숨을 쉬는 것 같아요. 아이가 새근새근하고.." 다시 움직거리자 생도는 입을 다물지를 못했다.평상시 자기가 알던,그냥 스포츠카 같이 타고 노는 기계 같지 않았기에 놀라는 것은 당연했다. "아이 치곤 좀 크지.그리고 저런 아이가 내일은 어떤 곳에 간다고 생각하 면 그런 생각을 못할거야." 생도를 이끌고 그는 조용히 그곳을 떠났다. 단군의 잠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서였다. 불타는 눈물 (15) 거대한 낙하산은 충분히 하늘을 가렸다. 세 개의 아름다운 꽃 모양의 낙하산이 워커의 몸을 우아하게 끌어당기면 서 천천히 바닷가의 한가운데 있는 섬 도시 '영종도'로 떨어지고 있었다. "외부 기압 체크, 하강 속도 초속 3 미터 점점 빨라짐." 단군은 열심히 상황 체크를 하면서 다른 계기판들을 스스로 정상적 유지 를 하기 위해 부지런히 자세 제어를 하고 있었다. 단군 자체 무게만 하더라도 상당히 무거웠는데, 거기 다가 마네킨과 이동 지뢰,장갑 중화용 미사일,그밖에 장비들을 모두 싣고 있는 워커의 자세제어 는 그리 쉽지 않았다. 승한의 '환'은 4번째 틸트 로터기 에 태워진채 저속으로 , 남서쪽에서 북쪽 으로 향한다는 것만 알고 있었다. 그가 어디로 착지할지도 확실 하게는 알 수 없었다. 시야가 좁아지고 있었다. 커다란 고층 건물들이 어느새 자신의 옆쪽으로 비껴 가면서 아스팔트 도로가 점점 자신을 압도하기라도 하듯이, 가슴께로 점점 다가오는 것이 느껴졌다. 당장에 역추진 을 해서라도 고공으로 떠오른후, 이 섬을 떠나고 싶었다. 언제부터인가 적진에 대한 공포감이 가슴에서 조금씩 기어 나오기 시작했 다. 나이가 들어서인가? 아니면 자신에 대해 점점 솔직 해서인가? 어쨋든 전쟁은 자기 자신을 그만큼 정직해지게 만드는것에 대해선 확실한 것 같다. "앗 !" 외마디 비명을 지른 것은 너무나도 순간적인 일 때문이었다. 관절 보정장치가 강한 풍압으로 제어 속도가 순간적으로 말을 듣지 않아 착지하는데 가장 중요한 1차 접촉면이 각도를 만들어 버렸다.각 계기판이 예상치 못한 압력을 받자 여기저기서 비상 음을 내뱉었다. 그와 동시에 둔탁하면서 속을 울렁거리게 만드는 흉칙한 진동이 몸을 때 렸다. 빌어먹을.. 착지 제어에 실패한 것이다.덕분에 왼쪽 발 부분의 제 2 현가 장치가 말 을 제대로 안들었다. 나중에 미사일을 쓸 때에는 왼쪽 것을 먼저 줄여야 겟 군. 그래야 조금이라도 왼쪽에 부담을 줄여야 하니까. 성준은 삐뚤어진 자세를 바로하면서 곧장 전투 환경 조성 프로그램을 시행시켰다. 맨 처음 등에 붙어 있던 마네킨이 떨어진다.가느다란 캐터필러가 4개 붙 어있는 그것은 흡사 거북이 두마리가, 그 중에 한마리는 다른 녀석의 꼬리 를 문 것처럼 뒤에 착 달라붙어 있는형태인 무인 이동 차량으로 워커의 보 행음을, 필요시엔 부스터음을 반경 500m 까지 공중에 퍼뜨린다. 이것은 다 른 워커의 미사일 공격과 레일 건의 공격시, 데이터에 혼란을 주기 위한것 이다. 전파 방해용 에어로졸은 낙하하기전 2개를 터뜨렸으나 착지후 한개를 더 뿌렸다. 땅으로 부터 들려 오는 분사 연막탄의 음은 현재까지 3곳이 알려졌다. 단 군을 중심으로 2시, 5시, 그리고 뒤쪽으로 7시에 하나. 이렇게 남고 말았 다. 뿌연 안개가 도시 일부분을 감싸안고 정적에 휩싸인다. "자, 이제 전투 환경은 이 정도면 되었고..나머지 할일은.." 기다리는 것 뿐이다. 상대나 이쪽이나 모두 프로다. 한국에서의 게릴라 소탕전,미국에서의 폭 동 진압,그리고 한참 전쟁의 분위기가 무르익는 브라질에서의 환경 전투... 이런 곳에서 차출된 전투원들도 분명히 상대방 중에는 있을것이다. 자신과 승한 만하더라도 10 여년 전부터 워커를 타던 배테랑급이다. 먼저 정보를 주기 전에 뺏어야 한다. 워커들 끼리의 싸움에서의 정석이다. 1시간 동안의 준비, 1분만의 승부 미국에서 어느 워커 조종사가 한 말이었다. 10 분 동안 싸운다면 10시간 동안 적의 위치, 주위 지형,지형에 따른 보 행및 구보에 대한 워커 자체의 시스템 적응,마네킨,이동 지뢰의 배치, 적의 공격에 대한 공격 예측에 대한 방어 시나리오, 선제 공격에 있어서의 공격 시나리오, 이모든 변수 속에서 싸워야 한다. 언제까지 하고 제한을 두지 않았기 때문에 사나흘 가는 경우도 있을수 있 다. 어제 승한이 한말이었다. "전투 환경이 조성된 다음 한 열 시간 정도 자다 일어나자구, 다른 놈들 은 그 동안 긴장해서 나가 떨어질 때 쯤, 우린 일어나서 공격을 시작하는거 야" 농담이 아닐 것이다. 승한은 분명 지금 자고 있을 것이다. 성준 역시 가슴 졸이면서 있는 것은 아니었다. 생도들처럼 벌벌 떨면서 조종간을 움켜쥐다가는 단 하루도 못 견뎌 쓰러 진다. 어차피 그 동안은 모아진 정보를 갖고 움직여야 한다. "단군, 수고좀 해" 성준도 조종간을 잡던 손을 내려놓고 긴장을 풀었다. 한 �ß뭣챨Ｂ育� 눈감고 쉬는게 편할거야. 지금쯤 그 녀석은 뭐하고 있을까 ? 전투 전야인 어제, 그는 클린 룸에 한번 들어가 보고 싶었나 보다. 그러 나 비닐에 싸여진채 밀폐된 방에 들어가 있어 크게 실망한 듯 했다. 헤어지 기 전에 그는 내게 뭔가를 건네주었다. 조그마한 스티커였는데 워커가 마스 코트처럼 그려져 있었다. 그것은 다른 워커를 커다란 손으로 움켜쥐면서 커 다랗게 생긴 입에 집어넣는식으로 재미있게 그려져 있었고 그 밑에 '넌 한 입이야' 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그것을 몸체에 붙여 달란다. 동체에는 전자 장갑 때문에 이런것을 못 붙인다니까 그럼 조종석에라도 붙여 달라고 그랬다. 주머니에서 그 스티커를 꺼냈다. 자신의 눈에 잘띄게 손등에 붙였다. 이제 남은 일은 한숨 자고 일어나는 것 뿐이었다. 활강 미사일(gliding missale) : 레이더에 걸리지 않는 (stealth 식) 최초의 병기가 잠수함이면, 사람이 타지 않은채의 병기로선 이 병기가 효시이다. 중국이 1997년에 개발. 두가지 형이 있는데, 단순히 레이다에 걸리지 않고 장거리용으로, 높은 명중률의 엔진을 가진 동력 미사일과 게릴라전등, 단순히 상대 에게 타격을 주기위한 간접 목적에 쓰이는 무동력 미사일, 두종 류로 나뉜다. 글라이딩 미사일은 후자에 속하는데, 가벼운 플라 스틱 폭탄이 동체의 95% 를 이루고 있고 전체 무게가 2kg 을 넘 지 않으나, 파괴력은 가공할만하다. 강력한 스프링 사출식으로 발사되어 상공 100m 정도에 도달한 후에 날개를 펴, 본체와 무 선으로 연결,(또는 간단한 적 탐지 장비가 내장) 적을 찾아 대 류를 이용해서 강하한후, 충돌, 또는 근처에서 폭발함으로 피해 를 준다. 구조가 간단하고, 발사장소를 감출수 있어(발사음이 적기때문에)제대로 맞으면 효과가 큰 병기이긴 하지만, 대류의 흐름을 타야 하고, 무동력이기 때문에 사정거리가 적은데다가, 명중률도 그리 높지 않아 대단위 공격에선 선제 공격에만 약간 쓰일뿐이고, 시가전에선 환영받지 못하는 무기다. 구조가 간단 하고, 그리 높지않은 생산가이기때문에 개발 도상국과 게릴라전 을 하는 중국,서유럽등지에서 제조 판매하고 있다. 불타는 눈물 (16) 늦은 오후, 검푸른 구름을 배경으로 공항쪽인 서남방향 상공에 한 줄기 노란 섬광이 떠오른다. '시작�┛떡�' 성준은 전투가 시작되었음을 느꼇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승한이 이런일을 할리는 없으니까, 적들 4 대의 워커중 1대가 적들의 워커탐색을 위해 공중 탐색탄을 발사한것이다. 공중에서의 정보 지원이 없기때문에 지상에서의 정보는 착지때의 진동음, 연막발생의 발연지, 그밖에 전자장갑의 에너지 펄서, 그것도 연막에 의해 차단된채의 지꺼기..가 고작일 뿐이다. 성준도 저런 보조 장비를 갖고 갈까 생각 안한것은 아니었다. 전투시 선택 장비는 대인 살상,광범위 파괴효과를 불러 일으키는 무기, 화생방 무기등을 제외하곤 모든것이 허락 되었다. 워커가 갖고 갈수있는 최대 적하량 이내에선. 에너지 변위 탐색용 센서와 카메라가 달린 저 탐색탄은 서서히 낙 하하면서 도시 상부에서 모이는 정보를 광 파이버로 연결된 본채로 보낼것이다. 물론 그래봤자 카메라가 담을수 있는것은 도시 곳곳에 있는 뿌연 구름덩어리 뿐일것이고, 광파이버로 인해 자신의 위치만 발각될뿐이지만..그렇다고 광파이버를 연결 안한 전파로서의 정보 수 신은 다른 워커들을 도와주는 역할 밖에 하지 않기때문에 부득이 유 선 연결을 할수밖에 없는것이다. 도시 전체를 카메라에 담기 위해 탐색탄은 꽤 높은곳까지 올라간 후에야 낙하산이 펴졌다. 그때, 또하나의 빛 줄기가 그것을 따라 올라간다. 아까 올라간것보다 더욱 빠른 속도로. 누군지 성미급한 사람이군.. 낙하하면서 탐색하는것을 막으려고 다른 워커가 미사일을 발사한것 이다. 승한이 저런 멍청한일을 할린 없을테니 지금의 두놈들은 모두 적들일테지. 단군은 지금까지의 상태에서 예측되는 두군데의 발사지점을 도면에 서 표시해 주었다. 공항의 동쪽에 위치해 있는 원형으로 설계된 이 도시는 지도를 볼 때마다 과연 신도시구나 하고 감탄을 금하지 않을수 없게 만들어져 있었다. 관 공서,주요 국제 행사장등 일급 시설들은 중앙 광장에 밀집해 잇 엇고, 원형의 바깥까지 십자선을 주 도로로 만들었다. 그에 따른 가 지형은 도시 구석구석까지 들어가 있음은 물론이다. 발사지점은 두곳 모두 자신이 위치한 반대쪽 주 인터체인지 건너편 에 하나, 그리고 또하난 남쪽의 거주구역쪽이었다. 시작이다 단군! 아까 삼킨 내장 안정제는 서서히 효과를 보이는듯 아주 몸이 거뜬 한 기분이다. 그러나 이건 사기야. 전투가 끝난후엔 내장이 꼬이는걸 방지하기 위해 엠브란스에 끌려 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잠깐의 마취일 뿐이지 내장들을 뱃가죽에 못을대고 망치질 하는건 아니다. 자신이 퇴역한 이유중에 하나도 내 장 파열이 포함되어 있었다. 얼마나 견뎌 줄지... 몸의 긴장과 함께, 스스로 혈압을 체크하던 압력복 또한 서서히 시 작될 강한 압력에 대비해 조금씩 부푸러 오르고 있다. 단군역시 최종 적으로 전자 장갑의 장갑 계수를 올렸다. 왼쪽 손등의 스티커가 조금 사이가 벌어졌다. 점점 땅의 진동음이 저편에서 들려왔다. 그것은 꽤 커서 몸으로도 느낄수 있을정도였다. 이젠 아예 드러내고 싸우는건가? 아니면 마네 킨들의 방해음일까 .. 후자 쪽일것이다. 대담한 놈들. 성준 자신도 더이상 우물거릴순 없 었다. 도시 저편이라지만, 5분동안 갤로핑을 해도 금방 올수 있는거 리. 그것도 레일건으론 당장에라도 날아 올것같았다. 그때, 단군이 위치한곳에서 한블록 떨어진 고가도로의 가로등 하나 가 빛을 내뿜음과 동시에 강력한 폭발음이 들려 왔다. 고가도로의 얽 혀진 철근들이 삐죽이 드러나며 일부가 땅으로 와르르하고 무너졌다. 곧 이어 반대쪽 블럭에 있던 5층 건물 이 폭발했다. 무슨일이지? 너무나도 엉뚱한곳에서 폭발음이 들리자 성준은 당황 했다. 오토파일럿 '불개'는 즉각적으로 폭발 위치와 폭발력,공격지점등을 재빨리 산출하고 있다. 그렇군. 성준은 불개가 측정한 추정치로 판단해 볼때 무동력 미사일이란것 을 짐작했다. 무동력으로 날아다니는 미사일들은 흔히 갑작스러운 대기의 흐름에 경로를 채 바꾸지 못하고 그냥 폭발하는경우가 많다. 더구나 시가전 이라면, 중국놈이군. 글라이더같은 게릴라식 유도무기를 잘쓰는건 중국이다. 더구나 글라이더식 스텔드 미사일을 제일 처음 만들고 세계시장의 50%를 점유하는 중국으로선 자신들의 주특기를 활용함이 틀림없다. 그러나 그것이 워낙 명중률이 떨어지기 �㎣▷�에 수십개를 뿌렸을것 이다. 여기가 어디라고 ... 곳이어 시야에서 보이지 않는곳에서 간헐적으로 폭발음이 들려 왔 다. 모두 같은 무기다. 성준은 좀 유치한 그들의 발상에 코웃음을 쳤다. 이런 고층건물이 즐비한 시가에서 글라이더라니. 예측할수도 없는 이상기류가 휘젓고 다니는,그것도 대륙도 아닌 고 작해야 섬 두개를 이은 바닷바람이 휘젓고 다니는간척 지구일 뿐인데 그러나, 성준은 긴장하지 않을수 없었다. 바로 눈 앞에 유유히 글라이더 한개가 날아가는것이 보이는것이다. 단군에서 30미터도 떨어지지 않은곳이다. 긴장해서 자신도 모르게 단군을 후진 시키자, 글라이더는 단군을 발견한듯, 오른쪽으로 선회하는것 아닌가 ! 침을 삼킨 성준은 조심스럽게 상황 판단을 했다. 저걸 격추 시켜버 려? 20 미리 기관총 한방이면 되는데... 그러나 글라이던 오른쪽으로 선회 하다 갑작스럽게 몸을 뒤틀더니 땅으로 곤두박질 한다. 이상기류가 가벼운 글라이더의 날개를 뒤틀어 놓은 모습이 기분좋았다. 기류가 아니더라도 선회 반경을 볼땐 벽에 부�┥봤팀� 테지만, 고비는 넘겼다. 워낙 가볍게 설계 되었기 때문에 아군에게 단군의 위치를 가르쳐 줄만한 장비는 달지 않았을것이다.그러나 그렇지 않을수 있다고 판단 한 그는 긴장을 멈추지 않았다. �ß뭔隙� 지난후, 그는 점점 다가오는 소음에 주시했다. 아직 귀로 들리진 않았지만, 불개가 모니터에 표시해주는게 수상했다. 뭐지? 워커의 이동음은 아니었다. 무거운 물체가 고른 속도로 땅을 대고 움직이는, 일정한 무게중심을 가진 물체가 움직이는.... 차량이었다. 바퀴가 달린 물체가 다가온다고 불개는 판단했다. 안전 점검반것일까? 아니, 그들은 모두 12시간전에 철수 했을텐데? 점점 다가오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시속 40km 50,60, 긴급 상황 이다. 그는 재빨리 전자 장갑 계수의 정상 유지를 확인하고 몸을 사 렸다. 저건 공격 속도다. 그것도 자신의 위치를 아는듯, 정면에서 오지 않고 비스듬한곳에서 자신을 의식한듯 지그재그로 블록을 돌면서 오고 있지 않은가. 이러면... 선제 공격이다. "단군! '제비' 발사! " 즉각 저 멀리 위치한 마테킨의 등에서 검은색의 조그맣고 길다란 것이 마네킨의 등을 박차고 솟아 올랐다. 저공에서 적을 탐색할수 있 는 저공비행 탐색탄 FSS(Flying Spot Scanner)을 발사한것이다. 다가오는 적의 물체를 탐색탄이 수초간 확인하다 폭발되었다. 적은 마네킨이 아닌, 워커였다. 겉모습을 보아 철룡계열임을 알수 있었고, 등에는 '태호(太虎)'씨란 한문이 써있었다. 중국놈이군.그러 나 성준은 약간 이상함을 느꼈다.어딘가 어색하다 ? 그때, 적의 FSS가 날라옴을 불개가 알아채고 재빨리 기관총으로 파괴시키면서 성준에게 경고음을 내뱉는다. "노출! 위치 이동 요망!" 적과 거의 동시에 서로의 모습을 확인했다. '이젠 누가 워커를 끝까지 몰고 서 있을지 결판나는 1차 전투의 시 작일 뿐이야. 성준! ' 긴장감으로 조종석은 꽉 차, 금방에라도 터져 버릴것 같았다. 이미 예비 점화가 되있었던 노즐이 분사되자 단군은 땅을 박차고 포효하는듯안 울음소릴 내며 땅에서 떠올랐다. Cycling worker : 두 다리에 보조 바퀴가 달린 가변형 다리 와 동체 중앙에 마찬가지의 다리를 두어 2족 보행외에 3륜 구 동을 할수 있도록 설계된 워커. 처음 만들어진것은 일본이 아프 리카의 연합 국가들에게 산업용으로 설계 된것이 시초. 포장 도로에서 그 위력을 발휘 한다. 비 포장 도로에서는 보행, 포장 도로에선 바퀴로 주행을 함으로 곳곳에 도로가 발달하지 않은 후진국에선 초창기에 환영을 받았으나 잦은 고장과 아프리카와 일본간의 개발 기간문제의 마찰로 개량의 역사가 짧고 전투용으 론 개발된게 없다. 불타는 눈물 (17) '불개'는 선제 공격을 시도했다. 엄청난 화염을 발하는 태양을 먹어치우는 용감한 '불개' 답게 다 가오는 워커를 건물이 가리는것에 아랑곳 않고 단군의 몸을 빌려 발 사한다. 레일건의 포탄은 건물 두개 사이로 곧장 날아갔다. 직립탄이라 공 전탄에 비해 상당히 작은 공전효과인 데에도 불구하고 건물 허리부 분이 뜯어짐과 동시에, 저편에 강한 파열음이 들려 왔다. 성준이 쏜 레일건은 애�ㅅ봉� 건물 하나만 무너뜨렸을 뿐이다.화력이 반이상 줄었 는데도 부식제 때문인지 건물은 쉽게 부서졌다. 고속으로 단군을 전진 이동시켰다. 곧 이어 단군 옆에 있던 건물이 팡 하는, 마치 풍선이 터지는 듯한 폭발음을 발하며 레일건이 뿜어져 나왔다. 단군을 앞으로 전진 이동시킨건 성준이 아니다. 불개의 공격 예측 학이 그럴거라고 예상했고 성준은 그렇게 움직였을 뿐이다. 선제 공격에 당하기엔 너무 빠른놈이란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언 제 어디로 피할것까지 공격전에 산출한 덕택이다. 그러나 성준은 계기판에 경고 표시를 보고 당황했다. 후면에 전자 장갑 에너지가 감소한것이다. 자신도 모르게 레일건이 단군의 꼬릴 스치고 지나간것이다. 여유 있게 피했다고 생각했는데 태호씨란놈은 생각 이상이었던것. '좀더 정신 차려야 겟군.' 전자 장갑이 감소한 만큼 장갑 계수가 떨어진다. 나중에 승부가 안 났을경우엔, 상대 평가에서 장갑계수역시 무시못할 계수이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고속이동이 단군의 최대 장점이었으나 그것은 태호씨도 마찬가지 인것이다. 그제서야 성준은 어색함이 뭔지 알았다. 그 워커는 달려오는게 아 니라 자동차처럼 굴러 오고 있었다. 워커의 기본적인 걸음걸이에 익 숙해 있다가 단군을 오래 타다보니 워커들의 움직임에 둔감해 진것 이다. 사이클링 워커... 개발중이란것을 군사 전문지에서 보고 어느정도 짐작하고 있었지만 시험기로 벌써 나오다니. 성준은 혀를 내둘렀다. 어쨋던간 저놈을 처치 해야 하는데. 불안감이 앞섯다. 적은 달려 오는게 아니라 굴러 오기때문에 일단 기동력은 단군만 큼,아니 땅과의 마찰력으로 오히려 관성에 대한 물리적인 기동성은 단군을 능가 한다. 더구나 순간 가속도는 수퍼카와 맞먹는다고 들었 다. 수차레의 포격을 주고 받아 댓개의 건물이 힘없이 스러지거나 기울 어졌다. 건물의 파편은 전자 장갑에 튕겨져 나가 그다지 심한 손상은 없지 만, 마네킨과의 연락이 끊겼다. 아쉽지만 포기 해야지. 어디에서 건물 파편에 깔려 있던가 뒤집혀 있을것이다. 태호씨를 모는 조종사는 한국이 만든 워커를 보고 감탄을 금치 못 했다. 자신있게 만든, 수퍼카 못지 않은 순간 가속도를 자랑하는 워 커에 이정도로 오래 맞설수 있는 워커라니.... 철룡 계열에서 바로 전 기종에 비해 2배 이상의 공격률을 보여 틀 림 없이 이길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적은 자신보다 한수 위인것 같다. 아니 그 커다란 워커의 몸체를 공중에 부양해서 피해 다니는것만 봐 도 한수 위임엔 틀림이 없었다. 이 상태라면... 쓸데 없이 레일건의 에너지만 낭비 할 뿐이다. 적정거리를 유지한 채 레일건만 발사하던 작전을 포기했다. 연막을 새로 뿌렸다. 빠른 움직임과 레일건이 공기를 뒤흔들어 놓아 그동안에 뿌렸던 연 막이 다 흩어졌기때문이다. 짙은 밀도를 가진 우유빛깔의 연막이 순식간에 도로 주면을 가득 메우고 빠른속도로 다른곳까지 번져 나갔다. 새로 재점검을 한 태호씨를 몰고 조종사는 지그재그 이동으로 단 군에게 접근을 시도한다. 물론 마네킨을 옆에 끼고 같은 소음을 내면서 다가가는것을 잊지 않았다. 출발전엔 남아있던 글라이딩 미사일 10여개를 모두 발사했 다. 그것들은 자신들이 가고자 하는곳에서 좀 떨어진곳에 가 폭발 할 것이다. 교란작전으로 적에게 혼란을 주기 위함이었다. 성준은 적이 곧 접근해 올것을 짐작했다. 아니, 적이 안온다면 내가 다가가야 한다. 지금 상황에서 빨리 적을 처리 못한다면 다른 워커들이 몰려 올 공산 이 크기때문이다. 승한이 지원해 주러 온다면 모르지만 그것만 믿고 기다릴순 없다. 생각대로 태호씨가 접근해 오는것을 확인했다. 구동음이 점점 다가오는데 두곳에서 들렸다. 하나는 마네킨 아니면 노이즈 메이커 일것이다. 가짜를 판단해야 하는데.. 약간의 차일 보이는 음.. 불개는 즉시 가짤 판별했다. 땅에서 구르는 음은 아까 '제비'가 미 리 녹음해 놓았기에 마네킨과 진짜를 구분할수 있었다. 좌,우 90도 각도로 벌려진채 다가오는것중에 오른쪽이 진짜. 이 삼초 의 짧은 시간동안 성준은 '단군' 자신이 갖고 있는 신기술 의 약점을 적에게 이용하기로 했다. 등에 실려 있는 미사일 �ß물냄� 안전장치를 풀고 사출장치를 점검한 다. 이상없음을 확인한 그는 태호씨의 공격 예상 코스를 산출한후에 불개 에게 명령을 내렸다. 오늘날 많은 군사전문가들은 전차가 사양화 되고 있음을 시인 한다. 전차의 사멸을 용인하지 않으려는 뜻에서 전차를 살리기 위해서는 경기동성의 보호된 직사포( light mobile protected gun)로 바꾸거나 현행 전차의 역할을 3위( 기동력,화력,충력행 동)1체의 차량으로 보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military world 91/7월호 불타는 눈물 (18) 급히 엠블란스가 어디에선지 모르게 달려오고 태호씨의 3중 덥개가 힘없이 열린다. 흠뻑 땀에 젖어 흘러내린 머리카락은 그가 얼마나 긴 장의 무덤속에서 나왔나를 짐작케 했다. 엠블런스에서 나온 간호사들 의 황급한 부축없인 워커밖으로 나온후 단 한보도 걷지를 못했을것이 다. 재빨리 착탈식으로 단군에게 부착되어 있었던 방해 전파 발신기 를 태호씨의 몸에 붙여 주었다. 동료에게 단군 자신의 데이타 전송을 방해하기 위함이다. 이제 성준은 모처럼 긴장을 푼다. 5 분 동안 이곳은 휴전 지역이다. 태호씨의 조종사가 안전지대로 대피할 시간. 성준의 작전은 '운'과 함께 태호씨의 항복을 받아낸 것이다. 오조준된. 사실 오조준이 아니라 정조준 된것이지만, 단군은 미사 일 4기를 허공에 발사한후 한블록 우회해서 태호씨에게로 전속력으로 접근했었다. 멀리서 간헐적인 폭발음이 들려왔지만 신경쓰지 않았다. 보나마나 집중을 흐리게 하려는 잔기술 일것이기 �㎣▷�이다. 상공에 발사되었던 미사일들은 태호씨가 오던 도로 50미터 전방에 서 90도 수직각도로 아스파트를 작렬하자, 태호씨의 조종사는 경악을 했다. 아스팔트가 4차선 도로 전체에 균열을 보이며 갈라져 자신의 바퀴로 더이상 전진하다가는 그 틈에 끼어 앞으로 넘어질게 뻔하다. 더이상 평탄한 도로가 아닌것이다. 태호씨의 오토파일럿은 급작스런 도로 의 변화에 재빨리 보행전환 을 시도했다. 가변형의 바퀴가 접혀지며 보행을 하려고 힘차게 유압 펌프가 돌아가는도중, 옆 골목에서 노즐을 옆으로 힘차게 분사하면서 나온 단군은 태호씨를 정면으로 마주보았고, 그와 동시에 불개는 태 호씨를 한입에 삼켜버릴려는듯 공전탄을 발사시켰다. 엄청난 진공상태와 함께 일어난 폭풍이 태호씨의 동체를 공중으로 붕 뛰운후 믿겨지지 않을정도로 크나큰 몸집이 뒤집혀졌다. 땅에 떨어진 태호씨는 엄청난 무게로 인해 가변형 관절이 채 접히 기도 전에 그 사이에 끼어버려 이곳 저곳에서 유압유를 뿜어내었다. 단군이 침착하게 땅에 착지 하며 2 차 공격을 하려고 함과 동시에 그는 심한 진동을 느꼈다. 제길. 유압 스트레이너에서의 유압이 급속히 하강하고 있었다. 아까 받은 충격때문일까? 자세제어를 겨우 하며 급히 보조 스트레이 너로 대치했다. 그런 와중에 성준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항복의 외침이 단군 조종실에 울렸던것이다. 적은 더이상 대항할 능력을 잃었기 때문에 이이상 자신의 워커에 피해를 주고싶지 않아 항복을 했다. 고속의 이동에 에 시시각각으로 전환할수 있는, 환경적응 변환 능 력... 이것은 분사엔진으로 태호씨에 버금가는 속도를 가진 단군으로 서 도 해결치 못한 약점이다. 그러나 적어도 태호씨처럼 지면환경에의 영향은 받지 않기 �㎣▷�에 유리했고, 그 약점을 십분 발휘해 적의 허 점을 만든것이다. 이제 적은 3대로 줄었다. 아니, 그동안 다른 워커들끼리 싸움이 붙 어 더 줄었을지도 모른다. 미끼모또는 지금 어디 있을까. 작년처럼 또 조종사가 죽는 사태가 발생할지 걱정이다. 작년..그러고 보니 미끼모또 그녀석은 작년에도 사람을 한명 죽이고 이번에도 출전하다니. 일본에서 그가 영웅 대접 을 받고 있다는게 실감이 났다. 어쨋든 오늘로 그 영웅의 운명이 판 가름 날것이다. 용유도가 등뒤로 보이고 공항 터미널 을 바로 옆에 낀채 도시 외각 에 떨어진 일본 워커 미야자끼의 조종사는 어이없게 항복을 외쳤다. 어렴풋한 연막속에서 뛰쳐 나온 워커는 자신의 워커보다 거의 �ß뭐� 나 더 커다란 모습으로 미끼모또의 조종사를 압도했던것이다. 너무나도 놀라 후퇴할 겨를도 없는 상황에서 레일건과 미사일들이 연막속에서 쏟아져 나와 미끼모토의 전자장갑을 파헤치며 무릎을 꿇 렸다. 미끼모또는 미쯔비씨의 첨단 자기공학으로 만들어져 분당 100발 이 상을 발사할수 있는 급충전 레일 시스템을 갖고 있었으나 그것은 채 쓰지도 못하고 항복을 한것이다. 유유하게 엠블런스를 부른 중국의 워커 신농(神農)씨. 철룡 계열 22번�갊� 기종으로, 전자 장갑을 반 투명체 형태로 본체 를 둘러싸는 역할 이외에 그것을 렌즈화 해서 적의 시각센서를 교란 시키는 장비를 갖고 있다. 워커들의 시각센서는 많은 탐색 시스템중에 제일발달한 형태인 전 자 안구(electric eye-ball)를 채택하고 있어서 워커 주위의 환경을 거의 사람이 보는 형태로 보는데, 이것은 사람이 보는원리와 흡사해 보통 레이더로 보는것과 달리 신농씨는 주위의 연막과 장갑체의 렌즈 역할을 십분 발휘, 시각적으로 적을 위압하고 적의 제대로 대응하기 전에 1차 공격으로 적을 파괴하는 전법을 구사하고 있었다. 미끼모또의 조종사가 본것은 연막과 전자 장갑의 렌즈 효과로 인한 신농씨의 허상을 본것 뿐이다.이것은 물론 눈속임이라 선제 공격에서 이기지 못하면 금방 탄로나서 위험하다. 더구나 렌즈 효과를 내는 전 자 장갑은 다른 전자 장갑과 달리 워커의 동체에 바짝 붙어 있지 못 하고 상당히 광범위 하게 퍼져 있어야 하기때문에 그만큼 장갑으로서 의 역할은 떨어진다. 그러나 모의 공격연습을 충실히 한 신농씨의 조종사는 가볍게 일본 대 중공업을 자랑하는 미쯔비시의 높은 코를 바짝 눌러 버렸다. 이것으로도 군사무기 업자들의 점수는 충분히 딴것이라 신농씨의 조종사는 흐뭇했다. 같은 수법으로 한대만 더 이기면 바이어들은 호 평을 할것이고 자신들의 워커는 세계 여러 나라의 전장을 누빌것이 다. 비록 아까 태호씨가 패했다는 게 중앙통제 본부의 공고로 알려졌 을땐 불쾌한 감이 없진 않았으나 이제 일본도 워커가 하나뿐이고 한 국도 곧 그렇게 될것이다. 한국의 워커가 어디있더라도 그는 자신이 있었다. 이번 공격에 있 어서 신농씨 자신은 전혀 피해를 보지 않았다. 때문에 전투환경 역시 최상이다. 서녁하늘에선 점점 노을이 생기기 시작한다. 섬 전체가 긴장감에 싸여 조금씩 번개를 칠것 같은 날씨속에서 모 의전투 십여 시간만에 2대가 스러졌다. 이제 4대 한국의 단군. 그리고 환웅 중국의 신농씨. 일본의 아마테라스. 아직 환웅과 아마테라스는 다른 적들의 싸움을 3차원 레이다에서 나온 데이타만 갖고 상황을 지켜보기만 하고 있다. 구 소련의 미래 전차 계획에서 3단계 사업을 보면 3단계는 2010년대로 예상하고 있는데, 여기에서는 본격적이며 혁신적인 것으로 주포 자체가 cannon포가 아니고 전자 열포나 전자포 로 발전될것이며 장갑역시 reactive 애에서 active armor 화 하여 전차에서 방사되는 물질에 의해 날아 오는 상대탄이 전차에 탄 착되기 이전에 저지하는 능동형 장갑화 한다는것이다. 이러한 능동형 장갑에 대해서 이스라엘 의 '탈' 장군은 스마트 방호라 고 설명하고 있으며 미군의 돈 스테리 장군은 proactive 장갑, 즉 사전 저지 장갑이라고 호칭하고 있으나 이는 전자 장갑의 형 태로 보면 될것이다. <후략> military world 92/3 불타는 눈물 (19) 승한은 공항 터미날로 연결되는 시가지 끝의 인터체인지를 지탱하 는 커다란 직사각형의 기둥사이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아니 대기라기 보단 어쩔수 없는 피신이다. 착지�㎣� 그는 분명히 연습한대로 착지 동작을 행했고, 기기도 이상 이 없었다. 바람도 거세게 불지 않아 그는 이상없이 착지했다고 판단 했는데도 불구 하고 환웅은 삐걱거리고 말았다. 양 다리의 동력인출장치 가 경보음을 울렸고, 발부분의 댐퍼 4개가 모두 이상 압력 이라며 정상적인 작동을 하지 않았다. 또, 순탄하게 흐르지 못하는 유압유 의 불규칙적인 압력 강하로 인해 동맥경화라도 걸린것 처럼 모든 유압흐름을 조심스럽게 다루어 야만 했다. 특별히 흐름계통에 이상을 발견할�㎣∮沮� 무리한 동작, 아 니 걸음도 못걷는다. 제길.. 훈련을 그렇게 많이 했는데도 실전에서 이모양이라니, 그렇게 노련 한 자신도 이모양이니 성준또한 제대로 착륙했다고 는 생각치 않았 다. '이러면 초반부터 불리한데.' 정비 안하고 워커를 끌고 나온 기분이라 그는 사무 착잡한 마음을 가 눌수 없었다.역시 국산 워커의 한계인가... 성준이 전에 어떤 늙은 정비병과 나눈 대화를 자신에게 들려주었을 땐 별로 실감하지 못했다. 심지어 훈련중에도 어느정도는 자신의 실 력과 민첩성으로 커버할수 있다고 자신만만했는데, 지금상황으론 도 저히 자신이 없다. 또, 훈련도 그렇게 많이 하지 못했다. 시험기라는 특수성때문에 3 대를 만든것중, 하나는 연구용으로 어디에 쳐박혔는지 보이지도 않았 고, 뒤늦게 제작된 훈련용은 5번째 착지 실험때 반이상이 부숴져 버 려 그후론 모두 모의 실험을 해야만 했다. 모의 실험은 모두 만족스러워 그나마 위안을 삼고 있었는데 결과가 이러니 앞으로의 전투가 걱정이 안될수 없다. 이번 전투는 작년만큼이나 격렬할것이다. 최소한 사상자 가 날것이라고 승한은 예상했다. 그래야 그만큼 '쇼 도' 되고 장사도 잘될것이니까. 지금 중앙 통제실에 줄지어 서있는 바이어들의 날카로운 눈들은 각 워커들의 전투결과가 나오길 애를 태우며 기다릴것이다. 승한은 착지후 연막도 치지 않고 전파 방해나 특별한 탐지 방해 장 비를 전혀 사용치 않았다. 그리고 그것과 함께 전자 장갑도 형성시키 지 않았다. 모든 외부 동력을 끄고, 부스터 내부에서의 예비 점화로 겉으론 전혀 에너지 방출이 없도록 유의 시켰다. 환웅은 비록 전자 장갑이 없어도 암컷의 목적으로 설계되었기때문 에 방어력 보강을 위해 세뉴 크롬으로 압착코팅된 최종장갑을 껴입어 두툼한 몸통이었다. 다리를 최대한 접은채 머리를 땅쪽으로 최대한 굽혀 몸의 크기를 최소한으로 줄였다. 그때문에 승한의 워커 '환웅'을 발견하는것은 육안으로서만 가능하 다. 워커없이 인간이 걸어다니며 찾지 않는한 상대방도 자신도 모두 위치를 파악할수 없는 점을 최대한 이용한것. 환웅이 자체 수리를 하는동안은 이것이 최선인 셈이다. 어차피 �ß뭣챨５옛� 여유를 부리기로 했기 때문에 그동안에 어느정 도 복구만 된다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중앙 통제센터에서 송신된 공고를 들은 그는 조금 마음의 위안을 얻었다. 다섯 대 중에 다행히 한국은 전혀 피해를 보지 않았다. 이제 한대 만 처치한다면 전세는 거의 한국의 낙승이다. 회심의 미소를 짓고 그 는 목표한 지점으로 부스터를 켜고 다가갔다. "17시 현재 일본 워커 미야자끼 중국의 신농씨 에게 항복 " "전투시작이후 10시간 경과, 현재 한국의 단군,환웅,일본의 아마테 라스, 중국의 신농씨 가 전투 진행중입니다. 작전지역 B55-00-24지점 은 신농씨에게 당한 미야자끼의 항복지점입니다. 이쪽 에서의 전투는 앞으로 4분후 가능합니다." 이제 4대 남았나? 화려한 불꽃이 튀어오른 ...... 시시 각각으로 전투 현황이 들려왔다. 이제 슬슬 성준과 대화해 볼 까? 아니면 좀더 기다릴까... 승한이 지금 노리고 있는것은 신농씨. 자신이 있는곳에서도 가깝기도 했지만, 그곳으로 가는데 고가도로 를 따라가기만 하면 되었고 마네킨과 함께 근사한 연극을 할 시나리 오를 짜 두었다. 자신도 한대 잡고 성준에게 연락하기로 했다. 연락한다고 해서 좋 은 정보를 얻는다는 보장도 없는데다가 까딱하단 자신의 위치만 발각 난다. 전파 방해용 분무장치를 �ß물� 발사했다. 신농씨. 적이 어떤 체제를 쓰는지는 몰랐지만, 일격에 당한것은 땅에서 울 리는 진동음으로도 예측할수 있다. 한번에 끝낼수 있다는것은 그만큼 강한 기동성과 민첩한 작전 능력이다. 승한 자신도 작전에 신중을 기 하며 레일건을 장진한다. 스크린에서는 적의 예상위치 3곳이 깜박거 린다. 고가도로는 500여미터정도 커브를 틀면서 한블록을 우회하고 있는 데, 고가도로의 끝부분은 지상으로 내려가져 있었고 그곳에 적의 예 상 위치가 밀집해 있다. 꼭 그지점이 아니더라도 그 부근에 위치해 있을것이다. 일부로 커다란 소음을 내며 착지했다. 갖고 있던 제비 3 대를 모두 발사시킨다. 마네킨은 뒤에 바짝 붙어 따라오고 있었다. 신농씨의 조종사는 초조 했다. 해가 어느덧 기울면서 석양노을이 그 의 마음을 불안하게 만든다. 저녁이 되면 자신에게 불리하다. 신농씨 의 주특기인 연막와 전자장갑의 시각혼란시스템이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낮이라면 한 개의 조명, 즉 태양에 맞추어 적절한 효과를 연출할수 있지만, 밤이면 그렇게 하지 못한다. 일부러 조명탄 을 발사한다 해도 밝기와 위치가 일정치 못한 그것은 신농씨의 연출 을 도와주진 못한다. 때문에 신농씨는 지금 다가오는 적도 앞처럼 1 차 공격으로 격퇴시키기위해서는 저 해가 지기전에 작전을 마무리 져 야 한다. 조급한 마음으로 탐색거리에 와있는 적에게 FSS 를 발사시 켰다. FSS 들은 거의 동시에 서로의 고공에서 적의 모습과 위치등을 식별 했다. 물론 그들역시 상대방의 20mm 기관포의 희생양이 되었으나 별 로 의식하진 않았다. 신농씨는 마지막으로 최고의 멋진 연출을 위해 엄청난 연막 발생기를 전방에 뿌리며 고가도로를 올라가기 시작했다. 고가도로에서의 연출은 완벽하게 진행되었다. 아까의 FSS 에서 본 적의 워커는 별로 그렇게 특별나 보이진 않았다. 조금 뚱뚱해 보여, 장갑은 꽤 두툼한것 같았지만, 신농씨의 새로 개발된 쌍룡(雙龍)포의 화력이면 충분히 제압할수 있다고 생각했다. 승한은 적의 연막속에서 확실한것을 보진 못했으나 매끄러운 이동 동작이 매우 수상했다. 자신들과 같은 부스터 이동방식은 아니다. 부 스터 음이 들려 오질 않기 때문에, 뭔가 특별한 이동방식을 채택한것 이라소 생각한 그는 적의 빠른 속력에 대비하기 위해 작전 시나리오 를 수정했다. 신농씨의 조종사는 생각했다.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워커들의 시각센서는 강한 연막때문에 전자 안구를 사용하지 않고 포지션 센서(물체의 폭,위치 계수,등만이 표시 할수 있는 센서)만을 사용하고 있기�㎣▷�에 적의 위치,속도,에너지 분 출상황만이 스크린에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적은 전 상황을 보기위 해 전자 안구로 이쪽을 볼것이다. 예상대로다! 신농씨는 곧 환상효과를 불러일으키기 위한 연출을 시작했다. 전자 장갑의 공간 번짐 4.6배, 상대 전자 안구 오차율 80,90,95퍼센트 적 중 예상, 효과음 기대치 5배확대, 차례차례 모니터에서 환상 효과와 함께 전투 준비를 한다. 이것이 실패하더라도 곧장 쌍룡표를 발사한 다. 이 고가도로에서라면 어느 누고도 피하진 못하리라. 이미 태양을 마주보고 있기�㎣▷�에 조명은 충분했다. 붉은 노을의 비 쳐진 약 5배정도의 이상크기로 확대된 신농의 몸집만 봐도 적은 순간 적으로 얼어 붙을것이다. 승한의 시나리오는 간단했다. 고가도로 위에서의 정면승부. 적도 의외로 자신을 보고 정면으로 다가오자 뭔가 자신있는 작전을 갖고 있나 의아해 했지만, 자신의 작전이 먼저 먹힐것을 확신하고 있었기 에 그는 별로 의심하지 않고 작전을 전개한다. 유효 거리에 오기직전, 그는 대 기갑미사일로 자신의 가고 있는 고 가도로 앞부분을 파괴 해서 다리를 끊고, 그 끊어진 사이로 착지 한 후, 아래에서 위로 공격하는것이다. 상대방이 자신처첨 부스터를 가 졌다 해도 갑작스런 공중에서의 중력균형을 잃는다면, 워커로서는 속 수 무책.거기에다가 환웅과 단군 의 두 계열은 개발 당시에도 유리한 고지를 점령한 적에게 대항키 위해 상당한 투자를 고각사격 시스템에 쏟아 부었다. 그만큼의 값어치는 할수 있기를 바랫고 적어도 훈련에 선 놀라운 효과를 보여 주었다. 고가도로에서 떨어진후, 신농씨와의 예상 각도는 거의 직각에 가깝 지만, 환웅은 최고 90도 까지의 고각 사격이 가능하다. 고가도로는 커다랗게 애스자(S) 로 구부러져 있어 신농과 환웅은 서로 견제 사격을 조금씩 해보았다. 그러나 아직 유효 사거리가 아니 었고, 건물 에 가려져 실탄만 낭비했을뿐이다. 승한은 이상함을 느꼈다. 적의 워커의 구동음이 지나칠정도로 크다 는것을. 구동음이 이렇게 크다면 그만큼 큰놈이던가 아니면 소음기가 달려 있지 않은것이란 말인가? 이상한 예감을 억누를순 없었지만, 그 렇다고 작전을 변경할수도 없는상황이다. 조용히 버튼 �ß물낯� 누르자 워커의 등에 있던 대 기갑 미사일이 수 직으로 떠올랐다. 신농씨는 순간적으로 적의 이러한 자세게 곧 대응하기 위해 사정거 리에 오는즉시 기관포로 날릴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이상하게도 그 것들은 힘없이 수직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불량품? ' 그는 비웃었다. 유도 미사일하나 제대로 못만드는 놈들이라니... 도로에 떨어진다면 약간의 충격이 있겠지. 그는 잠시 전진 속도를 줄이며 미사일이 줄 도로의 충격에 대비했다. 쿵!쿵! 승한은 난간을 예비팔로 붙잡고 10 여 미터 아래로 환웅을 떨어뜨 렸다. 부스터는 최대 출력을 발휘하며 환웅의 착지 충격을 줄여 주었 다. 완벽한 착지는 아니었지만, 당장의 보행엔 무리가 없다. 신농씨는 아직도 적이 도로 위에 있다고 생각했다. 밑에서 들려오 는 소음은 고가도로의 블럭이 무너지는 소리라고 단순히 생각되었을 뿐, 그는 아직도 환웅이 남겨 놓은 마네킨에 정신이 팔려있었다. 장 전했던 레일건을 발사 시킨다. 이것 하나로 적을 부숴 뜨리는거다. 거대한 쌍룡포의 유탄 발사음이 고가도로를 진동 시켰다. 쌍룡포는 두개의 포가 병렬로 붙어 있는것으로 한쪽이 2발씩, 3도 간격으로 모 두 12도의 범위로 점사격을 하듯이 영점 오초 동안 모두 4발을 발사 하도록 만들어진 신 대워커 병기 중의 하나 였다. 모두 공전탄의 위 력을 발했기때문에 공전 폭풍은 부식되어 있던 난간을 모조리 뜯어 버리며 허공에서 구겨 버렸고, 양편에 죽 늘어 서있던 가로등이 차례 로 날카로운 쇳소리를 내며 터져 버렸다. 그와 함께 환웅의 마네킨도 박살나고 만다. 승한은 이때다 하고 레일건을 수직각도로 조준했다. 그때였다. 고가도로 의 바깥쪽 시가지 왼편에서 강력한 빛이 승한과 신농씨 의 조종사를 어리둥절케 하더니, 한줄기 빛이 고가도로를 때렸다. 레일건의 갑적스러운 포격이었다. 눈깜작 할사이에 승한은 부서지는 고가도로의 콘크리트 블럭을 피 하기 위해 환웅을 이동시키기 바빴고, 신농씨는 무너지는 고가도로위 에서 재빨리 피하려고 애를 썼지만, 소용이 없었다. 일본 워커 아마테라스의 출현이었다. 현 전차의 선회 포탑형상으로서는 전차 중량이 전통적인 40톤 대 를 크게 능가함으로써 대구경포의 장착이 불가능하기때문에 부득 이 설계 개념을 달리할것으로 판단된다. <중략> 3단계 사업에서 쓰이는 전차가 필요한 포구 에너지는 25-30메가 쥴의 에너지가 필요한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포탄의 속도가 현재 보다 두배정도 빠른 초속 3000m 이상의 속도를 필요로 하는것인 데, 이것은 재래형의 화약을 사용하는 포로서는 불가능하기 때문 에 미래에 있어서는 전자포와 같은 에너지 지향병기도 고려되고 있다. military world 92/3 불타는 눈물 (20) 신농씨는 20여 미터 높이의 고가도로에서 대책없이 콘크리트 바닥 으로 곤두박질을 하고 말았다. 아무리 육군 최강의 주력병기라 일컬 어지는 '워커'일지라도 분사시스템이 없는, 게다가 갑작스런 기습에 몸의 균형을 완전히 잃고 만 신농씨로서는 어쩔수 없는일이었다. 옆 구리로 처절하게 땅바닥과 키스를 한 신농씨는 심한 유압력을 조종하 지 못해 이곳저곳에서 새빨간 기름이 분출되었고, 중풍에 걸린 환자 처럼 다리의 관절부분이 그르릉 거리며 공회전을 했다. 승한도 그에 못지 않은 피해를 입었다. 모의 전쟁에서 결정적으로 조종사들을 보호하지 못하는 문제. 바로 중력에 대한 대비였다. 적의 강력한 방사 병기의 세기를 감소시키고 상대적으로 전자 장갑 을 강화 한다 해도 전투중에 일어나는 커다란 파편이나 �ß뭣脚堧犬� 압력을 주는 주위 건축물에 대한 피해에 대해선 조종사가 스스로 판 단해야 했다. 그러나 전투에 신경쓰느라 바쁜 그들에게 일일이 주변 환경까지 신경 써가며 피할수는 없는일. 거기다가 이번엔 시가전이라 더욱이 신경을 써야 했지만 처음 모의 전투를 실시하는 한국으로선 그에 대한 대비책이 거의 없었다. 분사 시스템으로 피해 지역을 벗어나려는 찰나 고가도로의 일부였 던 구조물 하나가 환웅의 다리를 짓이기며 그의 몸통을 굴려 버렀다. 몸의 균형을 잡기는 그른 상태였고 더구나 내동댕이 쳐지면서 왼쪽 버너가 점화 되질않았다. "수정 자이로 90퍼센트 손실" "노상 안정기 95퍼센트 무부하 상태 " "모든 기계근육 유압강하! 자동보호시스템에 따라 방향제어 밸브 차단. 30초내로 모든 관절 작동불능 " "왼쪽 보행관절 강제 단절. 전투체제에서 생존 체제로 전환" 뚜뚜 거리는 비상음과 함께 절박한 환웅의 비명소리. 침울한 가운 데 그는 성준에게 통신회로를 열었다. 조금있으면 환웅 스스로가 적에게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도록 회로 대부분이 암호화 되어 패쇄 될것이다. 그전에 승한은 자신의 상태를 미리 정한 암호로 일방통행의 메시지를 남기기 위함이었다. "갑돌이에게, 여기는 갑순이. 불행히 좋은 신랑을 만나기도 전에 어처구니 없는놈을 만나 농락당했다. 상대는 워낙 멀리 떨어진채라 확인 못했지만 바다 건너온놈인것 같다. 장거리임에도 불구하고 상당 히 좋은 눈과 강한 어깨를 갖고 있다. 자세한건 참새가 갖고있는 다 른 편질 읽을것. 빠른시간내에 놈을 잡아주기 바란다. " 참새는 적으로부터 얻은 데이터를 우군에게 알려주기 위해 만들어 진 비상 연락 시스템. 근거리에선 공중으로 떠올라 암호화, 압축화 되어있는 적의 화상 자료나 그밖의 정보를 전파로 방사한다. 물론 그 것을 해독할수 있는 우군만이 그것을 받아 해독할수 있도록 철저하게 보완화 되어있었다. 참새 송출장치는 환웅의 시스템과 달리 독자적으로 만들어져 있었 기 때문에 쓰러져 있는 환웅의 불리한 숭출 자세에서도 갸날픈 몸을 빼어 적절한 각도로 발사 되었다. 그러나. 공중으로 올라, 채 전파를 발사하기도 전에 그것은 폭풍을 만난 종 잇장처럼 균형을 잃고 서녁하늘로 쓸려 날아가 버렸다. 바로 그들을 쓰러뜨린 아마테라스가 공전탄으로 참새를 날려버린것 이었다. 원거리에서 고가도로의 전투를 훼방놓은 그는 어느새 근처로 다가 와 자신의 기밀을 유지키 위해 환웅의 정보 송출을 차단해야만 했던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승한은 자신에게 다가오는 워커의 육중한 울림에 긴장이 되었다. 자신의 워커는 이미 항복이 선언되었는데 왜 다가오는것일까.. "뭐야 이자식! 모의 전투 규정 위반이다! " 몸의 균형이 무너지며 조종석 한쪽으로 몸이 쏠려지자 그는 당황했 다. 밖을 볼수 있는 전자 눈이 파괴 되어 맹인이된 상태지만 갑작스 런 환웅의 움직임. 아마테라스가 밖에서 환웅을 이리저리 굴리는것을 느낄수 있었다. 안전밸트를 풀러놓고 안전요원들이 오길 기다리던 승한으로선 아마 테라스의 이러한 행동에 화가 났다. 미끼모또 이자식 도대체 어쩔셈 인가 ? "지잉" 가느다랗지만 엄청난 힘을 음미하는 고속의 회전음. 드릴소리가 승한의 귀를 위협했다. 뭐야. 이거 환웅을 어떻게 하려고. 재빨리 그는 환웅의 통신 전파를 열고 상대에게 소리쳤다. "뭐하는거냐 전투규정 위반인걸 몰라? 패배한 적에게는 접근금지는 물론 접촉도 안된단 말이다. 빨리 환웅에게서 손을 떼라!" 그러나 소용이 없었다. 소음은 계속 들려왔고 미세한 진동이 환웅을 울리며 그의 몸을 덜덜 떨리게 만든다. "이 미친자식! 그만두라니까, 도대체 어쩔셈이냐 !" "전투에서 진놈은 역시 말이 많군. 널 어쩌려는건 아니니 한숨 자 두게나 난 단지 우리 아마테라스에게 지식의 폭을 넓혀주고 싶을 뿐 이니까, 이놈은 질투가 심해서 자기가 갖고 있는것 말고도 상대방을 알려고 노력하는 학구파거든." 컴퓨터로 번역이 된 기계음이 들려왔다. 뭐야? 설마... 서둘러 환웅의 종합 정보처리 시스템들을 점검했다. 이럴수가... 눈앞에 벌어지고 있는일이 너무나도 놀라워, 그의 안면의 근육이 가벼운 경련을 일으키며 잠시동안 턱이 움직이질 않았다. 환웅이 갖고 있는 대부분의 정보가 밖으로 부터 읽혀 지고 있질 않은가! 그것도 이미 압축되어 보관되어 있는 자료들과 전투 진행중의 모든 기록, 그밖에 모든 암호화 된 정보도 자동해독과 동시에 적에게 넘어 가는것을 그는 손하나 까딱하지 못하고 지금 지켜보고 있는것이다. 기억전이. 드릴로 환웅의 내부회로로 다가간 아마테라스는 기억전이 기능을 갖고 있는 미세한 기계팔들이 환웅의 두뇌로 연결되어 정보를 유출하 고 있는것이다. 서둘러 모든 회로를 차단하려 했지만, 너무 늦었다. 이미 모든 운 영 시스템까지 적의 손으로 넘어간 상태였다. 이젠 적이 없인 스스로 환웅밖으로도 나가지도 못한다. 눈앞이 깜깜해진 기분이었다. "이 이런..." 이렇다면 단군의 정보까지 모두 갖고 있게 되는데... 성준이 위험하다. 자신의 모든 연락 암호까지 갖고 있는 상태인 아마테라스는 자신의 몸이 보이지 않는한 얼마든지 환웅처럼 위장할수 있게 된다. 더더구 나 전파를 열지 않고 단군에게 접근해도 단군은 변경된 아마테라스의 식별시스템에 속아넘어갈지도 모른다. "비겁한녀석 ! 이딴 짓으로 전투를 이기려고 하다니. 당장 그만두 지 못해!" " 훗..전투는 이기기만 하면 되는거 아닌가? 바다를 건너왔는데 이 정도 서비스야 해줘야지. 아 지금 자네 맹인이겠군. 안전 요원들이 오는데 이몸은 이만 사라져 주지. �ß뭄竪옛� 안봐서 통 몰라볼텐데 날 보면 형은 아마 자네처럼 반가이 맞을거야. 난 걸어가서 형을 가 볍게 쓰다듬어 주기만 하면 되고. 어째, 오늘은 기분 좋은 새벽을 맞 이 할것같군. 하하하.. 그럼 잘있게. 나중에 주먹맛을 본 형의 눈이나 잘 감겨 주라고" 어느새 자신이 보낸 매세지 까지 읽은 미끼모또의 조소어린 말에 그는 불끈쥔 주먹을 부르르 떨뿐 아무것도 할수 없었다. 역시 예상대로다. 미끼모또 는 승한 자신처럼 위장해 성준에게 다가가려는 것이다. 지금은 밤. 안개까지 있다면 정상적인 시야로서도 알아보기 힘들테고 설사 성준이 알아 차린다 해도 단군의 모든 정보를 갖고 있는 아마 테라스를 이긴다는것은 불가능이다. 근데 눈을 감겨 주라니 ? 설마. 자신이 예상한 전투의 불행한 제물을 연상했다. 설마 미끼모또가 성준을? 아니 그럴린 없다. 그녀석들은 핏줄은 달라도 어린 시절을 같이 보낸 형제 인데. 그럴리 없어. 아냐. 온몸으로 퍼지는 두려움을 �갖뭬� 버리려고 머릴 흔들었다. 그러나 자신의 바램만으로 일이 진행될리는 만무했기에 더욱 몰려 오는 긴장감은 그의 온몸을 식은 땀으로 적셔주었다. 잠시후, 강제적으로 밖에서 비상 개폐장치가 절단되면서 밤하늘이 그를 맞 았다. 안전요원들이 승한의 무사함을 확인하고 재빠른 동작으로 그를 앰브런스로 들것을 가지러 갔다. 멀리서 조용하면서도 음산힌 진동음이 승한의 귀에 간헐적으로 들 려온다. 들것에 실리면서 안전요원에게 담배를 청했다. 담배를 물고 라이터를 켰다. 심한 밤바람속에서 힘차게 올라오는 불꽃은 근심어린 승한의 얼굴빛을 더욱 어지럽힌다. 불타는 눈물 (21) 신농씨는 환웅보다 더 처참한 꼴이었다. 커다란 콘크리트 파편과 철근이 위로 겹겹이 쌓여 중장비까지 동원되어야만 했다. 예상보다 더 늦은 시간인 20 분 정도가 지나서야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버린채 기절한 신농씨의 조종사가 들것에 실려 나오고, 신농씨의 분해된 몸 뚱아리가 조사반에 의해 옮겨지기 시작했다. 몸 이곳저곳엔 파편에 생긴 생채기와 그을음에 쪄들어 있었고 전투후에 생긴 불타는 눈물이 조금씩 물기를 머금어 점검 요원들은 그것을 조심스럽게 닦아내었고, 부위별로 샘플을 채집하는등 부산한 모습이었다. 환웅도 예외는 아니어서, 잘려진 다리와 몸뚱아리가 신농씨 다음으 로 운반용 차량에 실려졌다. 너댓개의 메뉴퓨레이터에 의해 찬찬히 들어올리기 전, 그는 환웅의 외부를 살폈다. 새끼 손가락의 절반 만한 구멍이 조종석 근처에만 일 곱 여덟개 가량이 뚫려져 있다. 정보인출이 쉬운곳을 찾아다니느라고 이곳저곳을 뚫은 모양이었다. 워낙에 전자장갑의 동력이 끊긴 상태였 다지만,최종장갑이란 단어가 무색했다. 이러고서도 워커 제 2의 임무 수행, 정찰�㈍� 공격형 워커의 사수역할을 하는 암컷으로 만들어졌다는 게 한심스러울 지경이다. 승한은 지금 성준에게 해줄수 없는게 전혀 없어 안타까웠다. 그러나 지금와서 그로서도 어쩔수 없는일. 상황 분석실로가 성준의 전투 상황을 지켜보는 도리밖에 없어, 의무적으로 병원에 가서 안전 진단을 받으라는 주위요원들의 말에는 아랑곳 않고 즉각 상황실로 가 는 차량에 올라탄다. 미끼모또는 급히 성준이 있는곳으로 다가갔다. 안전요원들이 환웅 의 패배를 확인하고 공식패배를 각 워커들에게 통보하는데 10분남짓 걸리는데 그 안에 단군을 찾아야 했다. 이제 너에게 분풀이를 할수 있겠군. 기다려. 어렷을때부터 열등감에 시달리던 것을 이제 일본인으로서 성준에게 맛을 보여주겟다고 다짐한다. 최저음으로 모든 동력음을 차단한 상태에서 좁은 보폭을 자주 옮기 는 아마테라스. 좁은 간격의 중심이동으로의 이동은 워커에 있어서 착지충력이 적 기때문에 최소한의 진동음만을 낼뿐이고,그 외의 소음은 불필요했다. '이상한데 ?' 성준은 방금 남북쪽하늘에서 폭발한 작은 물체에 관심을 기울였다. 분명 폭발때 생긴 에너지나,소음,빛의세기등을 분석할때 공격형 무기 는 아니었다. 그렇다고 정찰형 제비라고 생각하기에는 너무 일찍터졌 기때문에 가까운 거리에 적이 있었을거라고 예상할법도 한데, 전혀 싸움의 기미가 보이질 않으니 도통 모를일이었다. 5분전에 커다란 고가도로가 무너진 소음을 판독한 후,아무일도 안 일어나다 갑작스러운 폭발음은 성준의 호기심을 자극하고도 남았다. '그렇다고 제비를 날려버리기엔 너무 거리가 멀고...' 처음 예상된 공격예상 가능성에 대한 확률은 거의 떨어진 상태. '도대체 고가도로에서 무슨일이 벌어 진거지 ? ' 가만이 이대로 기다릴순 없었다. 좀더 여유있게 관찰할수도 있겠지만, 그정도로 한가한 사태로 일이 진행될것 같진 않았다. 이번 공격은 분명 레일건으로 인한 파괴다. 그런데 그 후의 반격음 이 없다는것은 분명 그 공격으로 워커 하나가 일방적으로 당했을것이 고, 5분후의 조그마한 폭발음은 워커의 병기 일부가 재폭발한것이라 고 추측 되었다. 사정거리에 다가가 동태를 살펴봐야 한다. 얼마 안 있어 공식 발표가 있을것이다. 만일 우군이 살아 있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을경운 기습을 당하게 된다. 그때까지 가만이 있어줄 아마 츄어는 없다. 30퍼센트가량 남은 연막 잔유량을 것을 5퍼센트정도 남기고 모두 쓰기로 했다. 강한 둔탁음과 함께 고공으로 연막탄을 발사한다. 곧 주위가 자욱한 안개로 시야가 가려지기 시작하자, 폭발음이 있는곳으 로 이동을 시작했다. 제길, 좀 조용히 갈수 없나? 왼쪽발이 착지시마다 조그마한 울림을 주었다.분명 아까의 착지 충 격의 영향이다. 그렇다고 지금 상황에서 호버이동을 한다면 그것은 더 수비게 적에게 위치를 노출시킬것이다. 적이 일단 발견된다음에나 쓰이는 이동방식을 쓸수도 없고, 그렇다고 계속 잔 울림을 내며 이동 하기도 그렇고... 성준은 곧 이동을 멈추고 생각에 잠긴다. 일단 적이 나타나길 기다리는수밖에 없겠다. 마네킨의 수명이 다되어 갔지만, 아직 그런대로 정찰할정도는 되 니, 마네킨에게 근거리에서 계속 저 소음을 내며 적을 유도하는게 나 을것 같아 즉시 실행에 옮겼다. 그것은 아주가벼웠고, 또 조용히 일어났다. 모니터에 나타난 앞의 풍경이 일부분 일그러지는듯 하더니, 새파 란 섬광이 안구보호용 안경을 녹여버릴 기세로 몰려들었고 성준이 상 황판단을 하기도 전에 '단군'은 레일건의 파동에 심한 진동을 일으키 며 동체가 옆으로 비껴졌다. 심한 압력을 느낀 단군은 재빨리 보호모드로 전환했다. 관성을 이용해, 비껴간 쪽으로 몸을 튼 단군은 곧장 그쪽의 골목으로 피해 들어간다. 이미 적에게 모습을 들켰기에 순간적으로 이동방식은 호버로 바뀌었다. '흠, 아직 시제품이라 문제가 없진 않군.' 자신의 조준은 정확했다. 문제가 있다면, 이 아마테라스의 사격조 준장치가 아직 동체의 움직임에 그렇게 호흡을 맞추지 못하고 있는것 이라고 미끼모또는 생각했다. 단군을 먼저 발견한것은 아마테라스. 선제 공격은 미흡하지만 성공인것 같았다. 실패라면 자기 형의 성 격이라면 곧장 반격을 했을텐데, 저렇게 꽁무니를 �ェちㅅ돈� 황급히 도망가는걸로 봐선.. 불타는 눈물 (22) 레일건의 공전 폭풍과 연막으로 거의 한치 앞도 보지 못하는 시야속 에서 성준은 단군의 피해상황을 보고 받는다. 왼쪽 부스터 냉각장치 파손. 부 사격통제 시스템 다운.리셋불능. 포신 측원장착기 통제마비. 레인지 파인더 절단. 하나하나 메시지가 출력될때마다 수행할수 있는 작전시나리오의 행동 반경과 가짓수, 성공확률이 제로에 가까워지고 있다. '장갑력 이 44퍼센트 면 도대체 얼마나 에너지를 손상당한건가 ?' 마지막 최종피해보고를 보던 성준은 그때까지 느끼지 못했던 몸의 이 상이 뇌로전해진듯 신음소릴 뱉어냈다. 아닌게 아니라 약을 먹었는대에도 조금전의 충격은 10G 이상이었기 때문에 전에 도졌던 병이 재발할 기미가 보이는것 같다. 마치 내장이 없는듯,속이 붕 뜨기시작했고, 물속에서 기포가 올라 오듯이 금방 식도위로 뭔가가 솟구쳐 올라오는듯한 기분은 당장이라 도 압력복을 벗어버리고 오일냄새가 나는 조종석을 뛰쳐나가버릴듯한 충동을 주었다. 조종석 오른편 위에선 어디선가 오일이 샌듯 검붉은 방울이 조금씩 새어 떨어지고 있었다. 마치 핏방울처럼.. 출력되는 결과를 차근차근 점검하면서 단군을 사정거리밖으로 최대 한의 속력으로 탈출했다. 그러면서도 아마테라스의 위치는 놓치지 않으려고 후방의 적외선 서치라이트는 최대한으로 켜두었다. 아직 아마테라스는 레일건의 엄 청난 에너지 부하로 자신의 위치를 노출시킬수 있는 열이나 그밖에 에너지 펄서의 방출은 공중지원이 없는한 찾기가 쉽지 않기때문이다. 자동제어복구 시스템들이 하나둘 바쁘게 단군의 손상을 치료하는동 안 성준은 재빠른 동작으로 주위지형과 발연탄의 시야 감지분포도를 바라보며 본격적인 시가전을 준비했다. 갑자기 예상공격 경고가 내려 졌으나 그는 무시했다.미끼모또는 이런때 공격하지 않아. 천천히 내 가 부서지는것을 봐야 직성이 풀리는 놈이지. 생각대로였다. 아마테라스가 있으리라고 예상되는 서남쪽에선 공간의 일그러짐이 나 방사되는 불빛, 미사일이나 활강병기의 소음도 전혀 들려오질않았 고, 귀뚜라미의 울음소리도 들릴만한 정적만이, 성준의 마음을 공포 란 발톱으로 할퀼뿐이었다. 발연탄은 아직 충분하다. 미끼모또는 아마테라스의 발을 거의 질질끌다시피 하면서 조심스럽 게 단군이 있는곳으로 천천히 이동시키고 있었다. 보행시 진동음을 줄이기 위해서였다. 그는 놀랍게도 신중하고 끈기있게 행동하는 성격이었다. 특히 이런 전투때에는, 얼룩말을 잡기위해 천천히 기회를 노리는 숫사자처럼 기 회를 기다리며 작전을 짠다. 자기 형의 성격은 누구보다도 자신이 잘 안다. 절대로 선제 공격을 하지 않는다. 특히 자신과 아무리 정을 끊고 �ß뭄袖犬� 만나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는 결코 자신을 먼저 공격하지 못할것이다. 설령 자신을 먼저 공격한다 하더라도 기억전이로 인해 자신의 식별 코드는 환웅으로 위장되어 있기때문에 단군은 공격전에 식별시스템에 의해 공격 프로그램이 스스로 끊길게 뻔하다. 성준은 자신의 의지로도, MBT 의 의지로도 공격을 못하는, 단순히 탈것에 앉아 중무장된 아마테라스와 싸우는 꼴이 된것이다. 예상을 �ㄷː� 레일건의 포탄이 가느다란 항적으로 공간을 자르며 아 마테라스에서 한 블록 떨어진 10층건물의 허리를 꿰�㎜굼� 미끼모또는 당황했다. 고층건물이 많은 이 구역은 잘못하다간 도미노 처럼 한건 물로 인해 다른곳까지 넘어지기 쉽상이었기 때문이다. 더더구나 오조 준할 성준은 아니었다. 곧 한쪽으로 기울어진 건물이 스르르 무너지 기 시작하고, 부식제에 취한 콘크리트들은 미리 절단된 철골들을 하 나하나 조각내면서 연쇄적으로 무너지기 시작했다. 급히 탈출모드로 전환된 아마테라스가 갤로핑단계 로 전환된것은 불과 30여초밖에 걸리지 않았다. 소리없이 뻗어나가는 연기구름을 뒤로한채 안전구역으로 나오기 시 작할때, 단군은 이미 그곳에서 정면으로 조준을 한채로 미끼모또를 기다리고 있었다. 정면으로 다가오는 아마테라스를 마주보며 단군의 사격조준점은 아 마테라스의 보행관절의 위쪽, 바로 허벅지위를 노리고 있었다. 승리라고 확신한 성준의 마음은 돌발적인 사태에 어쩔줄을 몰라 당 황해 했다. 공격불가란 붉은 메시지가 경고음과 함께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었 기 때문이다. 더욱이 놀란것은 그 바로밑에 있는 불가 사유였다. 우군이라니!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돌발적인 사태에 성준은 망연자실해져 단군 스스로 공격모드에서 전방의 물체에 대비한 피해모드로 자동 전환되 었다. 불타는 눈물 (23) 서로 50여미터까지 정면으로 돌진해 오던 단군이 공격포인트를 맞 추지 못한채 황급히 피하려는것을 안 미끼모또는 머리카락 끝까지 올 라오는 희열을 즐겼다. 피아 식별장치를 혼란시킨 아마테라스의 기억전이능력이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신기했다. 어떻게 적의 하드웨어 안에서 빠른속도로 이동해 가는 정보의 흐름 을 �㏈굅� 들어가 적의 정보를 읽어들일수 있는지 간단한 원리로는 설 명을 듣긴 했지만, 실제 상황에서 이렇게 쓰여지는것을 보니 자못 아 마테라스를 몰고 있는 자신이 자랑스럽기도 했고, 상대방이 가련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레일건 으로 공격하기에는 너무 늦었지만 이녀석에게 뜨거운 맛을 보여줘야겠군. 접혀져 있던 가느다랗고 긴팔이 미끼모또의 조작으로 단군의 캐노 피를 가리켰다. 이번 모의전투 때에 별도의 심사규정이 없어 전혀 파 괴력이 줄지 않은채 통과된 무기중의 하나를 써먹을 작정이었다. 재빨리 적외선 라이트로 먼지구름속의 시야를 확보한 단군은 당장 있을 적과의 충돌을 피해 좌측으로 심한 압력을 감수하며 선회했다. 엄청난 압력으로 온몸의 피가 우측으로 밀리던 중,성준은 머릴 스 쳐지나가는 찬 기운을 느꼈고 �뉵� 하는 바람이소리가 그의 귓가를 때 렸다. 외부와 100퍼센트 밀폐된 조종석에 바람이 불다니, 그는 오른쪽 이 마에서 무엇인가 따뜻한 액체가 흘러내리는것을 느낌과 동시에 지독 한 두통이 두개골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전투지역을 피해 안전한 주택가의 지하주차장 입구로 단군을 이동 시킨 그는 끊임없이 그를 시달리게 하는 두통을 없애려 응급주사기를 팔뚝에 꽃았다. 잠깐동안 몸의근육들이 경련이 일으켰으나 재차꽂은 주사덕분에 조금 안정이 되었다. '공업용 절단기로만 쓰이는 줄 알았는데, 워터젯을 병기로 쓰다 니.' 피해상황은 경미했다. 전자장비들은 대게 조종석 하부에 많이 위치 해 있었고, 관통된 곳은 캐노피와 일부 사출계통의 간단한 유압기계 만 있을뿐이라 그다지 염려할 부분은 없었다. 단지 전투가 끝난후 워 커밖으로 나갈�㎣� 자신의 힘으로 캐노피와 그밖의 안전장치를 푸는 수 고를 할정도였다. 그러나, 머리가죽이 찢겨나간 그 찰과상은 사기를 충분히 꺽어 놓고도 남음이 있었다. 근접거리에서 전자 장갑을 무시한채로 보호장갑을 수밀리의 지름으 로 관통한후에 조종사의 헬멧까지 꿰뚫고 지나간 무기. 탄도병기라면 전자 장갑을 지나치지 못한다. 하지만, 곡선 탄도가 아닌 광학무기나 그밖의 것은 제어하지 못하는것이 전자 장갑의 크나 큰 결점이다. 아마테라스는 이러한 결점을 이용, 수마이크로 밀리미 터의 지름에서 나온 수백기압의 압력으로 액체를 분무, 무기로 사용 하는것이다. 어떻게 수미터까지 그 위력을 가진채 뻗어 나오는지는 몰랐으나 어쨋든 근접무기로 실용화 되어 단군이 첫 전투시험 대상이 된것 같았다. 아마 유압유가 산화될때 자체 처리되기전 나오는 물을 이용했으리라. 그러나 그것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다른데에 있었다. 우군이라니 적이 도대체 어떤 방법을 썼길래 단군의 우군식별시스템이 아군이 라고 생각하는것인가? 덕분에 성준의 작전은 결정적인 순간에 취소되었고 거의 이길뻔한 전투를 그르치게 되었다. 전투상황을 취소직전으로 되돌려 상황을 모니터에 재연시켜보았다. --식별코드 : 기체넘버 환 004-TR로 확인. 식별코드는 이리스 전 방 부호 표지에서 1,2차 시각센서로 3차에 걸친 확인. 4번 스크린 주 시요망..-- 온몸의 근육이 당김을 느꼇다. 빌어먹을! 환웅이 당했다고 느낀것은 순간이었다. 분명 아마테라스는 우군의 식별 코드를 분석, 우군으로 위장해 단군을 속이고 있는것이다. 이놈 의 멍청한 컴퓨터도 한계가 있는것이 입증이 되었다. 단지 식별 코드 만으로서 우군인것을 판명하다니. 그러나 지나가버린 상황을 아쉬워할 여진 없다. 또한 이것을 컴퓨 터에게 따질 겨를도 없다. 결국, 적에게 총한번 못들이대는 상황이 되어버린것이다. 그렇다고 피아식별 시스템을 함부로 끌수 있도록 설계된것도 아니다. 억지로라 도 끌려면 끌수도 있지만,그것은 이 워커의 전체 동력을 내리고 새로 가동 시켜야만 한다. 그 시간이 아무리 짧아도 5분 남짓...그동안 아 마테라스가 졸고 있을리 만무하다. '졌단 말인가.' 이대로 아마테라스란 얼빠진 이름을 한 고철덩어리에게, 절대로 적 에게 공격외에의 행동은 못한다. 그런 상황에서 그녀석을 저지하는방 법은 ? 숨이 내 쉬어지질 않는다. 이 상황에서 숨을 쉬기전에 그놈을 처 치할 방법을 생각해 내야만한다. 단군은 열심히 스스로 아마테라스의 좌표를 찾고 있었고, 주변상황을 경계하고 있다. 그것은 아마테라스 도 마찬가지일것이다.빨리 빨리.....숨이 점점 막혀왔다..5초 10 초..15초... 방법이 전혀 없을까 ? 그렇지는않을것이다. 회망을 가지자. 이마에 걸친 조준용 시각 센서사이로 미지근한 땀이 지렁이처럼 내 려오고, �ß뭐坪犬� 손장갑을 허벅지에 훔친지 허벅지의 옷감은 더이상 빳빳한채, 그의 손에 물기를 닦아주진 못했다. 쓸데없이 보족관절 부위의 토크 안정휠 가동 첵킹만 할뿐이지, 다 른 시스템이나 작전 프로그램은 참조 할생각도 나질 않았다. 교과 식 으로 배운것이라고는 전투를 포기하고 우군의 안정지역까지 이 워커 를 데리고 와야 한다. 그러나 여긴 전방과 후방이 없다. 이곳이 전쟁 터의 처음이자 끝이다. 그런데 어떻게? 조심스럽게 아마테라스가 다가오는것이 느껴졌다. 사실 아마테라스 는 조금도 꿈쩍하진 않았지만, 성준에게는 바로 등뒤로 다가오는 빌 어먹을 새빨간 동체만이 느껴 질뿐이다. 이대로 진단 말인가 ? 마지 막으로 심호흡을 천천히 하면서 깊은 생각에 잠긴다. 할수 없군. 리셋팅작업을 감행하는 방법밖엔 다른 도리가 없다. 적을 공격하지 않고 이기는 수는 없다. 그러려면 단군의 공격불가 로 저지시키고 있는 이 빌어먹을 피아식별시스템을 꺼버리는수밖에 없다. 우선 할일은 리셋할 시간을 버는일이었다. 아마테라스가 발견하기 힘들도록,발견하더라도 다른것과 식별이 모 호하거나, 식별에 시간이 걸리는것. 그런일에 적합한것은? 제길.. 발연탄은 모두 떨어졌다. 캄캄한 야간에 발연탄만큼 워커의 열기와 형상을 감춰주는것도 없 는데 모두 바닥이 났다. 성준은 신중히 대안을 생각했다. 좋아, 이수법을 쓰면 어느정도 시간을 벌수 있겠지. 무리한 가동으로 조금씩 힘겨워 하는 각 중요 관절들을 달래가며 그는 조심스럽게 단군의 동체를 일으켜 자신의 작전대로 움직이기 시 작한다. 불타는 눈물 (24) 도대체 이놈이 어디서 뭘하는거야? 전투가 시작이 된지 벌써 20여시간이 지나 지금은 차갑고 서늘한 밤 공기만이 정적을 유지하고 있을뿐, 아마테라스나 단군 둘다 조금도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아마테라스는 적을 찾느라고 온갖 적 인식센서를 다 써보았지만, 이 젠 오히려 적에게 사전탐지를 당할것 같아 수색을 포기한채 남아 있 었다. 약간의 기계근육들이 조금씩 지친듯이 소리없는 피곤함을 그에 게 그래프로 표시해 주었다. 적들과의 교전은 별로 없었으나, 워터젯 과 전기압을 위한 동력,무게중심 이동장치들이 무게 감각에 익숙하지 못한 탓이리라. 신기술은 그에게 모든 편안함을 주었지만, 대신 실전 횟수가 적은 만큼 환경인식데이터가 적어 그만큼 의 무리가 각 댐퍼 들과 하중을 많이 움켜진 관절들이 힘겨워 하고 있었다. '그래도 한나절 정돈 버틸수 있겠지.' 앞으로 12시간 정도면 이쪽이나 저쪽이나 모두 지친다. 기계가 지치는게 아니라 조종사들이 지치는것이다. 생명 보호시스템으로 대소변이나 음식문제등,생리적인 반응은 어느 정도 해결할수 있지만 단 한명의 조종사로는 전투중에 집중할수 있는 전투시간이 한정되어 있다. 중간중간 피로를 푼다고 해도, 워커 안에서 제일 안정정으로 싸울 수 있는 시간은 통상 36시간 안팎이다. 그중에 거의 20여시간이 지났 다. 소형 핵융합 장치의 유지능력도거의 한계수치로 다가서 있으니 빨리 싸움을 끝내야 한다. 성준은 리셋할 시간을 벌기 위해 조금씩 인식장치를 피하면서 단군을 이동시켰다. 약 아마테라스에서 200여 미터 떨어진,4개의 건물을이 뻗어 있었고, 아마테라스가 있는곳보다도 조금 아래쪽이었다. 아마테 라스가 이곳으로 곧장 온다면 40 여 도 경사가 진곳으로 내려와야 하 는곳이다. 우선 작전을 시작할 최소한의 에너지만 유지시키고 나머지는 모두 축 전실에 들여놨다. 이제 최소한의 작동유와 기계근육들의 섬세하고 간 허적인 움직임만 유지시킨채로... 목표가 없는 레일건의 화염이 도로 한가운데를 기다랗게 지나가나 싶더니, 이윽고 4차선을 모두 뒤업을 만한 커다란 포효와 섬광이 그 뒤를 따랐다. 상당한 저지대에서 고지대로의 고각사격. 그것도 지면에서 1미타 안팎에서 발사한 레일건의 충격파는 굉장했다. 10층짜리 건물을 기대고 쏜 단군의 몸체는 발사 폭풍의 위력으로 움 푹 파인 건물속으로 박혀버렸다. "뭐야? 이거," 두두두두 하는 저음과 강렬한 땅의 진동은 조심조심 낮은 주변소음 을 관찰하던 아마테라스를 깨우는 자명종의 역할을 했고, 조금씩 긴 장이 풀렸던 미끼모또를 놀래 일으켰다. 단군의 오조준 사격은 전혀 아마테라스에게 피해를 주진 않았다. 그 러나, 또다시 쿵하는 충격음과 함께 레일건의 발사표시가 아마테라스 의 CRT 에 표시되자, 미끼모또는 긴장했다. '제길..' 가라앉아 있던 콘크리트 건물이 충격파에 모든 유리창들이 도미노처 럼 깨지기 시작했다.또한, 부식제로 힘없이 서있던 건물들이 주변에 서 하나둘 무너지기 시작했다. 게다가 지면가까이에서 상각으로 발사된 레일건의 공전 폭풍은 가 라앉은 부스러기와 먼지들을 들어 올려 안개 이상으로 시야를 가리 는, 단군을 숨기기엔 충분한 연막을 만들어 주었다. 충격음이 사방으로 번져나가며 작은 소음들이 연쇄반응을 일으키며 미끼모똘 혼란 시킨다. 3차원 인식 레이더 모두가 이 주위의 요동을 민감하게 반응하며 열 심히 단군을 찾았으나, 환경이 여의치 않는지 쉽게 찾지 못하고 헤매 는것을 지켜보고 있던 미끼모또는 사태를 짐작했다. '시간을 번다고? 무슨 문제가 생긴건가 ?' 인공적으로 연막을 핀다고..시가전 모의전투를 제딴엔 꽤 해보았나 보군.. 그래. 어디 숨바꼭질을 해보자꾸나.. 움푹 파인곳에 쳐박혀 있던 단군은 재빨리 옆 건물에 있던 지하 주 차장으로 이동했다. 셔터문을 가볍게 끊어 버리고 내려 버리고 육안 으로 판단하기 힘든곳으로 이동한것이다. 마네킨 하날 남겨두고 와서 아마테라스의 거동은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 지금부터 할일은, 우선 기계근육들의 근육피로를 풀기 위해 가벼운 전류충격을 주었 다. 핏핏 하는 가벼운 금속 마찰음이 들려오는것을 몸으로 느끼면서 스위치들을 하나하나 내렸다. 최대한 몸을 낮춘 자세로 전원들을 차 단했지만, 육중한 몸을 가누기가 힘들었는지 양 옆으로 조금씩 흔들 리는것을 느꼈다. 성준은 어깨 위에 있는 암갈색의 손바닥만한 리셋팅 박스를 열었 다. 전투중이라는 경고음과 박스 안에서 나오는 경고등의 붉은 빛을 무 시하고 재빠르게 �ß물냅� 스위치를 내렸다. "본 시스템이 꺼진후 MBT의 주요 전원차단부의 일부가 동작을 오도 하는 수가 있습니다. 절차를 마치신후에 리셋을 하셨읍니까? " 제길... 되차 물어보는 신중함은 초를 다투는 성준을 부아만 돋굴뿐이었다. 제일 중요한 원자 융합로와 생존장비만 빼고 모두 리셋을 시켜야만 했기에 모든것을 파워다운 시키는데에도 1분정도 소요되었다. 피아인식시스템과,아군 오사방지프로그램을 제거하려면, 편법을 써야 만 한다. 이것들은 전자 전투전에서 상당한 우선 순위에 있기때문에 단군의 전자두뇌에서 지워버릴수 없기 때문이다. 우선 할수 있는일은 에너지 정보에 거짓 데이터를 작성했다. 최악의 시점,즉 충전된 에너 지가 별로 없다고 가정시킨다음 프로그램 수정 사태로 등급이 내려가 는것을 기다렸다가 재빨리 에너지 절전 모드로 들어갔다. 일단 적 인식사거릴 좁힌다. 그리고 나서, 최초 인식한 목표에 대한 기억 회로 차단, 즉 왼만한 부분은 거의 수동으로 바꿔버렸다. 장치되었던 시한폭탄으로 인해 하나의 건물이 푸욱하는 힘없는 소릴 내고 주저앉자,윗부분부터 함몰되어 먼지구름을 위로 뻗어 올라, 가 라앉기 시작하던 부유물질들이 힘을 얻어 솟아 오르자, 미끼모또는 더욱 화가 났다. 미끼모또는 갑작스런 건물의 붕괴와 땅의 요동때문에 아마테라스의 보행시스템을 적응 시키느라 쩔쩔 매고 있는중이었다. '성준 이자식 도대체 왜 이딴 헛수골 하냔말야!' 주위의 정화 시스템이 분주하게 먼지들을 가라앉히면서 한편으로는 먼지때문에 일어난 저지대의 구름속에서 단군을 찾기위해 아마테라스 의 탐색시스템은 강한 펄서를 방출하면서 적을 찾기 위해 여념이 없 었다. 피핏.. 조금씩 기계근육들의 근육피로를 화학반응으로 쉬게해주면서 분비 체들을 외부로 밀어내는 소리가 들렸다. 성준도 긴장속에 그에 못지 않은 땀을 피부밖으로 송글송글 이슬이 히는듯 땀이 방울져 나오려고 애를 쓴다. 됐다! 단군은 뇌의 기억 일부를 잘린채 육중한 몸매를 일으키기 시작했 다. 아직 뇌의 외부 인식 시스템 일부를 자르긴 했지만, 적에게 멍청히 다치는것보단 나으리라. 적은 이제 하나밖에 없기때문에 인식할 데이 터가 별로 없는게 다행이었다. 자 ! 이제부터다. 암흑속에서 건물의 셔터가 올라가기도 전에 단군의 발이 그 속을 비 집어 가며 그 건물을 나서기 시작했다. 불타는 눈물 (25) 아마테라스는 적의 출현을 감지하고 미끼모또에게 알려주었다. "통신 주파수 열어 " 강제로 성준이 타고 있는 단군의 주파수가 연결되었다. 사실 적의 주파수 영역과 암호코드및,전자장갑의 사이클레벨을 알 지못하면 단순히 통신 요망 시그널 정도 밖에 전달 되지 못한다. 그 러나 이미 아마테라스는 단군에 거의 모든성능과 제원을 파악하고 있 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어때? 아마테라스의 성능이. 지금까지의 전투만으로도 우릴 기다 리는 바이어 들이 뭘 구매 할건지는 대충 판가름 났는데 그만 포기 하지 그래? " 빈정거리는 녀석의 말에 성준은 냉정하게 말을 끊었다. " 포기하지. 다만 그 전에 네 아마테라스가 눈물을 흘리는꼴을 좀 봐야 겠어. " "훗, 네 목숨을 한 10여개 정도 갖다 바친다면 아마테라스가 가상 해 해서 엉덩이에서 조금 흘려줄순 있겠지. 네가 그런다고 장갑 결 손율이 50퍼센트 이상된 상처 투성이인 네 망아지가 날 누를수 있을 것 같아? " 제길.. 자꾸 이성을 잃게 만드는 적의 유도에 넘어가지 말아야 한다. 전자장갑의 전자파 자장을 변형,강제로 대화 모드를 끊고 작전 지 대의 지형을 살펴 보았다. 건물 3개만 넘어서 상대 워커가 감지되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안개가 가라앉고 단군의 출력이 떨어진다. 이것저것 갈팡질팡할수록 이길확률이 적어지는 셈이다. 결정을 내린 성준은 부스터로 모든 힘을 이동시켰다. 땅이 짓눌릴것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킬정도로 커다란 불꽃들이 땅으 로 힘차게 내리 꽃는가 싶더니, 벌써 단군은 도로사이를 빠져나가면 서 레일건 1문을 장진했다. "레일건 발사시 전압강하 로 인한 순환유압로 점검요망!" '제길.' 자동상태에서 라면 이런것쯤은 벌써 자동체킹 되었을텐데, 온 마음 을 다 집중해도 적을 맞추기가 힘든판에 이런것까지 신경 써야 하다 니. 급선회 하면서 한쪽 다리가 미쳐 접혀지지 않아 심하게 벽을 스치 는 소음이 들려왔다. 이것 역시 자동상태라면 있을수 없는일.. '어쨋건 미끼모또는 내가 공격못할거라고 생각하겠지.' 제 1발 발사. 건물 하나를 부서뜨리면서 포탄은 곧장 아마테라스의 전자 장갑에 직통했다. 강한 진동과 충격음이 단군의 센서에 잡혀 성준의 귀와 눈에 보여 주었다. 어느정도 효력은 있었던것 같다. 충격음과 진동의 세기로 봐선 3,2 차장갑을 �㏈굅� 1차장갑에서 폭발한것 같은데, 그렇다면 승산이 셍긴 셈이다. 곧장 단군은 남아 있던 유도탄 4기를 모두 발사하기로 했다. 수직판넬이 열리고 소형 대워커유도탄이 모습을 내민다. 앞부분은 전자장갑을 뚫으면서 중화역할을 할수 있는 5미리 강자장 형성침이 동그라한 원뿔위로 솟아 있었고 가느다란,마치 아기 팔뚝정도의 길이 의 은철색 동체가 비죽 솟아 오른다. 순간적으로 자장이 엷어 지는가 싶더니 푸욱하는, 마치 늪속에 무 거운것이 빠졌을때 나오는 소리와 함께 발사된다. 생각보다 정확하고,그리고 강한 성준의 공격에 미끼모또는 당황한 다. 장갑 결손율이 40퍼센트만 남고 나머지 장갑형성침들이 모두 날 아가 버렸고, 출력이 점점 떨어지는것이다. '제길. 그 짧은 시간에 수동모드로 전환해서 날 공격하다니..' 찰나, 미끼모또는 제 2 차 공격 경고음에 당황한다. 유도탄인가? 생각대로였다. 장갑이 약한 상태에서 저것에 맞으면 끝장난다. 재빨리 그는 공전탄을 장진하고 수직위로 날아올 유도탄에 대비해 포를 거의 수직으로 겨냥한다. 사정범위가 수평에서 30도 이상이기때문에 이러한 다발 공격을 막 는데에는 공전탄이 제일 최상의 방법이다. 이미 4기중 3기가 사정 범위에 들어 왔다. '조금만 조금만' 이제 조금만 아주 미세한 차로 하나가 사정거리 밖에 맴돌고 있으 나, 이제 곧 들어올것이다. 사정거리에 들어온것을 직감하며 그는 레일건의 방아쇠를 누른다. 이제 겨우 안심이 되어 한숨을 내쉬는 순간, 미끼모또는 정면 스크린 에 나온 상황에 몸이 바짝 얼어버릴정도로 충격을 받는다. 단군이 자신에게 포를 겨냥한채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던것이다. 불타는 눈물 (26) 아직 아마테라스의 레일건은 대워커 유도탄을 파괴하기 위해 하늘 로 겨냥이 되어 꺽여져 있는 상태였고, 건물 하나를 돌아서자마자 포 를 겨냥한 단군은 아마테라스를 정 조준 한채 였다. 2, 3 초 만 있으면 충분한 전자장이 생겨나 아마테라스의 전자장갑 을 꿰뚫을 레일건을 발사할수 있다. 정조준, 움직이지도 않은 고정목표, 1키로도 안되는 근거리에서 이 정도의 조건이면 아무리 백 퍼센트 강력한 전자 장갑이라도 찢어지고 만다. 일순간에 역전된 상황은 성준에게 잃었던 모멸감을 불러일으켰다. 여태까지 아마테라스에게 전자기기로 놀아난것과, 승한이 어처구니 없이 당한것, 거기에 예전의 기억이 파도치듯이 한꺼번에 물밀듯이 일어오자 성준은 당장에라도 충전이 된 레일건의 레버를 당기고 싶었 다. "항복해 !" 긴말도 하기 싫었다. 이대로 레버를 당겨버리고 싶었다. 아마테라 스란 그 잘난 워커를 짓이기고 싶은 마음을 진정시키기엔 그동안 당 한 굴욕이 너무나도 컷기때문에 이 이상 기다리고 싶지도 않았다. 이 제는 혈연을 끊었긴 했지만, 아직 동생이라고 불리는 저 살인마를, 자신의 손으로 처단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더이상 움직이지마! 거기에서 단 일 도 라도 포를 내리면 곧장 레 일건 이 날아갈줄 알아!" 포구를 서서히 내리려 하자, 성준은 경고를 했다. 이미 끝난 게임이다. 근데 저녀석은 조금도 날 겁먹고 있지 않다. 왜일까 ? 형이라 차마 쏘지 못하리라고 생각하는걸까 ? 프로가 그 런 유치한 생각을 할리가 없다. 그럼 왜? 다시 포가 서서히 내려간다. 이번엔 성준도 조금도 주저함이 없었다. 화려한 불꽃, 공전탄의 조그마한 출발, 그리고 탄도를 따라가며 사 자의 갈기와도 같은 넓은 충격파가 아마테라스의 왼쪽 등을 물었다. 순식간의 일이었지만, 성준은 정면에서 슬라이드를 보듯이 웃음을 띄며 감상한다. 주변의 건물의 벽 일부가 파이면서 커다란 먼지구름 을 형성했고, 그 중앙에 아마테라스 가 폭풍의 힘에 의해 뒤로 �ß뭐� 퀴를 구른채 엎어졌다. "엄살떨지 말고 일어나지 그래 ? 공전탄이고, 일부로 정조준도 하 지 않았다. " 사실 그랬다. 공전탄은 단순히 공간에 차있는 모든 물질에게 레일 건의 엄청난 물리적 힘을 대신해 준것뿐이다. 때문에 주변 공간에 있 는 모든 인공물을 비롯, 공기가 그 힘을 받고 파괴되거나, 다른 인공 물에 영향을 끼치긴 하지만, 그것뿐이다. 생각대로 아마테라스는 기기긱거리는 불완전한 화음을 내고 천천히 일어났다. 전자장갑의 일부가 비뚤어져 뒤의 새벽노을이 일그러지는 공간왜곡현상도 있었고, 가동근육의 일부가 그르릉 거리는 공회전소 리도 들려왔다. 이곳저곳에서 점핑(유압이 흐름량 이상으로 과도적으 로 흐르는것)된 유압유들이 조금씩 터져나오자, 아마테라스는 지체없 이 그것들을 단절시킨다. 투드득거리며 힘없이 몸체에서 떨어져 나가 는 부속관절들... "칭...동력부족.. 레일건에 출력이 닿질않습니다. 현 동력상태로는 레일건을 발사할수 없습니다. " 미끼모또는 단념하지 않았다.수동 조작으로 경고 시그널이 울리는 것을 들은척도 안하면서 하나하나 전투명령을 내린다. "경고! 전투수행중! 전투수행중! 전자장갑을 풀지마십시오!" 잔말이 많군..그 수밖에 없잖아. 미끼모또는 더이상 자존심을 상할수는 없었다. 패배보다는 떳떳하 고 깨끗한 싸움을 원했다. 방금 공전탄의 충격으로 동력전달 장치 일 부가 파괴되면서 레일건쪽으로 있던 동력 대부분이 손실되었다. 이제 더이상 전자에너지를 얻어 레일건의 포탄을 밀려면 장갑을 해제할수 밖에 없다. 주저없이 오토파일럿 에게 명령한다. '이상하잖아? ' 빠알간 유압유를 방울방울 떨어뜨리면서 서서히 일어선 아마테라스 는 이상한 기운이 감돌았다. 단절된 일부 기관이 터덕거리며 힘없이 떨어지는가 했더니, 이번에 는 서서히 전자장갑의 색깔이 바뀌었다. 원래 약한 주홍색을 띄우던 전자장갑이 갑자기 새하얗게 빗나는순간, 일순간 희미한 주홍으로 바 뀌었다. 워커주위의 뒷 배경도 희미한 안개로 가려지는가 싶더니, 어 느새 또렷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전자장의 두께가 서서히 옅어져간 다는 증거. 이상황에선 별수 없겠지. 성준은 긴장이 풀리면서 조종간을 내려 놓았다. '잘 생각했어. 이제 너도 항복할때가 언제라는것은 알게 되었군' 통신회로를 열었다. "환웅이 당한것을 생각하면 공전탄을 �ß뭅� 더 갈기고 싶지만, 이쯤 에서 네가 항복을 하니 이정도로 봐주겠다. " 잠시동안의 무응답. 그러나, 곧 대답이 들려왔다. 20 여 시간 동안의 긴 전투끝 이어서 긴장이 풀린 성준이 전투상황 실로 연결을 하려던중, 아마테라스의 레일건이 마지막힘을 다한듯 불 을 뿜었다. 단군의 자동제어반응. 공전탄의 영향으로 아마테라스의 포신제어장치가 고장났는지, 정조 준된채로 맞지를 않았다. 왼쪽 발에서 3미터 정도 비껴나가 땅을 파 고 들어가, 그리 큰 영향은 없었지만, 갑작스러운 땅의 진동으로 단 군의 상체가 뒤로 제껴지며 넘어질뻔하다, 부스터의 자동반응으로 겨 우 일어설수 있었다. 다시 아마테라스를 조준하고 쏠려는 찰나, 아마테라스 역시 그를 정면에서 똑바로 레일건을 치켜든채 서 있다. 그러나, 레일건을 조준하고 있었다고는 하나, 아마테라스의 전자 장갑은 여전히 풀어져 있었다. '그럼 전자장갑을 푼것은 작전이 아니라 레일건의 출력을 올리기 위한것이었단 말인가 ?' 모의 전투이기 �㎣▷�에 레일건의 출력은 평소보다 삼분의 일가량이 줄어들어있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손 치더라도, 전자장갑을 해제하 면 보통 워커들은 길거리에서 도로공사나 하는 공사용워커나 다를바 없다. 도로에서 시속 200km 로 달리는 오토바이를 탄 사람과 마찬가 지로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셈. 그런 위험을 무릅 쓰고서라도 날 이기 겠단 말인가... 얼마간의 침묵속에 주변의 남아있던 연막과 먼지등은 조금씩 가라 앉고, 아침 노을이 성준의 눈동자를 붉게 물들여준다. 새벽 4시 인데도 바닷가인지라 일찍 수평선상에 해가 오를려는듯, 밝아짐의 속도는 점점 빨라 오고 있다. 간헐적으로 기기긱 거리는 기 계음을 토해내며 아마테라스는 노을을 등진채 단군을 겨냥하고, 단군 역시 강한 전자장갑의 펄서를 방출하며 그를 노려본다. 불타는 눈물 (27) 불타는 눈물(Burning Tears) : 워커 관절의 유압 계통에서 사용 되는 유압유가 가동근육등의 엑츄에이터가 파손, 외부로 유출되 어, 마모 내지는 기화 될때, 완전히 기화 되지 않고 전투가 끝난 후 각 기관들의 냉각시 주위의 전자연막(정확히 말하면 안개종 류. 레이다의 탐지 또는 노출을 꺼릴때 워커전에서 발산시키는 위장체 )과 전자장갑에 어울려 투명하게 워커의 관절 주변에 생 기는 액포. 전자장갑과 반응을 일으키지 않아도 생기기는 하나, 이때는 발화점이 높아 평온에서는 산화하지않음. 전투가 끝나고 생기는 이유는 전자 장갑이 해제 되고난 후 그 직후에 전자 연막 과 완전한 화학 반응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주로 열이 많이 생기 는 보족관절 가동부 등에 생기는데, 발화점이 매우낮아 마찰열 만으로도 불이 붙어 땅에 떨어지기도 전에 산화를 해버리는 경우 가 잦아 이렇게 불리고 있다. 탄도 예상기기의 데이터 불량으로 조준이 불분명해 있는 상태, 경 로가 자꾸 흐트러 지다, 모아지는 떨림을 반복하자, 미끼모토 역시 불안해 진다. 탄도가 정확해야 수직으로 맞을텐데... 그래도 장갑을 꿰뚫긴 어렵지만, 그래도 상당한 타격을 주어 최소한 자신과 비슷한 피해를 주어야 한다. 그러나 아까 맞은 공전탄의 피해로 측원장치와, 사격 통제 시스템에 불량 데이터가 들어왔다. 전자 안구가 전자장갑 제거후에도 외부 신호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고 있는것이다. 자세제어용 자이로까지 파괴 되어 완전 수동으로 수평을 유지하고 있기때문에 정 조준에는 시간이 걸렸다. 몸에 떨림이 없어야 정 조준이 되는 수동모드가 불편하긴 했지만, 견딜만은 했다. 이제 레일건을 표적에 꽃는 일만 남은셈이다. 서로에게서 순간적으로 레일건을 발사하기 위한 전자장 의 빛을 느 낀다. 서로에게서 그 에너지를 느낀 그들은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이백여 미터 거리에서 아낌없이 남은 전자 에너지를 상대방에게 쏟아 부었 다. 양쪽 진영에서 일직선상의 수직선 두개가 공간을 가르고 서로에게 로 날아갔다. 지난과거는 모두 깨끗이 잊어버리자는듯... 새벽이 밝아 오면서 전쟁터의 윤곽이 서서히 들어 왔다. 그러나 아 직, 전자연막과 콘크리트의 먼지 등이 해변의 바람을 타고 들어와 있고 거기에 아침 안개까지 전쟁후의 열기를 가라앉히듯 무섭게 도시 를 휘감아, 거의 1미터 앞의 시야도 안보일 정도로 자욱해 도시 전체 의 모습을 제대로 보는 데에는 두어 시간이 걸린 오전 7시경이었다. 실 모의전투가 완전히 끝나고서도, 모의 전투 통제실 에서는 한참 뒤에야 접근을 허락했다. 사람이 타지 않은 안전 차량 십 여대가 한시간 동안 돌아 다니면서 폭발에 대한 안전여부와 그밖에 건물들의 붕괴 의 위험 등을 감지한 후, 뒤이어 안전반이 파견되었다. 그리고 나서야, 조금씩 군용기자 와 그 밖에 관계 요원이 차례차례 들어가기 시작했다. 거리의 모습은 폐허 그자체였다. 비록 유령도시화 되어 관리가 없는지라 원채 건물들이 낡아져 있긴 했지만, 도시전체 건물중 삼분의 이 이상이 제모습을 갖고 있지를 못 했다. 허리가 날아간 20층짜리 아파트, 뿌리채 �ß뮨ㅐ� 건물들이 차례로 넘어진 것들, 공전(孔傳) 폭풍의 압력으로 완전히 박살이난 유리창 등등. 대개 레일건의 공전 폭풍으로 인해 생긴것들이 주류였고,그밖에는 2차 피해로서 부서진것들이었다. 그밖에 나머지 건물들도 부식제와의 화학 반응으로 인해 거의 암회색으로 변질이 되어 죽음의 도시라고 불릴정도로 분위기는 어두웠다. 그녀는 한참뒤에야 겨우 의료반과 함께 성준을 찾아 갈수 있었다. 통제실에서 가리켜준곳은 도시의 동쪽 외곽에 10층짜리 쌍동이 건물 사이였다. "전방 1시방향, 20미터부근에 '말괄량이'발견, 지뢰처리반 파견바 람. 성준이 있는곳으로가던중 지프 앞에 있던 운전사가 무전기로 연락 하는 소리에 미영은 조금 어리둥절했다. "대전차용으로 만들어진 지뢰를 말합니다. 워커나 차량의 이동음을 듣고 적정거리에서 톡 하고 튀어나와 터져버리죠. 그래서 '말괄량이' 라고 불리는거예요. " 옆에 있던 구급병이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그러나 미영의 귀엔 별로 들려오지 않는다. 이윽고 지프는 성준이 타고 있던 '단군'을 발 견하고 근처에서 차를 멈추었다. 그는 이미 자신의 워커에서 뛰쳐나와 이백여 미터 가량 떨어져있는 미끼모토의 워커 '아마테라스' 로 달려와 동생의 시체를 끌어 안은채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는 보기에도 끔찍할 정도로 처참하게 죽어 있었다. 얼굴전체에 이마에서부터 검붉은 피가 흘러 내려와 굳어 있었고, 왼쪽 어깨는 완 전히 뭉그러진채 보이지도 않았다. 아예 레일건의 위력으로 날아가버 린것이다. '아마테라스'는 전면상단 의 왼쪽에 장갑코팅이 벗겨지고, 움푹 파 인채, 주먹 크기만한 구멍이 뚫려 있었다. 다른 다리와 그밖의 관절 가동부분은 레일건의 공전 폭풍에 의해 두꺼운 종이가 구겨진것처럼 심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두번다시 일어서지 못할정도로. 그녀는 워커의 전면, 턱 부분에서 양쪽 에서 흘러내리고 있는, 그리고 떨어지면서 스스로 불이 붙어 산 화하는 투병한 물방울들을 보았다. '이게 그 눈물이란거구나... 워커가 전쟁이 끝난후 흘린다는..' 연습이나 가동훈련때에는 그냥 땀처럼 흐르기만 하고 전투환경에서 는 다른 화학 물질과 섞여, 땅에 떨어지기도 전에 불타 없어진다는. 그것은 너무나도 애처롭게 천천히 아래로 낙하하고 있었다. "안쏠수 있었어." 의료반이 그에게서 겨우 시체를 품안에서 떼내어 들것에 실려 간후 한참만에야 입을 열었다. "안쏠수 있었어. 비록 안쏘면 내가 맞는다해도 난 장갑이 있으니까 패배로만 끝나지, 죽지는 않아.근데 왜 버튼이 당겨졌지? 부모님에 대한 복수심 ? 아니면 애국심? " 그는 잠시 말을 잇지못하고 눈물을 훔치지 않은채 더듬거리며 겨우 말을 이었다. "왜 녀석은.... 전자 장갑을 해제한거야. 그렇게도 레일건의 화력을 모아서 날 죽이고 싶었단 말인가 ? 왜 일찍 쏘지않고 기다렸난 말이 야.왜 ! 왜 ! " 구겨진 워커의 하부 해치를 어떻게 열고 그를 꺼냈는지 옆에서 수 근거리는 군용기자의 말에 아랑곳 않고 성준은 고개를 들어 워커를 다시 쳐다본다. 이미 레일건의 충격으로 인한 열은 다 식고 워커 자 체의 동력도 끊어져 그 워커는 조종사처럼 미동도 없이 시체가 되었 다.�ß뭣脚堧犬� 되는 중량을 감당해 오던, 가동근육을 움직여주던 유 압유인 검붉은 '피'도 이제 흐름을 멈추고 완전히 굳어 버렸다. 완전히 죽은것이다. 그러나 한가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것은 턱에서 맺힌다음 땅으로 떨어지기전 에 불타 없어지고 있었다. 한방울 한방울 차례차례... "울었어 그녀석도..저 워커처럼, 아까 꺼낼때 나를 보더니..눈물을 흘리면서 숨을 멈추었지. 내품안에서." 주먹을 불끈쥐고 땅을 내리친다. 한번 두번 계속. 그녀는 그것을 말리지 않았다. 부모님을 죽인 원수라고 하지만, 자 신의 하나뿐인 혈육이고, 괴롭고 슬펏지만 그러한 추억을 나누던 사 람이 자신의 손에 죽어간것이다. 한동안 그를 바라보다가 어깨에 걸 친 쇼올로 말없이 그를 감싸주었다. 그리고, 성준의 뒤에서 그녀는 가느다랗고 부드러운 손으로 넓은 등을 안았다. 전투에서 흘린 땀을 바닷가의 매서운 바람으로 거의 날아가 버렸기에, 그덕에 무척이나 차가웠던 몸에 그녀의 온기는 난로를 안은것처럼 조금씩 따스한 체온 을 전달해 주었다. 주위에서는 카메라의 플레시가 여기저기에서 소리없는 섬광을 발했 고, 군용기자, 상황 조사를 위한 자료반 들은 어울려 개미들처럼 산 란스러운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성준이 몰던 워커 '단군'은 조종석 을 아가리처럼 내민채, 관절 곳곳에서 투명한 기체가 간간이 떨어지 고, 땅에 채 떨어지기도 전에 조용히 불이 붙어 소멸이 되고 있었 다. 상황 조사를 맡은 사람들만이 부지런히 뛰고 있었다. 그러나. 워 커에 대해서는 소방수들과 같이 그들도 멀건이 구경만 하고 있었다. 불타는 눈물 때문에 전자연막이 모두 가라앉은 후에야 뭐든 작업 을 안전하게 할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침 노을은 거의 사라져 희미해 지고 있다. 빚을 굴절하고있는 그 눈물은 다른 유압유 와 합쳐져 떨어지면서 새빨갛게 타올랐다.. 피색깔의 눈물...아마 워커가 살아 있다면,아니 살아 있기에 저런 피눈물을 흘릴지도 모르지.. 전투를 끝낸 허탈함, 목적도 없이 인간의 조정에 따라 움직이고 다 른 워커들을 죽이고 그속에 살아 있는인간들 까지도. 전투는 인간의 손을 떠나서 끊임없이, 저멀리 동남아 정글에서도, 아프리카 사막에 서도, 추운 시베리아에서도, 적어도 인간이 살아 있는한 워커의 눈물 은 마르지않을것이다. 성준은 자신의 동생에게 한 말이 생각이 났다. 그러한 자신의 말을 들어줄 사람이 이제는 영영 사라진것이다. 소형 영상편집기를 든 사내가 그 불타는 눈물을 노을 을 배경으로 찍는다. 한방울 떨어질때마다 렌즈가 그를 따라 땅바닥으로 내려지 고, 다시 다른 눈물을 찾아 올라가고... 워커 '단군'과 함께 고생하던 결과가 이런것이었을까. 이런 결과를 바라고 1년동안 그 힘든 연습을 해왔단 말인가. 허탈했다. 그동안의 힘겨운 과정이 이토록 비참한 ,사람을 죽이기 위한 ,자기 동생을 이꼴로 만들기 위한 연습이었다니. 어느새 승한이 뒤에 와서 아마테라스의 잔해를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었다. "괜찮아 ? 속은 좀 어때?" 아직 약기운이 감돌아 속은 그런대로 괜찮았다. "아직은 견딜만해. 그나저나 형은 어때? 정보 인출 당하고 나서 머 리속이 텅 비지나 않았어 ? " "쳇, 아직 농담할 기운은 있나보군. 그래 지금 이놈때문에 내 머리 가 텅 빈채 아직도 허전하다. 무엇좀 먹었으면 좋겠는데, 허락을 안 해주네.. 자, 이거나 마셔." 200미리리터 짜리 조그마한 음료수를 건네준다. 고개를 가로 젓고 미영의 팔에 기대어 겨우 일어서, 앰브란스쪽으 로 걸어가려는 성준의 어깨를 그가 붙잡았다. "후회하지마. 네가 죽인건 사실이지만, 그렇지않았으면 네가 죽었 잖아. 미끼모또가 충분히 그럴 놈이란건 상황실에서 다 보았어" 성준의 고개가 가로 저어졌다. "아니. 둘다 나란히 죽을수도 있었지. 내가 조금만 늦게 발사했더 라도 아마테라스의 레일건의 조준이 정확했었을텐데, " "그런소릴 네 마누라옆에서 한단말이야.?" 미영일 바라보았다. 걱정스런 눈으로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아무 말도 안고 부축을 받으며 천천히 걸어갔다. "단군 좀 손 봐주겠어 ? 빨리 손을 보면 시험용으로는 아직 쓸만할 거야. 저놈 생명을 단축시킨것 같아 조금 미안해." "아, 걱정마라. 긴급 정비사들이 가 있어. 그나저나 넌 저 워커 어 때 ? 이번 전투로 인해 우리주가가 꽤 올랐거든? 정부에 더 고용될 것 같은데. 앞으로 이 워커가 잘 돼었으니, 조교가 필요할거야. 다른 나라로 수출되면 더욱더 필요하지. " 그를 등진채 조용히 걸어갔다. 적어도 전투가 끝난 지금 그런 현실에 파묻히고 싶진 않았다. 24시 간 동안 잠을 못잤으니, 당분간 푹 쉬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엠블런 스에 올라타기전, 그는 저 멀리 단군이 메니퓨레이터에 의해 대형 차 량에 실리는것을 볼수 있었다. 아직도 눈물들이 방울방울 떨어지고 있긴 했지만, 불이 나진 않았다. 아쉬운 마음에 한동안 차안에서도 단군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이제 다시는 보지 못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아침해가 완전히 떠올랐다. 성준은 떠오른 해에게서 도망이라도 가 듯, 전투지역인 조그마한 도시를 서서히 빠져나갔다. 모든 과거를 정리하듯이, 서서히 아침해를 등지며 자신의 그림자를 따라간다.. < 끝 >